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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일로 돈 벌고 있습니다 - ‘청소를 제일 잘한다’는 업체로 거듭나기까지 청소업의 모든 것
박주혜 지음 / 설렘(SEOLREM)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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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누수로 인해 크게 공사를 하고 도저히 감당이 안될 것 같아(거거도 있고) 청소업체를 불러 청소를 맡긴 적이 있다. 물건이 다 있는 상태(생활청소)였고 먼지 자체는 공사먼지(공사청소)였기 때문에 이래저래 까다롭다며 더 많은 견적이 나왔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잘만 치워진다면.

당일에 왠 아저씨 2명이 와서는 정말 저렇게 하고 돈받는거야? 싶을 정도로 엉망으로 청소를 했다. 그나마 둘중 한명은 청소를 생전 처음해보는 사람 같았음. 가장 큰 문제는 '물건이 있으면 청소를 못한다'며 처음에 이야기한 것과 상반되는 주장을 계속했다는 것. 그런데 이 '물건이 있으면 청소를 못한다'는게 어느 정도 수준이냐면, 그 날 식탁에 두루마리 휴지가 하나 올라가 있었는데 그 휴지를 핑계로 식탁은 못닦아 준다고. 내가 휴지를 의자로 옮기니까 그제야 걸레로 성의 없이 슥~ 하더니 '이런 식으로 하면 시간이 많이 걸려서 이런 식으로는 못해요' 란다. 청소 내내 걸레 빠는 모습 한번을 못봤고, 여기를 해달라면 이런덴 추가 요금이라 하고, 문을 닦아 달라하니 문고리만 시커먼 걸레로 슥 문지르고 문은 그대로 두고 벽 먼지를 털어달라하니 툭툭 치고 끝. 바닥은 발자국 천지. 나나 남편이나 정말 일일히 따라다니며 지적하고 화낼 의지도 없어서 됐으니까 꺼지라고 내쫓아버렸는데, 보니까 그렇게 마치고 뒷타임 청소를 또 가는 것 같더라. 이후 이 사람들을 중개한 곳과 정말 미친듯이 싸웠는데 거기도 정말 레알 꿋꿋. 환불은 안되고 a/s를 해주겠다는 것 뿐. 근데 a/s 받을게 없었음. 왜냐면 그날 나랑 남편이 새벽 3시까지 다시 다 청소를 했으니까. 나는 하루에 8시간씩 격무에 시달려야 버는 돈을 저 사람들은 정말 쉽게 버는구나, 돈이란게 대체 뭐고 직업이란건 대체 뭘까? 하는 생각을 했고 나는 두 번 다시 청소에 있어서는 절대 사람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다.

이 책의 저자 또한 나와 유사한 에피소드로 이 책을 시작한다. 그런데 나와 저자의 차이점은 저자는 아예 이런 일을 계기로 청소업에 뛰어들었다는 것. 정형화된 결과물과 전문가가 없는 업계에서 그것을 구축해나가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책 제목만 봐서는 "돈과 성공"에 집중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고, 황무지 같았던 분야에 잘 닦인 도로를 낸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놀라운 포인트는 제대로 일하는 업체를 꾸린 것에 그치지않고 이런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학원을 만들 생각을 했다는 것. 청소학원이라니! 정말 놀랍지 않은가ㅎㅎ

사람은 다들 제각각이어서 유사한 경험을 하고도 완전히 다른 깨달음을 얻는다. 나는 내 남은 여생 동안 두번다시 청소업자들과 말을 섞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는데 저자는 제대로 된 청소 업체를 만들고 그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는 학원을 만들자는 결심을 했다는데서 성공할 사람은 그릇이 다르구나 를 다시 한번 느꼈다는ㅎㅎ (=내가 소시민으로 남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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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 난 물고기 모어
모지민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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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의 발달 과정에서도 '남을 얼마나 잘 모방하는지'는 중요한 내용 중 하나다. '사회성'이라는 짤막한 단어 하나로 모든 것을 요약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얼마나 고생스러운 일인가. 


