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시간은 다 어디로 가는 건지-
17일은 <만추>가 개봉한 날이고, 난 그날 조조로 이 영화를 봤다. '만추'가 좋아서 그랬다. '해리가 샐리를 만날 때'인가 이 영화에서 만추란 실로 만추였다. 그후 난 만추가 좋다. 우울하고 그윽하며 어디선가 사랑이 시작되고야 말 듯한 느낌이 '만추'에선 느껴진다.
노랗고, 빨간 단풍은 없었으나 우울하고 그윽하며 어디선가 사랑이 시작될 것 같기는 마찬가지인 뿌연 안개 속의 <만추>는 좋았다. 저녁 노을 빛이 가득한 마지막 장면은 기다림의 끝이 만남이 아닐 것을 예고함에도 따뜻했고, 그 빛이 영락없이 날이 저무는 빛이기에 '만추'와 딱 들어맞는다. 웃으면서도 크게 웃을 수 없고, 슬프다 해도 울 수 없는 그 애매함의 아름다움이 가득한 영화 <만추>는 소란하고 강한 것에 길들어 버린 우리를 천천히 조용히 여과시키기까지 하는 듯
<만추> 어때요?
난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