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씨 있어요? 시인의일요일시집 27
고성만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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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사면 시보다 먼저 시집 해설을 먼저 읽을 때가 있습니다. 바로 이 시집이 그랬습니다.

시집 해설을 쓴 차창룡 시인은 고성만 시인을 '시를 사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삶이 시와 같다는 의미였는데, 시를 읽다보니 정말 딱 맞아떨어지는 표현이었습니다.

평상심이 곧 시라고 해설처럼, 고성만 시인의 시는 일상의 다양한 경험을 시적 장면으로 풀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메시지나 주제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보여줄 뿐입니다.

그래서 시의 여백이 아주 많기도 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풍경에서 나와 우리의 모습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읽다보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집이었습니다.

그리움은 대책 없이 무언가 치미는 것
불행은
제 그림자가 길어지는 것 - P15

내 이런 날 올 줄 알았어
천사들 없는 세상

이젠 어떻게 살지? - P21

마음을 도둑질할 기술은 어디 없나요?
뒤늦은 후회하지 마세요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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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씨 있어요? 시인의일요일시집 27
고성만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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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삶이 이렇게 딱 붙어있는 시와 시인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들어지는 시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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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너는 시에서 떨어져 나온 한 조각일지도 시인의일요일시집 26
서진배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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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으면 시인의 아픔과 슬픔이 내게도 전해지는 것 같아 조금 어색한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호흡을 가다듬고 조용히 천천히 읽어내면 시인의 그 아픔과 슬픔이, 내가 지닌 아픔과 슬픔을 다독이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이사한 집의 벽에 함부로 못을 박을 수 없는 슬픔과 가난을 시로 써내고

병문안을 갔다가 조금 더 있다 가라며 붙잡는 이 모르게, 시계를 보고, 눈빛을 교환하는 풍경을

시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마음 깊숙이 훅하고 들어와버린 시가 아프면서도 평안합니다.

일상의 망설임과 섭섭함과 아픔을 위로해주는 시라는 생각에

시를 한 편 한 편 아껴서 읽었습니다.

슬픔을 예민하게 감각하면서도 슬픔에 함몰되지 않는 시의 힘을 새삼 느꼈습니다.

정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나에게는 울지 못하는 병을 앓는 아이를 둔 친구가 있습니다

몸이 한 그루 고무나무처럼 자라는 아이를 보며 나는

네 아이가 웃는 얼굴 때문에 3월이 오고 또 봄이 오는 것 같다, 말하면 친구는

딱딱해져 가는 몸 때문에 얼굴에 웃는 표정 하나면 거우 남은 아이가 어떻게 우는지 너는 아니? - P118

어떤 위로는 하면 할수록 더 아파진다는 것도 모르고, - P105

입을 다물어야 합니다
가벼운 말이 얼마나 무거운지도 아니까요

나를 작게 접으면 가벼워질까요 나는
작게 접힌 사람을 가볍게 보니까요 - P77

너의 침묵이 시에서 떨어져 나온 한 조각의 여백이라는 걸,
너의 비틀거림이 시에서 떨어져 나온 한 조각의 걸음이라는 걸,

그래서
너에게 손보다 가슴을 베일 때가 있다는 걸,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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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너는 시에서 떨어져 나온 한 조각일지도 시인의일요일시집 26
서진배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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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발굴한 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읽는 내내 행간에 스며있는 슬픔이 마음을 적시고, 내가 살아온 흔적들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삶의 고단함과 가난을 토닥토닥 다독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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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게나, 쥐똥나무 시인의일요일시집 25
박길숙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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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숙의 첫 시집 <아무렇게나, 쥐똥나무>에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동일자적 사고에 대한 위험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상대를 나라고 느끼"는 서정시의 동일성 원리를 오히려 동일자적 폭력의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그것은 상대에 대한 존중이 아니라 오히려 상대에 대한 폭력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민주시민 혹은 근대시민이 갖추고 있어야 할 개별성의 가치를 시로 역설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러한 세계에서는 사소한 차이도 혐오의 대상이 됩니다. 멸시와 학대로 표출되는 혐오는, 동일성의 극단에서 파시즘으로 이어집니다.  "Watchdog"이란 시를 보면 이런 논리가 쉽게 이해됩니다. 동일성의 감옥에 갇혀 있는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우리 시대와 사회에 대한 고통스런 목소리에 대한 시적 응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물론 서정적인 작품들도 많습니다. 등단할 때 워낙 주목을 받았던 시인이어서 이 첫시집을 오래 기다렸습니다. 역시 기대에 부응합니다.  

무거울수록 쳐지는 생각처럼
감나무는 시선이 많은 쪽으로 자란다
이 나무는 몇 번의 출산을 하고
풋감이 붉어질 때까지 얼마나 많은 가슴을 내주었을까
담벼락을 넘어선 생각은 내 것일까 네 것일까 - P56

뾰족한 누나를 닦으며 엄마는 웃음을 빨랫줄에 내다 걸었다
저렇게 말라 가다간 남는 게 없겠어
깎을수록 뾰족해지는 흑연처럼, 찌르기 위해 태어난 울음처럼 - P64

덮어 버린 책, 접힌 구석에서 어둠이 자라요
어둠은 구석을 좋아하고 구석은 나를 좋아하죠
내게도 구겨질 권리가 있나요?
아프다고 말하면 진짜 아파 버릴까 봐
나는 입을 앙다물고 몸을 말아요 - P66

목요일에서 금요일로 넘어가는 소리
아이들은 이유 없이 코피를 흘리고 어른들은 많은 이유로 술을 마셔요
코인 노래방에서 키스하던 애인은 혼자 남아 있을 거예요
향이 꺼지지 않게 밤새워 지키는 동생이 있고
내일 매출을 걱정하며 가게 문을 닫은 누나가 있어요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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