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 책 읽어드립니다, 신과 함께 떠나는 지옥 연옥 천국의 대서사시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구스타브 도레 그림,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tvN의 '요즘 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 프로그램에 소개된 단테의 신곡을 이웃의 블로그에서 발견하고, 이참에 나도 한번 읽어볼까 하던 차에 이 책 <신곡>을 만나게 되어 기뻤다. 단테 알리기에리 라는 단테의 풀네임을 알게 된 것도 이 책 덕이다. 하지만 역시 고전의 힘인가? 그리 쉽사리 곁을 허용하지 않아서 읽어내느 데 상당한 품이 들었다.

톰 행크스가 주연했던 영화 <인페르노>에서 단테의 신곡 '지옥' 편의 그림을 봤던 기억이 있는데, 책 목차 바로 옆에 실려 있어 반갑기도 했다. 단테는 서른다섯의 어느 성 금요일에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를 만나 지옥 여행을 시작한다. 연옥에까지 단테를 인도하며 길잡이를 했던 베르길리우스는 천국의 문앞에서 베아트리체에게 그를 넘긴다. 단테가 평생 가슴에 품었던 사랑 베아트리체와 함께 그는 천국을 둘러보며 하나님의 사랑과 영적인 깨달음을 얻게 된다.



지옥과 연옥을 지나 천국으로 가는 영적 여행기라고 할 수 있는 <신곡>은 당시의 중세적 신학관을 단테가 풍부한 상상력으로 재현한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기본적 지식은 물론, 단테가 생존했던 중세 말 이탈리아와 피렌체의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 보인다. 당대의 시대상에 대한 간단한 해제가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지옥' 편에는 다수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주목되는 건 교황과 주교·수도원장, 황제와 국왕, 상인과 자본가 등인데 그중 상당수는 단테가 살면서 만났던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그들을 모두 지옥에 보내버린 셈이니, 이와 관련된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얼마나 신랄하고 끔찍한 책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피렌체를 떠나 타향을 떠돌며 결국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망명객의 원한이 담겨 있는 듯하다.

<신곡>을 읽으며 가톨릭에서 얘기하는 '연옥'의 개념과 '파문'의 의미를 이해한 것은 큰 소득이다. 특히 중세인들에게 갖는 '파문'의 의미는 실로 막대했을 것으로 보인다. 교황에게 파문을 당하면 설사 죽는 순간 용서를 받는다 하더라도 생존한 햇수의 30배에 달하는 고행을 더 해야 한다는 것. 또 연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은 살아있는 자들의 기도라는 것이다.

마지막에 해당하는 '천국' 편의 시작 부분은 앞의 지옥 편과 연옥 편의 내용과는 확연히 다른 문체와 설명으로 채워져 있어 당혹스럽다. 화자도 다르고 보는 시점도 다를 뿐 아니라, 마치 '천국' 편의 해설을 보는 듯했다. 234쪽부터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



책을 읽는 데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먼저 삽화의 위치이다. 본문의 내용과 삽화가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거나, 몇 페이지 뒤로 삽화를 옮기면 더 좋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삽화 하단에 간단한 소개나 설명이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한다. 번역이 어색하여 문장이 매끄럽지 못하거나 주어와 술어가 호응하지 못하는 비문도 종종 발견된다. 무엇보다 아쉬운 건 다수의 오타가 발견된다는 것이다. 한 문단 전체가 반복되는 오류도 있었다. 교정과 교열을 제대로 거쳤는지 의문이다.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산타 크로체 성당에는 피렌체 출신의 위대한 인물들의 무덤이 있다. 미켈란젤로, 마키아벨리, 갈릴레이 등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명 인사들이 많다. 단테의 무덤도 있는데, 사실 이것은 빈 무덤이고 그의 진짜 무덤은 라벤나에 있다고 한다. 단테의 유해를 돌려받지 못한 피렌체인들이 아쉬움을 달래고자 빈 무덤을 만들고 성당 앞에 동상을 세웠다는 것이다. 몇년전 이탈리아 여행시에 들었던 가이드의 설명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 추억으로 읽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