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란다스의 개 (양장) TV애니메이션 원화로 읽는 더모던 감성 클래식 1
위다 지음, 손인혜 옮김 / 더모던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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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빨강 머리 앤>을 구입했다. 딸아이에게 선물하기 위해서였다. 워낙 책 읽기를 좋아하는 녀석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나를 구매의 길로 인도한 것은 책 표지에 실린 앤의 모습이었다. 앤을 알고 있는 이라면 이 앤의 모습을 보고 어찌 눈길을 돌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불가항력이다. 그 책은 바로 더모던에서 출간하고 있는 'TV 애니메이션 원화로 읽는 감성클래식' 시리즈의 2번째 책 <빨강 머리 앤>이었다.



딸아이는 다른 출판사의 것으로 이미 <빨강 머리 앤>을 읽은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굳이 이 책을 구입했던 것은 어렸을 적 내가 느꼈던 감동과 느낌을 딸과 함께 공유하고픈 욕심이었다. 그리고 오늘 더모던 감성클래식시리즈 첫번째 책을 만나보게 되었으니 바로 <플란다스의 개>. 이 책 역시 옛 추억과 감동이 그대로 살아있는 것 중의 하나이다. <빨강 머리 앤>보다 더 유년기에 읽었던 책인데도 말이다. 네로와 파트라슈의 죽음을 보면서 그 가슴 시린 슬픔에 어린 날 얼마나 울먹였던가! 이건 앤에 아직 흥미를 보이지 못하는 아들 녀석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워낙 어렸을 때 봤던 책과 애니였기에 제목이 의미하는 바도 신경쓰지 않고 봤던 것 같다. 이제 보니 <플란다스의 개>는 (영국인 작가 위다가 영어로 쓴 책이니까 영어식 발음이 기본임을 고려하면) '플랜더스' 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플랜더스는 바로 '플랑드르'였다. 프랑스 북부에서 벨기에를 거쳐 네덜란드 서부에 이르는 지역을 일컫는 플랑드르는 유럽의 역사와 예술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이름이다.


플랑드르 지방은 제1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과 독일군의 격전지로 '서부 전선 이상 없다' 라는 소설과 영화의 무대였다. 한편 린넨의 소재가 되는 아마의 80% 이상이 이곳에서 나오기 때문에 유명 브랜드의 린넨 옷은 거의 다 플랑드르산 린넨으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리고 북유럽과 바로크 미술을 대표하는 루벤스의 고향 안트베르펜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안트베르펜은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대도시인데, 영어식 명칭인 '앤트워프'가 더 익숙할지도 모르겠다.



작가 연보에 따르면 위다는 아버지에게 들었던 벨기에의 구전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안트베르펜으로 여행을 왔고 루벤스의 그림에 심취했다고 한다. <플랜더스의 개> 주인공 네로(넬로)는 그림을 좋아하여 화가가 꿈이었고, 가난으로 은화 한닢을 구하지 못해 휘장에 가려진 루벤스의 그림을 볼 수 없었다. 네로가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그림은 바로 안트베르펜 대성당에 있는 루벤스의 제단화였다. 이 그림 앞에서 네로(넬로)와 파트라슈가 추위와 굶주림으로 결국 죽음을 맞는 장면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렸던가!



수십 년의 시간을 격하여 다시 만나게 된 <플랜더스의 개>는 여전히 가슴을 시리고 아프게 두드렸다. 어렸을 때는 아로아(알루아)의 아버지 코제의 방해로 그녀의 영명축일에 초대되지 못했을 때와, 하나 밖에 없는 가족이었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가 가장 슬펐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다시 읽어보니 마을 사람들이 방앗간의 화재를 네로의 짓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코제 씨의 말에 장단을 맞추어 네로를 따돌리며 무시했던 부분이야말로 가장 아픈 장면이었다. 옮긴이 손인혜 님이 작품 해설의 끝에 던진 질문은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책은 170여 페이지의 비교적 적은 분량이고 TV 애니메이션의 그림들도 중간중간 들어 있어서 빠르게 읽을 수 있다. 아들 녀석에게 먼저 보라고 주었는데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다 읽었다고 해서 아이의 독서 습관에 문제가 있는 줄 알았다. 내용을 건너뛰며 중간중간 읽기,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빠르게만 읽기 등과 같은 좋지 않은 습관이 들었나 순간 의심이 일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아니었다. 그냥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던 것~^^



세상의 모든 것은 오리지널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도 그렇고 경험칙으로도 그렇다. 하지만 만화화된 것 중에 오리지널 만큼이나(혹은 그보다 더) 사랑받고 칭찬받는 작품이 있으니 바로 이 책 <플란다스의 개>와 <빨강 머리 앤>이다. 그런 원작과 만화를 한데 어울어 책을 만들었으니 이 얼마나 훌륭한 생각인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어릴적 추억을 곱씹으며 다시 한번 무한 감동과 슬픔의 바다로 빠져들고 싶은 이들에게, 그리고 소중했던 내 어린 날의 추억과 느낌을 아이와 함께 공유하고 싶은 이들에게 <플란다스의 개>를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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