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4 - 1926-1930 학생 대중아 궐기하자 (박시백의 일제강점기 역사만화) 35년 시리즈 4
박시백 지음 / 비아북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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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북에서 나온 박시백 님의 <35년>은 일제 강점기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만화책이다. 1-3권은 이미 출간되었고, 이번에 4권과 5권이 동시에 나왔다. 1~3권을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기에 4, 5권의 출간 소식이 더욱 반가웠다. 그중 1920년대 후반을 다루고 있는 4권을 손에 들었다.

1920년대는 3.1 운동을 경험하며 역량을 자각한 다양한 계층들이 독립운동과 사회운동의 주체로 일어서며 일제의 '문화통치'로 다소 넓어진 합법공간을 활용하여 폭넓게 운동을 전개한 시기이다. 특히 사회주의 사상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며 독립운동 진영 내부의 이념적 스펙트럼도 다양해졌다.


일본 제국주의는 독점 자본주의의 다른 모습이었기에 자본주의를 근본에서부터 부정하는 사회주의를 가장 위험시했다. 그에 따라 1925년 치안유지법을 제정했고, 국내 사회주의 세력이 결성한 조선공산당은 수차례 궤멸적 타격을 입었다. 만주의 한인 사회주의자들은 코민테른의 1국 1당 원칙에 따라 어쩔수 없이 중국공산당에 가입해 중국혁명과 조선혁명이라는 두가지 과제를 안게 되었다. 조국과 영토를 잃고 타국 땅에서 눈치를 보며 운동을 벌여야했던 설움은 독립운동 시기 내내 이어졌으니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독립운동 진영의 분열은 민족주의와 사회주의의 대립은 물론 같은 계열 안에서도 내홍이 심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족유일당을 건설해 항일투쟁의 역량을 통합하고자 했던 안창호의 노력은 주목된다. 사실 3.1 운동 후 각지에 수립된 임시정부를 통합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던 것도 도산이었다. 도산 선생의 혜안이 존경스럽다. 안타깝게도 국외 독립운동세력은 단일전선을 만드는 데 실패했으나, 국내는 신간회가 출범하며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 사회주의 세력의 신간회 해소 주장을 "조선의 현실을 모르는 국제조직의 관념론을 직역"한 것이라는 안재홍의 비판은 매우 날카롭다. 권위에의 복종, 도그마, 교조주의는 좌우를 넘어 언제나 경계할 일이라는 것을 새삼 절감한다.



복벽파와 공화파로 나뉜 서간도 독립군의 유혈 충돌, 김좌진이 이끌던 신민부 군정파가 한인 주민의 모임을 민정파의 비밀회의로 오인하고 습격해 다수의 사상자를 낸 사건 등은 자유시 참변만큼이나 처참한 일이었다. 광주학생항일운동에 대한 첫 연대시위는 목포상업학교였다. "우리의 연대투쟁을 통해 광주학우들에게 외롭지 않다는 걸 알려주자"던 학생들의 목소리는 한진중공업 파업사태 때 시민들이 보여준 희망버스를 연상케 했다. 처음 알게 된 송학선의 의거와 죽음은 큰 감동이었고, 평양 고무공장의 임금 삭감을 막아낸 을밀대 여성노동자 강주룡의 마지막은 너무도 외롭고 쓸쓸하였다.


부산,동래 지역의 학생 비밀결사였던 혁조회가 검거되어 9명 중 3명이 옥사하거나 고문후유증으로 출옥 후 사망했는데,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고문경찰관은 노덕술이다. 광복 후 체포한 의열단장 김원봉의 뺨을 때렸다는 친일경찰 바로 그 사람이다. 반민특위가 노덕술을 체포했을 때 이를 비판하며 석방을 종용했던 인물은 대통령 이승만이다. 그리고 반민특위는 이승만의 지시를 받은 경찰의 습격으로 와해된다. 이것만으로도 우리가 일제강점기 역사를 분명히 알아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다.



충실한 자료조사 - 60권짜리 <한국 독립운동의 역사>를 제외한 단행본 참고문헌만도 100여권에 달한다 - 를 바탕으로 엮어낸 <35년>을 통해 우리는 학교에서 들어보지 못한 독립운동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 속살이 언제나 아름다운 건 아니다. 오히려 어처구니 없거나 화가 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독립운동의 피나는 노력과 성과는 물론이요 부끄럽고 치욕적인 한계도 가감없이 드러내 독립운동을 미화하지 않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책 말미의 연표와 인물 사전은 독자에겐 선물 같은 보너스이다. 나중에 시리즈가 완간되면 연표와 인물사전을 엮은 한권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박시백 님의 <35년>은 일제 강점기 35년을 5년씩 끊어서 풀어내고 있다. 그러니 전 7권일 것인데 현재 5권까지 나왔으니 이제 7부 능선을 넘어 두 권이 남아있을 뿐이다. 6, 7권의 발간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저자가 힘내어 끝까지 완주하기를 기원하며 마음 속으로 격한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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