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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지음 / 더숲 / 2017년 2월
평점 :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라는 책은 작가가 세계 여행(주로 인도 여행)을 하면서 얻은 깨달음을 말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숨겨진 지혜를 알려주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는 작가와 사람들의 귀중한 이야기 중에서 인상 깊었던 2개의 내용을 말해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내용은 ‘화가 나면 소리를 지리는 이유’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한 남녀의 싸움 현장을 보고 스승과 제자가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스승은 남녀가 싸우는 것을 보고 제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화가 나면 왜 소리를 지르는가?” 이에 대하여 제자는 평정심을 잃어서 그렇다, 분노에 사로잡혀서 그렇다 등 다양한 대답을 했습니다. 저도 스승의 질문에 대하여 소리를 지르는 이유는 ‘상대방에게 나의 진심이나 억울함을 확고히 전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라는 답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제자와 저의 생각에 대하여 스승은 반전의 대답을 했습니다. “사람들은 화가 나면 서로의 가슴이 멀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멀어진 거리만큼 더 높게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그래야 상대방에게 자신의 말이 가닿는다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소리를 지를수록 둘 사이의 가슴은 더 멀어지게 되고 목소리는 점점 더 커져 나중에 가서는 둘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어져 서로 죽은 가슴이 된다.” 이어서 말하기를 “반대로 서로 사랑에 빠지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사랑을 하면 부드럽게 속삭인다. 이는 두 사람의 거리가 매우 가깝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서로 큰소리를 하지 않아도, 심지어 말이 없어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라고 답하였습니다.
대답을 보고 나니 제가 어렸을 때 많은 이들을 죽은 가슴 상태로 만든 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는 누군가와 갈등이 발생할 때, 소리를 크게 낼수록 저의 항변을 들어준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이 누군가 뿐 만이 아닌, 이를 듣고 있는 모든 사람과의 유대관계가 끊어지기도 하고, 심지어 사람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그때 나와 함께 했던 친구와 선생님, 가족에게 매우 미안해졌습니다. 하지만 전학을 갔다 오고 나서부터는 제게 너무 많은 변화가 찾아와서, 친구와 싸운 적도 거의 없었습니다. 이때 저는 만약에 친구와 싸우게 됐다면 과연 어떻게 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저 친구가 화를 풀릴 때까지 기다릴까, 아니면 소리를 지르면서 내 말을 들어달라고 요구했을까. 아마 침묵과 외침은 둘 다 좋은 선택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스승이 말한 것처럼 서로를 믿는 사람(매우 가까운 사람)은 말을 하지 않아도 어떻게 해야 될지를 압니다. 그렇기에 서로 불화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그 친구의 마음에 맞춰서, 그 친구와의 거리에 맞춰서 작은 목소리로 얘기를 나누는 것이 화해를 기본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침묵과 외침은 자신의 심정을 대변할 수는 있지만 친구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속삭이는 말이 자신의 애타는 감정을 대변할 수는 없을 수 있지만, 그 친구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큰 동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깊이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야기는 ‘두 번째 화살 피하기’ 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에서도 스승과 제자가 등장했습니다. 스승이 말하기를, 누군가의 화살을 맞는다면 아프겠는가? 라는 질문에 제자는 아프다고 하고, 스승이 다시 맞은 자리에 화살을 맞는다면 아프겠는가? 라고 질문을 하자 제자는 몹시 아프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화살에 맞으면 아프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맞은 자리에 한 번 더 맞는다 생각하면 정말 끔찍할 것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스승이 꺼낸 이유는 바로 첫 번째로 맞은 화살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의미하고, 두 번째로 맞은 화살은 그 사건에 대한 자신의 감정적 반응을 나타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살아가면서 화살을 안 맞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첫 번째 화살은 맞은 뒤, 저희가 곧바로 감정적 반응을 한다는 것입니다. 즉 두 번째 화살을 우리 자신에게 쏘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했습니다. 우리 자신에게 쏜 두 번째 화살로 인해 아픔이 배로 증가하게 되면서 우리 자신을 절망에 빠뜨리기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이건 제가 한 친구와 있었던 일입니다. 처음에는 어색하여 말도 못 꺼냈지만 서서히 서로가 마음을 열면서 친하게 지내게 됐는데, 어느 순간의 오해가 발생하여 거의 절교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됐습니다. 오해라는 첫 번째 화살에 맞게 된 것이죠. 하지만 그 뒤가 문제였습니다. 저는 이러한 사태가 일어난 것이 저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여 미안한 감정에 따른 자책감과 절망감으로 인해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까지 서먹해지게 됐습니다. 두 번째 화살을 계속해서 이미 맞은 자리를 향해 쏘고 있던 것입니다. 하지만 아픈 것을 알고도 멈출 수 없었던 것이 가장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첫 번째 화살을 맞고 아프다고 하는데도 계속해서 두 번째 화살을 쏘다니, 정말 역설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두 번째 화살을 쏘는 이유는 자신을 반성하고 그 친구의 아픈 심정에 대한 최소한의 사죄라고 생각했기에 아파도 계속해서 쏘았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화살을 쏘지 않는 순간이 찾아오게 됐습니다. 바로 마음을 정리하고 자신의 방향성을 확 바로 잡은 순간이었습니다. 그 친구에게 미안한 감정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문득 이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좌절만을 한다면 바뀌는 것이 없을 것이고, 이러한 행동은 제가 그 친구에게 준 상처보다 더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렇기에 마음을 바로 잡고 과거의 실수를 교훈 삼아, 그 친구에게 끼친 아픔을 마음에 새기면서 다시 일어서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두 번째 화살은 나에 의해 쏘아지는 것이기에 내가 하지 않는 이상 그 무엇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말입니다. 그렇기에 첫 번째 화살에 직면했을 때 생각해야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가 이 두 번째 화살을 쏴서 맞을 것인지 아니면 마음을 바로 잡고 나아갈 것인지를 정해야 된다는 것을.
뭔가 이 책을 읽으면서 중학교 때 읽었던 ‘지혜의 칠판’ 이라는 책이 떠올랐습니다. 어떠한 일상 속 상황을 예시로 들어주고 그 상황에 감추어진 의미를 알려주고 깨달음, 지혜를 주었던 책이었습니다. 그 책을 읽고 제가 내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앞으로 마주하게 될 사건들을 어떻게 인식해야 되는지 등을 알았는데, 이번에 읽은 이 책 또한 저희가 평상시에는 못 느꼈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사건과 사람들 간의 만남,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이 결국 자신만의 길로 나아가는 또는 삶을 바라보는 자세를 갖출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습니다. 책은 자신의 파편을 찾는 방법이라고 누군가 말하였습니다. 아마 이 책이 그러한 책에 해당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실제 여행을 통해서 겪은 깨달음을 저희 독자에게 이질적이지 않고 마치 저희의 일부인 것을 다시 되찾아준 것 같은 익숙하면서 친숙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시간이 되실 때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낯선 느낌보다 그립고 정다운 느낌이 반기고 있을 거니까요.
사람들은 화가 나면 서로의 가슴이 멀어졌다고 느낀다. 그래서 그 거리만큼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소리를 질러야만 멀어진 상대방에게 자기 말이 가닿는다고 여기는 것이다. 화가 많이 날수록 더 크게 소리를 지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소리를 지를수록 상대방은 더 화가 나고, 그럴수록 둘의 가슴은 더 멀어진다. 그래서 갈수록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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