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했다면... 사랑한 것이다 - 사랑을 잃어버린 어른들을 위한 동화
이장수 지음, 이성표 그림 / 홍익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제목을 보고 선택한 책이었다. 감성이 뚝뚝 떨어질 듯한 제목이 아닌가.

<미워했다면... 사랑한 것이다>라는 제목 자체가- 

하지만 실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아닌 둘이 등장한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광고하면서 사랑하지 않는 둘이 등장하다니. 이 책은 처음부터 아이러니했다. 첫 장을 읽어보니까 사랑하지 않기만 하면 다행이게. 사랑하지 않으면서 미워하기까지 하는 둘이 등장했다. 그런데 외려 그것이 사랑했던 거라고 단정짓는 책 제목에 고개를 갸우뚱 하며 책을 읽어나갔다.

 

 

 

 

 

 

책의 주인공은 나무벤치와 가로등 둘이다. 같은 공간에 자리한 이들은 서로를 무지막지하게 싫어하는 사이이다. 제대로 이야기 한 번 나눠본 적 없지만 보고 있기만 해도 왜인지 모르게 싫다. 보이는 모든 것이 싫었으며 같은 공간에 있는 것도 싫었다. 그냥 사라졌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그러다 그 둘 사이로 여자와 남자 한 쌍이 등장하고 세 개의 계절동안 추억을 공유하고, 하나의 계절동안 그리워했다. 그리고 가로등이 떠나가게 된 날, 자신들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화해한다는 내용이다. 책의 내용은 짧게 간추린다면 이 정도가 될 것 같다.

 

사실, 책은 꽤 두서가 없는 편이다. 어른 동화를 표방해서인지 몰라도... 급박한 전개도 그렇고, 마지막에 서로에게 털어놓는 이야기도 그렇고. 어른 동화를 만들려다가 이도저도 되지 않은 느낌. 여백이 많아도 생각할 것이 있는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이 존재하는데, 이 책은 그 두 사이의 어느 지점쯤 되는 곳에 서 있는 꽤 어중간한 느낌이다. 하지만 책이 풍기는 느낌은 꽤 산뜻하다. 책의 곳곳에 있는 일러스트들은 굉장히 좋은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같은 나무들을 그려놓고 잎파리만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표현해낸 일러스트나 아래 보이는 초록과 파랑으로 이루어진 일러스트들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많은 색상을 사용하지 않아서 오히려 동화스러운 느낌이 살아난 일러스트였다고나 할까.

 

 

 

 

 

 

 

 

 

책을 읽으면서 "미워했다면 사랑한 것이다"라는 제목에는 끝까지 동의하지 못했다. 사랑을 하면서 빚어진 말과 행동들로 인한 미움은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무벤치와 가로등처럼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체로 미워한 경우에 끝이 좋은 경우는 실생활에서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체로 잘 모르는 체 미워한 경우엔 끝까지 잘 모르고 미워한 체로 끝나는 경우가 대체로기 때문이다.

 

난 오히려 이 책을 읽으면서 '오해'와 '이해' 사이의 미묘한 감을 보았다. 사람들이 하는 오해라는 것은 되게 사소하고도 어이없는 경우가 많으며 대체로 자신의 잘못된 편견에서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잘못된 것이 옳다 끝까지 우기는 경우도 많다. 그런 오해가 이해로 바뀌는 것은 어떤 한 계기가 되기도 한 마디의 말이 되기도 한다. 자신의 편견 때문에 생긴 오해는 의외로 이해로 바뀌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나무벤치와 가로등도 서로에 대한 오해가 깊어졌을 뿐이었고, 자신의 오해가 편견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아챘을 때 순식간에 오해가 풀려버렸다. 그리고 그동안 서로에게 무심했던 자신의 어리석음에 대한 용서를 구한다.

 

살아가면서 오해를 하는 경우는 얼마나 많을까.

또 오해를 풀고 이해를 하게 되는 경우는 얼마나 많을까.

이 책에서 느꼈듯, 자신의 편견에서 벗어나서 조금만 마음을 열어둔다면

충분히 상대를 이해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그것은 누가 시켜서 되는 것도 아니고 어느 순간 깨달아야만 가능한 것이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그 시간들을 누군가를 사랑하는 시간들로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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