이토록 모든 것을 초월한 듯(물론 진짜 초월은 아닐듯, 사람이란 언제나 예상치못한 상처를 받는 존재)한 상태가 되기까지 무수히 많은 일들을 겪었을테고 다행히(?) 최고의 자리에 올라 그간의 일들이 어느 정도 보상되는 감도 있었으리라 짐작만 해볼 뿐. 


모어(More)이기도 하고 모어(毛魚)이기도 한 모지민의 삶. 남자도 여자도 아닌 그 이상을 의미하는 More. 그리고 털난 물고기라는, 아주 이질적이고 낯설고 이상한 존재인 毛魚는 모지민이 평생 살아오면서 느꼈던 본인의 정체성이 것이다. 


이런 류의 책은 내가 알던 사람도 다른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힘이 있다. 아마 '모지민'을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게 이 책은 굉장히 낯설게 읽힐 것 같다는 .


+ "드랙"이라는 개념은 알고 있었는데 그런 개념을 지칭하는 용어가 "드랙"임은 이 책을 통해 알게 됐다. 드랙은 트랜스젠더와는 다르다. 전자는 남성이 여성을 표현(쉽게 말해 여장)한 게이 문화의 하나, 후자는 아예 생물학적 성을 바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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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기관차
입 스팡 올센 지음, 정영은 옮김 / 진선아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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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 안데르센상 수상 작가이자 덴마크의 국민 동화작가인 입 스팡 올센의 대표작, <꼬마 기관차>를 보았어요. 꼬마 기관차는 역 내부에서 날마다 같은 선로를 오가며 화물차를 토잉하는 일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꼬마 기관차는 무작정 기차역을 탈출하여 생애 첫 여행을 시작합니다.

모든 여행에는 끝이 있고 좌충우돌 했던 꼬마 기관차의 여행에도 끝이 있지요. 저는 이 이야기의 진가는 결말, 이 이야기에서 담아낸 ‘여행의 끝'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 끝이 어떤 끝인지는 스포가 될 것 같아 자세히는 말할 수 없지만- 다분히 현실적이라고만 밝혀둘게요ㅎㅎ

여행이 요원해진 시대, 그나마도 언택트에 가까운 여행만이 가능한 시대인지라 기차 여행은 정말 전생의 일만 같은데.. 이 책을 보니 기차를 타고 산을 넘고 들을 지나고 강을 건너고 국경을 통과하고 했던 일들이 절로 떠올라요. 무료하고 버거운 일상을 버티게 하는 것은 빛나는 추억이라는 말을 살짝 남기고 싶어집니다. 거거가 기차를 타면 어떤 반응일지 새삼 궁금해지네요ㅎㅎ

이 책은 진선출판사의 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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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함께 티테이블 위 세계정복 - 스물아홉 개의 디저트로 기억하는 스물아홉 번의 여행
길정현 지음 / 빈티지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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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조용했을 때 국경은 장애물이 아니었다. 점심으로 우동을 먹으러 도쿄에 다녀오고, 공연을 보러 대륙을 건너가고. 그런 일도 꽤 있었다. 기본적으로 국경을 넘는 행동은 낯설음을 일부러 취하는 행동이다. 이국적인 풍광, 불가해한 타국의 문자, 달라지는 화폐의 단위같은 낯선 체계로 순식간에 돌입하는 것이다.

일상의 시선, 특히 다 안다는 듯한 눈빛이 지겨울 때가 있었다. 그런 눈빛을 일부러 훌쩍 떠나오면 낯선 곳에서 상대의 눈썹마저 고심해 의도를 헤아리게 된다. 그런 수고로움조차 휴식일 때가 있었다.

낯선 곳에서 마주하는 어떤 상황을 글로 사진으로 그림으로 남기곤 하는데 대부분은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지만 함께 오지 못한 이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동행하지 못한 이는 사람일 수도 있고 반려동물일 수도 있다.

평소 길정현 작가는 국경을 자주 넘고 (직업- 국내 제 1의 항공사에서 10년 근속했다-의 이점의 살려) 비교적 수월하게 넘는 사람이었다. 그리하여 그만의 지혜가 담긴 동선으로 세상을 다녔다. 1)물 건너 온 것들과 2)건너가서 본 물들을 느끼하지 않게 소개하고 지치지 않을 정도의 정보들을 산뜻하게 제공하는 그의 글과 사진을 나는 퍽 좋아했다.

