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너는 시에서 떨어져 나온 한 조각일지도 시인의일요일시집 26
서진배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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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으면 시인의 아픔과 슬픔이 내게도 전해지는 것 같아 조금 어색한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호흡을 가다듬고 조용히 천천히 읽어내면 시인의 그 아픔과 슬픔이, 내가 지닌 아픔과 슬픔을 다독이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이사한 집의 벽에 함부로 못을 박을 수 없는 슬픔과 가난을 시로 써내고

병문안을 갔다가 조금 더 있다 가라며 붙잡는 이 모르게, 시계를 보고, 눈빛을 교환하는 풍경을

시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마음 깊숙이 훅하고 들어와버린 시가 아프면서도 평안합니다.

일상의 망설임과 섭섭함과 아픔을 위로해주는 시라는 생각에

시를 한 편 한 편 아껴서 읽었습니다.

슬픔을 예민하게 감각하면서도 슬픔에 함몰되지 않는 시의 힘을 새삼 느꼈습니다.

정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나에게는 울지 못하는 병을 앓는 아이를 둔 친구가 있습니다

몸이 한 그루 고무나무처럼 자라는 아이를 보며 나는

네 아이가 웃는 얼굴 때문에 3월이 오고 또 봄이 오는 것 같다, 말하면 친구는

딱딱해져 가는 몸 때문에 얼굴에 웃는 표정 하나면 거우 남은 아이가 어떻게 우는지 너는 아니? - P118

어떤 위로는 하면 할수록 더 아파진다는 것도 모르고, - P105

입을 다물어야 합니다
가벼운 말이 얼마나 무거운지도 아니까요

나를 작게 접으면 가벼워질까요 나는
작게 접힌 사람을 가볍게 보니까요 - P77

너의 침묵이 시에서 떨어져 나온 한 조각의 여백이라는 걸,
너의 비틀거림이 시에서 떨어져 나온 한 조각의 걸음이라는 걸,

그래서
너에게 손보다 가슴을 베일 때가 있다는 걸,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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