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를 오른 쪽으로 두고 한참을 달려 용문산에 왔다. 주말에 집중적으로 몰려있는 수업을 장열하게 옮기면서 수양회에 왔다. 20년 째 이렇게 봄, 여름, 가을 빠짐없이 수양회에 온다. 밤부터 시원하게 비가 내렸고, 처마를 길게 뺀 숙소에 묵는 덕에 빗소리를 실컷 들을 수 있었다. 큰 창 너머로 용문산이 보인다. 좋다.
수양회 자체에 대한 소견은 아니다. 수양회관의 배경이 좋을 뿐. 수양회 자체는 나를 무력하게 한다. 3박 4일이라는 금쪽같은 시간을 소비적으로 보내야함에 가슴이 아팠다. 이 시간들을 보내면서 다시 또 할 수밖에 없었던 생각. 사람은 이기적이어서 그들에게 이익을 허하지 않는한 어떤 조직도, 모임도, 단체도 고스란히 세월의 힘 앞에서 무너지리라.
본래의 정체성이 과거에 힘을 발휘했다면 그 힘을 주어먹지 말고, 치열하게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적어도 내 생각은 그렇다. 또한 문제의 해결책을 잘 모를 시에는 원론으로 돌아가야 한다. 사실 학원생들이 흔들린다는 생각이 감지될 때 내가 제일 먼저 사용하는 방법은 내가 열공하는 것이다. 내 안에 열정이 되살아나고 내 안에 퍼 줄 양식이 많아지면 아이들은 그 물을 마시려고 당연히 모여든다. 뿐만 아니라 위에 계신 하나님께서 내가 충분히 먹일 만한 양식이 준비 되었다고 느끼면 그 분께서 나를 인정하시면 학원에는 아이들이 오게 된다고 나는 확신한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적어도 그 논리가 맞았다.
고로 교회의 정체성도 그렇지 않을까?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성경은 실로 위대하여 그 자체로도 힘이 있고, 우리가 그 안에 충만히 젖어드는 것이 우리의 첫째 과제이다. 그런데 그 일에 앞서 몇 안되는 사람들을 자꾸 굴리려고 하면 삐그덕 거리고 상처날 수밖에 없다. 아프다. 수양회에는 말씀도 없었고, 사랑도 없었다. 당연히 은혜도 없다. 빼어난 말씀이 없다는 것은 우리 교회의 존재 자체의 위협이 아닌지 -
암튼 이렇게 수양회를 다녀온 뒤 정신 없이 바빴다. 일하며 공부하며, 방학 중에 있는 아이 둘과 비비대를 치다보니 일주일이 지났다. 개인적으로라도 원론으로 돌아가야지 싶다. 원론이야 번하지 기도와 묵상 그리고 성경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