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끝내는 중학 세계사 2 - 근대와 현대 한 번에 끝내는 중학 세계사 2
김상훈 지음 / 성림원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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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에 끝내는 중학 세계사》는 스토리텔링의 형태로 중학생의 눈높이에 맞춰 쓰여진 세계의 역사이다. 입담 좋은 재간꾼이 풀어놓는 이야기 보따리를 부담없이 듣는다는 생각으로 평소 이 책을 꾸준히 읽는다면, 그것만으로도 학교 공부와 시험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역사는 쉽지 않은 과목이다. 역사적 사건의 배경과 원인, 전개 과정과 특징, 결과와 영향 등을 파악하는 것은 사실(史實=역사적 사실)의 전모를 이해하는 것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서사가 전개되기에 파악이 더욱 어렵다. 학생들이 겪어야 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역사책에 쓰여 있는 수많은 개념 어휘들이다. 한자어에 약하고 문해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어른들의 학창 시절에 비하면 오늘날의 교과서는 놀랄만큼이나 잘 만들어져있다. 하지만 세계의 역사를 압축해 한 권의 교과서에 싣다보니 그 한계도 뚜렷하다. 교과서는 바이블이 아니라 학습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교재, 즉 자료이기 때문이다. 《한 번에 끝내는 중학 세계사》가 교과서 해설서를 표방하며 스토리텔링의 형식으로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친절하게 세계의 역사를 풀어 설명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단원과 중단원의 제목은 중학교 역사 1 교과서의 목차와 완전히 같다. 중단원 내 소챕터의 제목들은 역사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독일은 왜 파리에서 독일 제국 건설을 선포했을까?"(2권 51쪽) 그러면서도 "민족주의의 확산과 이탈리아와 독일의 통일"이라는 부제를 붙여 어떤 주제를 다루는지 청소년 스스로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헤밍웨이는 왜 에스파냐에서 총을 들었을까?"(2권 198쪽) 등 독자의 흥미를 자아내는 제목들이 많이 보인다.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작품 배경은 바로 에스파냐 내전이었다.


이탈리아의 통일 영웅 가리발디의 행적은 감탄을 자아낸다. 그야말로 사심 없이 공적 가치를 실현한 대표적 역사 인물이다. '라틴 아메리카의 해방자'로 불리는 시몬 볼리바르 역시 그렇다. 그를 빼놓고서는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독립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볼리비아란 나라 이름도 그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 에콰도르 이 세 나라의 국기 모양이 비슷한 까닭도 그와 연관된다.


근현대의 세계사는 우리 역사와도 밀접하게 관련된다. 크림전쟁 후 러시아의 개혁 와중에 전개된 브나로드 운동은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 동아일보의 브나로드 운동으로 연결된다. 비록 중학생의 학습 편의를 위해 한국사와 세계사를 분리했으나, 중학 역사 1이 세계사고 중학 역사 2가 한국사로 교육 과정이 짜여진 것은 세계사적 인식과 관점 위에서 한국사를 이해하게 하려는 의도적 장치일 것이다.


세계 최초로 증기 기관차가 이끄는 철도가 놓여진 곳은 영국이었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양대 축구 클럽인 맨체스터와 리버풀의 오랜 라이벌 관계의 실마리를 여기서 풀어볼 수 있다. 산업혁명 초기에 일어났던 러다이트 운동(기계 파괴 운동)은 오늘날 로봇 확대로 인한 일자리 축소를 연상케 한다. 공유 경제 시대에 등장한 도어대시, 우버이츠 등의 긱 워커(Gig Worker)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정규직 채용 요구에 대해 그들은 고용 대신 로봇 배달의 무인화 서비스로 대응하고 있다. 자본의 폭주는 시대를 막론하고 비슷한 듯하여 씁쓸하다.



일본 덕분에 우리나라가 근대화 되었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해 저자는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며 명백히 반대한다. 또한 제1차 세계대전이 가져온 비극적 결과(사망자 1천만명, 부상자 2200만명)는 첨단 과학기술과 대량 생산 체제가 전쟁에 악용될 때 얼마나 처참한 결과가 나오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한다. 역사를 바라보는 저자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다.


터키에서 '조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무스타파 케말의 개혁은 놀랍도록 주목된다. 그는 오스만 제국의 술탄 제도를 폐지하고 대통령에 올라 공화국의 나라를 만들었다. 여성에게도 참정권을 주고, 베일을 쓰지 못하게 했다.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부르카의 가격이 치솟고 있다는 뉴스와 자못 비교된다. 가장 먼저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한 나라는 놀랍게도 뉴질랜드와 덴마크였다. 그 뒤가 영국(30세 이상)이다.


대공황에서 미국을 구했다고 평가받는 뉴딜 정책을 이끈 루스벨트의 개혁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의 허구성과 자본주의 경제의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그럼에도 그가 받았던 가장 많은 비판이 '공산주의자'였다는 사실은 오늘날 한국적 현실에도 여전히 유의미한 역사적 실화다. 국제노동기구 ILO가 만들어진 것은 1차 대전이 끝난 1919년이었다. 8시간 노동제, 주 48시간 노동 등 국제 표준도 만들어졌다. 그로부터 100여년이 흐른 2021년에 주 120시간 노동을 운운하는 자가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1960년은 '아프리카의 해'로 불린다고 한다. 그 한 해에만 17개국이 독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도 아프리카의 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은 유럽 열강이 자기들 멋대로 아프리카 분할의 원칙을 정한 1884년의 베를린 회의가 원인이다. 아프리카엔 국경선에 유독 직선이 많은데, 당시 열강들이 마음대로 국경선을 정하는 바람에 국경과 민족, 종교 분쟁이 그치지 않게 된 것이다. 역사가 단지 과거가 아니라 지금 현재에도 엄연히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가장 비극적인 반증이다.


세계사에서 '남북 문제'는 한반도의 남북 문제가 아니다. 지구 북반구의 선진국과 남반구의 저개발 국가의 경제적 격차를 일컫는 말이다. 거기에는 늘 빈곤과 기아, 질병 문제가 따른다.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신종 전염병의 문제는 저개발 국가에 훨씬 위험으로 다가온다. 이른바 '건강 불평등'이다. 지구 온난화 문제는 지금의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생활 속 작은 실천들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듯 《한 번에 끝내는 중학 세계사》는 청소년의 학습만이 아니라 일반의 성인이 교양으로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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