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쟁의 여섯 가지 얼굴
김한종 지음, 임근선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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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즐겨 먹는 떡볶이가 6·25 전쟁으로 인해 크게 확산된 음식이었다고? 부대찌개와 밀면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고추장 떡볶이는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고추장 떡볶이가 언제 생겨났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한국 전쟁 직후에 크게 확대된 것은 분명하단다. 전쟁 통에 식재료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고추장과 파만 있으면 간단히 만들 수 있어 원래의 떡볶이인 '궁중 떡볶이'를 빠르게 대체해 갔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음식이 그러한 것처럼 6·25 전쟁은 그저 지난 옛 이야기가 아니다.


전쟁의 발발일에 초점을 맞춘 '6·25 전쟁' 이라는 이름 대신 필자는 민족사와 세계사적 의미에 중점을 두어 '한국 전쟁'이라고 표현한다. 1950년 6월에서 1953년 7월까지 전개된 만 3년여의 전쟁은 남북한의 과거와 현재를 규정짓는 압도적 사건이었기에 다양한 모습과 영향으로 우리 곁에 남아 있다. 현직 교사를 거쳐 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한국 전쟁의 여섯 가지 얼굴》에서 이를 공간, 이동, 사람, 파괴, 기억, 국가 권력의 여섯 가지로 나누어 살펴 보고 있다.


책은 한국 전쟁의 시간적 순서를 따라가지 않는다. 공간과 사람을 오가며 그와 관련된 전쟁의 과거를 소환한다. 비록 과거를 이야기하고 있어도 그 관심의 시선은 늘 현재와 맞닿아 있다. 첫번째 챕터가 속초의 아바이 마을과 부산의 국제 시장으로부터 시작되는 것도 그런 이유일게다. 마지막 챕터를 통해서는 오늘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를 이해하게 된다. 일본의 부활과 재무장, 중국의 국제적 위상 강화 역시 한국 전쟁에 터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책은 전쟁이 가져온 분단의 고착화에 주목한다. 국토 위에 그어진 휴전선뿐 아니라 우리네 마음 속에 그어진 분단선. 남북 사람들의 심적(心的) 거리는 빨갱이와 반동분자라는 말만큼이나 멀리 떨어져 있다. 대북 정책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를 보면 그것은 남남 갈등에서도 여전한 문제다. 전쟁으로 터전을 잃은 이들과 가족을 잃은 이들, 전쟁 통에 남북 모두에서 버림받거나 이용되었던 이들... 동족상잔의 비극인 한국 전쟁은 우리의 역사와 기억조차도 좌우하고 있음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한국 전쟁의 여섯 가지 얼굴》은 6·25 전쟁과 그와 관련된 다양한 사실을 보여주는 풍부한 사진 자료를 실어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해 준다. 각 챕터의 마지막에는 별도 코너를 마련해 본문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한국 전쟁과 관련된 재미있는 주제와 에피소드들을 소개했다. 전쟁으로 생겨난 음식과 놀이, 한국 전쟁과 관련한 노래와 영화, 문화재 등이 그것인데. 해인사 팔만대장경과 오대산 상원사가 가까스로 폭격과 소각을 면한 이야기는 아찔하기까지 하다.


임근선 님이 맡은 책의 지도와 그림도 훌륭했다. 적재적소에 들어있는 작은 인물 일러스트들은 어린이 독자에게 친근감 있게 다가갈 수 있을 듯하다. 특히 전쟁 혹은 휴전선 등과 관련하여 실린 지도는 본문의 이해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정보들이다. 깔끔하고 시인성 높은 지도 자료가 무엇보다 좋았어서 지도의 수가 적은 것이 오히려 아쉬울 정도였다.


한국 전쟁의 여섯 가지 얼굴》은 6·25 전쟁이 우리에게 남긴 다양한 모습을 여섯 가지로 나누어 보여준다. 공간, 이동, 파괴 등으로 이름지어 구별하고 있으나 그것은 결국 사람, 사람의 기억과 마음으로 귀결된다. 책의 제목이 여섯 가지 '모습'이 아니라 '얼굴'인 것도 그런 이유이리라. 초등 고학년 어린이나 중학생들이 읽고 한국 전쟁이 이 땅에 남긴 다양한 의미들을 곱씹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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