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별일 아니라는 태도로 살아가는 담담함. 일희일비하지 않고 크게 흔들리지 않는 균형감사람 사이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든 삶과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p116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잘 안 변한다는 걸 비꼬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변한다는 건 오히려 우리 삶에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그것은 유연한 것, 자연스러운 것, 갇혀 있지 않은 것이다나는 고쳐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요즘은 '절대'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결심 같은 걸 하는 일도 드물다 가능하면 무언가를 정해두지 않으려고 한다 계속 흔들리몌서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p134 무언가를 얻는다는 건 그것의 장점과 단점 모두를 얻는 일이다 그런 걸 생각하면 무언가를 얻는다는 게 마냥 좋은 건 아니지 싶다 반대로 무언가를 가지지 못 하는 게 마냥 나쁜 것도 아니고. 가지건 몬 가지건 저마다의 좋음과 나쁨이 있다 세상엔 완전히 좋기만 한 것도, 완전히 나쁘기만 한 것도 없는 게 아닐까 우리는 남이 갠 걸 부러워하지만, 그가 그것으로 받게 되는 스트레스와 고난은 잘 보지 못하는 법이다p200 어쩌면 우리는 무엇이 되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닐지도 모른다 이 세상을 관찰하기 위한 관찰자로, 혹은 구경하는 여행자로 태어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산책은 잊고 있던 내 역할을 상기시킨다 시선을 나에게서 바깥으로 돌리게 한다p219 한 시기를 함께하던 사람도 때가 되면 멀어지게 된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멀어지기도 하지만 보통은 특별한 이유 없이 멀어진다 굳이 이유를 찾는다면 '시간'일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모든 것이 퇴색하고 소멸한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다 관계도 마찬가지여서 언젠가는 끝나게 된다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그저 '평범하게 남들처럼' 살고 있을 줄 알았다보통, 평범이라는 게 애써도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안다때로는 너무 대충 살고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차피 답이 없는 인생, 지금은 흘러가는 대로 살아보려 한다책 속에서 '대충이라도 하면 다행'이라고 했는데 일단은 하고 있으니까.....
진주처럼 아름다운 소년 '신주로'가 그려내는 핏빛 지옥도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은?이름은 유리 린타로라고 한다 말할 것도 없이 제2의 사건이 일어나기 전, 세 번이나 나를 찾아온 그 사람이다.실제 그는 묘한 인물이었다 언젠가 형수도 말했듯 백발 머리를 보면 일흔 살 노인 같지만 건장한 몸이나 까무잡잡한 얼굴은 그가 아직 40대의 장정이란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의 날카로운 눈매를 보자마자 나는 그가 탐정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 첫인상은 틀리지 않았다 나중에 알게 된 바에 의하면 그는 일찍이 경시청 수사과장을 지낸 경력의 소유자였다대학 강사 시나는 동료 오쓰코쓰와 신슈 N 호반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기로 하고조카 유미와 단둘이 살고 있는 우도라는 의사의 저택에서 머물기로 한다호수에서 신비로운 미소년 신주로를 만나게 되고 신주로가 우도를 습격해 목을 베어버리는 참혹한 살인 현장을 목격하게 되는데.....일본의 국민 탐정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긴다이치 고스케 이전에 유리 린타로가 있었다고 한다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를 안 읽었보았기에 '요코미조 세이시'라는 작가가 낯설기도 했고 설레이기도 했다사건이 발생하고도 추리할 생각도 안 들정도로 읽기에 몰입이 되었다긴다이치 고스케의 데뷔작 <혼진 살인 사건>보다 무려 10년 전에 나온 오래된 작품이라 고전적인 트릭을 사용하고 있으나 고풍스러운 문체와 탐미적 분위기로 신비롭고 흥미로운 작품이다
