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전과 - 남녀관계에 대한 어느 편식男의 고찰
김정훈 지음 / 북뱅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연애와 관련된 책들을 꽤 읽어보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는데, 이런 시도는 낯설기도 하고 참신하기도 해서 눈길이 갔다. 일단 <연애전과>라는 책 제목부터가 신선하지 않은가. 어렸을 적 그러니까 초등학교때와 중학교때 많이 즐겨 찾았던, '교과서에 나오는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전부 적어놓은 책'을 일명 '전과'라 불렀던 시절이 있다. 물론 후에는 참고서라는 이름을 달고 우리 곁에 있었지만 초등학생 시절만 하더라도 '00전과'라 이름 붙은 책들이 꽤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전과"란 말 그대로 모든 과목을 아우른다는 뜻일 테다. 한 권의 책에 모든 과목을 다 아우르고 있기도 했고, 모든 해답들이 들어 있어서 전과라 이름붙인 사람들이 이리 생각했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책 <연애전과>에는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까지 다섯 가지 주요 과목에 연애를 빗대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책 속에서 까만색 글씨로 등장하는 것은 연애전과의 내용이고, 노란색(카키색에 가까운)으로 등장하는 건 누군가의 경험담이다. 이 책의 화자는 '선수'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인데 이 남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전과가 진행이 된다. 전과에 적힌대로 남자가 실행해보면서 좌충우돌 경험을 하는 플롯을 가지는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느끼는 것은 연애는 남자도 여자도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 책엔 남자들의 심리 상태를 꽤 적나라하게 느낄 수 있도록 적어 놓았는데 그것은 어떨 땐 찌질함을 넘어서기도 하고, 어떨 땐 안타까울만큼 바보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남자들의 심리를 알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한 번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여자를 어떻게 꼬시면 좋을까를 고민하는 스무 살 대학생때의 얘기부터 상대를 알만큼 알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서른 즈음의 이야기까지, 책 속에 등장하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은 어쩌면 그 나이또래의 누군가가 겪었을 만한 남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여자인 내가 읽어감에 있어서는 좀 신기했다.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적어 그 순간 순간의 자신의 느낌을 적은 책들은 종종 봐 왔지만, 객관적인 화자를 설정하고 거기에 누군가의 이야기를 투영하고, 그것들의 일반화를 통해 공식을 만들어내고 결론을 낸다는 것 자체가 말이다. 작가도 처음에 밝혔듯이 이 책의 공식이 모든 연애에서 통할 리 없고, 섣부른 일반화일지 모르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이렇게라도 알 수 있는 가감없는 남자들의 생각이 아닐까 싶다.


전과를 읽음으로써 학생들은 똑같은 답을 찾을 수도 있지만, 좀 더 독창적인 생각을 해 다른 답을 찾아갈 수 있다. 전과는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책이다. 연애가 잘 안 풀려서 이 책을 찾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읽고 조금이나마 기운을 차린 뒤 다른 해답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모든 연애가 이 책에 적힌대로 이루어질 리 없으며, 이것은 하나의 참고가 될 만한 책일 뿐 단 하나의 정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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