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현대사 - 개정증보 3판
서중석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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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이든 사물이든 정말 괜찮고 좋은 것에는 굳이 수식어가 필요 없다. 세종과 이순신의 앞에 다른 미사여구를 붙이지 않아도 세종(혹은 세종 대왕), 이순신(혹은 이순신 장군) 이라는 말만으로도 그들의 위대함은 이미 빛난다. 굳이 덧붙일 말이 필요 없는 것이다. 성균관대 서중석 교수의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개정증보 3판)>도 마찬가지다. '서중석' 이라는 이름 하나로 이미 충분하다. 더 이상의 수식은 필요 없다.



뉴라이트의 역사 공격과 '건국절' 논란이 한창이던 2013년, 이 책의 개정판(2판)을 내어 우리의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풀어줬던 서중석 교수가 이번에는 개정증보 3판을 들고 돌아왔다. 책의 개정판을 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들었다. 개정의 수준과 범위에 따라 각기 다르겠지만 차라리 책을 하나 새로 쓰는 것이 더 낫다 라는 얘기도 있는 걸 보면 보통의 노고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하물며 개정증보 3판이라니~! 이 책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학자적 성실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나는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의 2005년 초판도 가지고 있다. 비교해 보니 초판은 365페이지, 이번 개정증보 3판은 503페이지다. 100페이지 훌쩍 넘게 새롭게 추가하고 보완했다는 것인데, 아무리 새로운 자료가 발굴되었다고 해도 이 정도의 분량이 늘어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책의 큰 줄기를 이루는 장·절의 제목은 초판과 큰 변함이 없다. 다만 각 절의 분량이 조금씩 늘면서 내용을 고쳐썼고, 사진과 자료가 교체되거나 추가되었다. 특히 초판의 '역사노트'가 '史+'로 바뀌면서 새로운 테마가 많이 늘어났다는 점이 눈에 띈다.


초판과 3판을 비교하며 또하나 드는 생각은 두 책의 페이지 숫자가 참으로 공교롭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거니와 초판은 365페이지, 이번 개정증보 3판은 503페이지다. 미리 말해두지만 이는 저자와 출판사의 의도가 개입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고, '한국 현대사'라는 제목을 너무 의식한 내 오지랖 넓은 상상력의 소산일 가능성이 크다.


아무튼 나만의 '소설'을 써보면 이렇다. 초판의 365페이지는 1년을 의미하는 365일이다. 우리가 사는 '오늘'을 대상으로 하는 '현대사'의 의미가 더욱 실감나게 다가온다. 3판의 503페이지는 그녀의 수인번호를 떠오르게 한다. 저자가 올해 초 20권으로 완간한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는 박정희 유신체제에 대한 분석과 재조명에 큰 비중을 두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책을 쓰면서 이 책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를 다시 손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였으니, '유신의 공주'였던 그녀에 대한 역사적 심판을 이렇게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은 아닐까? 서문에 실린 박근혜 퇴진 촛불 시위와 태극기 부대에 대한 저자의 짤막한 감상도 이를 뒷받침한다.



책은 한국 현대사와 희비와 명암, 영광과 치욕을 모두 있는 그대로 서술한다. 단편적 이해가 아닌 총체적 역사 이해를 위해 다양한 각도와 방면에서 우리 현대사를 조명하고자 노력했다. 자학사관은 은폐와 왜곡에 다름 아니기에 뉴라이트와 수구냉전의 논리를 엄준히 비판한다. 흔히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지만,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는 헤라이클레이토스 말처럼 나는 그것을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유사한 사례는 쉽게 찾아진다. 중앙정보부의 압력으로 일어난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는 정부지원금을 통해 진보적 시민단체를 옥죄었던 가카의 비겁함을 떠올리게 했다. 간첩단 사건을 조작해 반유신 투쟁에 나선 대학생들을 탄압했던 일은 대법원에서 무죄로 확정된 '서울시 공무원(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을 생각나게 했다. 시민이 늘 깨어 있어야 하는 이유다.


73쪽의 좌우합작위원회 사진은 조금 아쉽다. 사진이 너무 확대되어 실려서 앞줄 가장 왼쪽의 인물이 잘리다보니 왼쪽 6번째 인물이 김규식이라는 설명이 부자연스럽게 되고, 오른쪽 끝에 여운형의 얼굴도 반은 잘려나갔다. 차라리 초판 51쪽에 실린 사진이 더 낫다. 그러나 초판의 사진도 웹서핑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는 좌우합작위원회의 사진에 비하면 좌우 양끝이 조금씩 잘려나간 것이다. 2쇄에서부터는 꼭 수정된 사진이 실렸으면 좋겠다.


역사문제연구소장으로 역사 대중화에 오랜동안 앞장서 왔던 역사학자 서중석의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개정증보 3판)>. 제목에서 보듯 풍부한 시각 자료는 이 책과 시리즈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두드러진 큰 장점이다. 뉴라이트의 역사 인식과 국정 교과서를 단호하게 배격하면서도 좌우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시각이 돋보인다. 저자 스스로가 왕성한 연구와 저술 활동을 계속하고 있어 역사학계의 최신 연구성과를 가장 발빠르게 반영한 현대사 책이라는 점도 이 책의 신뢰성을 더욱 높여준다. 두말할 필요없이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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