길정현 작가의 전작 『이탈리아 고작 5일』, 『그리하여 세상의 끝 포르투갈』, 『프로방스 미술 산책』 은 작가가 국경을 넘어 찾아간 곳에서 경험한 여행과 탐방과 순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번 신간 『고양이와 함께 티테이블 위 세계정복』 에서는 작가가 작가의 집 티테이블로 소환한 지난 여행의 경험을 다루고 있다. 작가는 현지에서 공수한 장비, 재료에 자신의 기억을 함께 넣어 직접 29개의 디저트를 준비하고 그 시간을 함께 사는 고양이 ‘감자’와 함께 나눈다. 나는 오후의 티테이블에서 주인이 들려주는 낯선 곳의 정서와 그 지역의 디저트의 유래, 레시피까지 접할 수 있는 감자가 참으로 부러웠다.

그동안 게시물 하나조차 차분히 바라볼 틈 없이 지냈다. 그나마 잠깐 주었던 시선도 이내 새 게시물들에 밀려 사라지거나 누군가의 좋아요 알림에 떠밀려 사라지고 마는 빠른 세계를 살고 있었다.

찻물이 끓는 걸 기다리는 그 1분 동안 봤던 사진. 비오는 오후, 하교하는 아이를 위해 교문 앞에서 한 손으로 우산을 받쳐 들며 봤던 사진. 환승하러 멈춰 선 플랫폼에서 도착알림 앱과 번갈아가며 봤던 사진. 끼니 때를 놓쳐 드라이브스루에서 빅맥세트를 기다리며 운전석 창문 열고 바람 맞으며 봤던 사진. 상사에게 깨지고 옥상으로 향하는 비상계단 난간을 붙잡고 봤던 사진.

그동안 내가 길정현 작가의 일상에 틈틈이 보냈던 눈길이 『고양이와 함께 티테이블 위 세계정복』 의 형태로 묶여 있다. 책을 읽으며 눈에 익은 사진과 글을 볼 때마다 그때의 내 일상이 퍼즐처럼 조합되는 경험을 했다.

『고양이와 함께 티테이블 위 세계정복』 은 두께 17mm, 너비 128mm, 길이 170mm 의 컴팩트한 판본이다. 이 물리계 안에서 가장 먼 거리가 침대에서 책상까지라면 같은 논리로 가장 무거운 건 가방 속에 들어있는 모든 물품이리라. 이 책은 물리적으로 무겁지 않다.

• 요약

- 공저자가 고양이다

- 그 고양이의 이름은 ‘감자’다

- 감자와 함께 하는 여행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 전염병 창궐로 감자와 함께만이 아니라 여행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

- 작가는 지난 여행의 추억을 티테이블에 펼쳐 놓았다

- 현지에서 공수한 재료와 장비를 바탕으로 저자가 직접 국가별 디저트를 티테이블 위에 재현한다

- 지역별 문화사적 정보와 여행의 소회, 디저트의 유래와 레시피를 함께 제공한다

전염병의 창궐로 일상의 기준이 다시 세워지는 시기를 맞고 있다. 어정쩡하고 막연히 답답한 기분을 없애기 위해서 넘을 수 있는 국경조차 없다. 여행이 비일상이었던 건 일상이 있어서였는데, 집에서 일과 휴식을 겸하다 보니 슈뢰딩거의 휴식처럼 ‘이것은 휴식하는 것도 휴식이 아닌 것도 아니여’가 되어버렸다.

『고양이와 함께 티테이블 위 세계정복』 덕분에 조금 숨통 트이는 주말을 보냈다. 나의 경우에는 티테이블에 9살 아이를 앉혀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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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함께 티테이블 위 세계정복 - 스물아홉 개의 디저트로 기억하는 스물아홉 번의 여행
길정현 지음 / 빈티지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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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귀여움보다 더 깊이있는 세계 각국의 디저트와 그에 얽힌 여러 이야기. 귀여움은 거들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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