기욤 뮈소를 세계적인 작가로 만든 바로 그 소설!강물도 바닷물도 끄지 못한 사랑, 죽음보다 더 강한 사랑이 온다십여 년 전 이사를 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었다일이 바빠 사람 사귀기도 쉽지 않았고 외롭고 우울한 마음이 들 때에 책을 읽었다그 때 기욤 뮈소, 더글라스 케네디의 책들을 읽었다<그 후에>도 그 무렵에 읽었다워낙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이라 내용이 가물가물했지만 읽다 보니 결말이 기억이 났다추리 소설은 아는 내용을 다시 읽고 싶지가 않은데 <그 후에>는 또 읽어도 여전히 흥미로웠다뛰어난 두뇌와 넘치는 자신감, 재력과 능력을 겸비한 네이선, 어느 날 그의 로펌으로 찾아온 죽음을 예견하는 메신저를 자처하는 의사 굿리치가 찾아온다어느 덧 삶보다는 죽음에 가까운 나이가 되었다 어렸을 때는 고통없이 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아프더라도 준비할 수 있는,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나의 죽음뿐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예견 할 수 있다면.....떠나는 사람도 남겨진 사람도 아프고 아쉬움은 많겠지만 상처나 후회하는 일은 줄일 수 있을 듯 하다내용을 알고 다시 읽어도 새롭고 재미있다
#신간#일억번째여름 #청예 #장편소설 #창비내게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지키고 싶은 사람은 늘 하나였다마지막 여름의 끝에서 우리는 새로운 계절을 꿈꿨다p46 인간은 노력을 통해 용기를 배운다 소망을 이룰 수 있다면 힘들 걸 알면서도 피와 땀을 흘리며 온몸을 부딪는다 고통을 감수한 채 앞으로 나아가는 힘. 나쁜 것들을 가슴으로 막아 내고, 용기에 등을 내어 주는 모든 움직임이 곧 노력이다 그러니 노력하는 우리는 곧 용감한 우리다그러나 인간은 노력을 통해 다른 것도 배운다 소망이 끝끝내 이뤄지지 않고 흘린 피와 땀이 수포로 돌아갈 때, 아무리 결심해도 바람이 실현되지 않을 때, 인간은 좌절한다p52 자연에는 악의가 없다 그래서 선의도 없다 그들은 사람을 살리거나 죽이기 위해 몸을 흔드는 게 아니다 그저 흔들리니 흔들 뿐이다p233 죽어간 조상들은 말했지 누구도 자연을 이길 수가 없노라고. 그 죽음에는 이유가 없다고 했다 원한이 없고, 증오가 없어 순수하니 너무 오래 슬퍼하지 말라 선량한 자들의 목숨이 아깝고 그리워도 어찌할 수가 없으니 살아남은 자들이라도 강해져야 한다고 했다 반면에 자연이 아닌 것에 의한 죽음에는 이유가 있다 원한이 있고, 증오가 있다 그러므로 타인에 의한 죽음은 불순하다p244 셀 수도 없이 많은 죽음을 목격했다 어떤 죽음은 당혼스러웠고, 어떤 죽음은 슬펐으며, 어떤 죽음은 나를 분노케 했다 죽음은 언제나 불변하는 결과만을 남겼다 하나의 생명을 영구적으로 앗아 가면서 남은 자에게 영구적인 절망을 주는, 원치 않는 교환이었다걷지 못하는 해독가 이록을 엎고 다니는 미미족 족장 주홍, 그리고 동생 이록과 미미족을 버리고 두두족인 된 형 일록 그리고 백금과 연두각자의 자리에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각자의 쓰임새를 다하고자 애썼던 5명의 젊은 청춘들 일억번 째 여름이 오면 한 종족은 멸망한다는 고대 선조의 예언에 따라 두두족은 미미족을 멸망시키려고 하고....서로를 지키고자 했던 선택과 희생서로를 보완하며 영원히 존속하기를"일억 번째 여름이 끝났어!"
우리 반격해야죠마음 단단히 먹어요제법 긴 싸움이 될 테니까p34 모르는 건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를 걱정하는 게 정확히 어떤 마음인지 알 수 없었다 상대의 안위를 염려하고 안타까워하는 연민, 행복하고 건강해지기를 기원하는 바람, 이토록 순수한 간절함이 걱정일까? 만약 그렇다면, 과거 자신이 했던 걱정은 미련한 판단 착오에 불과했다 눈을 가린 망아지처럼 두려움에 떨며 앞뒤 사정도 모른 채 제멋대로 날뛰었으니까.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감정이었는지는 시간이 흐른 뒤에 알게 되었다 깨달음은 늘 걸음이 느려터져서, 모든 일이 엉망이 된 후에야 한발 늦게 찾아온다p209 견뎌낼 것이다 아니 이겨낼 것이다 오래전 그날처럼 마지막까지 반드시 살아남을 것이다 마법의 아이니까. 눈먼 사신은 이번에도 저 아이만 사뿐히 비껴갈 것이다p215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 같은 원망을 그는 온 힘을 다해 내리눌렀다 찢어진 입술보다 더 큰 아픔이 가슴이 불길이 되어 번져 가고, 뜨거운 화상을 입은 듯 심장이 쓰려 왔다 그가 모든 족쇄에서 풀려 자유롭게 살아갈 동안, 하라는 점점 더 무겁고 큰 족쇄에 스스로 옭아맸다 그가 뛰고 웃고 사람들에 섞여 행복해할 동안, 하라는 마음속 철창 밖으로 조금도 빠져나오지 못했다테스터 마오가 폐기 처분된지 3년그 후의 이야기'이희영 작가님은 애초에 테스터2편을 염두해 두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테스터만으로도 이야기는 충만했고 여운도 많아서 이후에 이야기가 궁금하면서도 열린 결말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2편 미쳤다이희영 작가님 책은 첫 문장부터 빠져들어 마지막까지 읽다가 멈출 수가 없다넷플리스 보다 더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