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미안해
채복기 지음 / 문이당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솔직하게 이야기 해도 될까? 정말 가볍게 손에 쥐었던 책이었다. '가족'이라는 소재 자체가 참으로 찡하고도 가슴 아픈 것이기에, 이번에도 그렇겠거니. 울준비를 단단히 하고 손에 쥔 책을 반쯤 읽다가 말고 내던지고 싶었다. 나는 왜 이 책의 서평단을 하겠다고 손을 들었던 것일까,라는 회의도 들었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들의 나열이 짜증이 났을 뿐더러, 주인공의 안일한 생각이 키운 상황들이 너무나도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걸 다 읽어? 말아?의 고민에서 결국 다 읽자로 마음을 굳히고 책을 다시 잡는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그리고 역시나.. 다 읽고 나서도 그리 깔끔하지 않은 느낌이란- 불편한 진실을 마주했기 때문일까.

 

 

살아감에 있어서 이런 극단적 상황의 나열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아니, 이렇게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과연 드라마나 소설을 제외하고 몇이나 있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 작가는 이 극단적인 상황들로 인해 일어난 일들에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지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결국엔.. 많이 작아진 등을 가지고 있는 우리네 아버지의 힘듦을 알아달라 호소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부분을 보고 있자면 아무래도 우리네 아버지가 생각나는 게 사실이다. 어느 집이건 존재하는- 가족을 위해 직장에서 헌신하다 이제 소용없다 내팽겨쳐지는 아버지의 모습. 내가 직접 겪지 않아서 공감.....까지는 못하는 상황이지만, 어느정도 그 상황의 아버지들의 절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평생 일해온 직장에서 내쳐지고 나서의 허탈감,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될것만 같은 불안감, 가족에게 면이 서지 않는 구겨진 자존감까지. 책 속 주인공인 현서에게처럼- 대체로 직장에서 내쳐진 남편을 보는 부인들의 눈이 세모꼴이 아닌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테다. 조금은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다시 시작할 것을 차근히 둘러보고 찾아야 하는데, 무턱대고 남의 말만 믿고 시작한 사업, 그리고 어려워진 집안 사정. 그놈의 알량한 자존심이 무엇이라고. 모든 매듭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소통이 힘든 시대이다. 그래서 그런지, 부부 사이에도 대화가 없다고 들었다. 그저 아이들때문에 정으로 사는 거지 별다른 감정이 없다고- TV에 나와서들 그냥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글을 보고 나니 차라리 그렇게라도 같이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내가 여자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힘들게 살림을 꾸려가는 아내의 입장이 더 공감이 되는 건,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해도, 가족과 등져버린 남편을 원망하게 되는 것 또한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주인공 현서의 행동 하나하나가 참 많이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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