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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트랩
에스와르 S. 프라사드 지음, 권성희 옮김 / 청림출판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2008년 금융위기와 함께 미국의 시대가 끝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집값 하락으로 시작된 금융위기는 금융자본들의 무자비한 탐욕과 부조리, 무감각한 직업윤리 등은 최고의 금융상품으로 세계를 선도해나가던 미국의 감춰져왔고 감추고 싶었던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그리고 미국은 1위의 자리를 내놓을 것이라 예상되었다.
그러나 미국의 위기는 곧 전세계 모든 나라의 위기로 돌아왔다.
미국이 재채기를 하면 온 세계가 감기를 앓는 형국이라고나 할까.
“전세계 금융 구도에서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미국 달러화가 계속해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다른 국가에 미국이 만들어낸 제도와 금융시장에 필적할 만한 대안이 없다는 의미일 뿐이다. 미국의 제도와 금융시장은 약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투자자들이 다른 국가를 평가할 때 사용하는 잣대의 역할을 하고 있다.” - P. 481.
금융위기는 온갖 파생상품을 통해 새로운 투자상품을 창출하고 판매하고 부를 축적해왔던 미국이라는 커다란 성이 모래위에 건설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됨과 동시에, 미국을 대체할 새로운 강자를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후 수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미국은 건재하다.
미국의 시대는 갔다는 모두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도리어 미국이 극복한 금융위기의 파도에 유럽과 아시아 등 전세계가 힘들어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을 대신할 것이라 생각해왔던 중국까지.
과연 미국은 언제까지 1인자의 자리를 유지해갈 수 있을까? 언제쯤 그 자리는 내놓게 될까?
또한 달러는 미국과 함께 세계 준비통화의 지위를 내놓게 될 것인가?
“미국은 외국인 투자자들, 특히 신흥국 중앙은행들을 미국 국채로 만들어진 거미줄로 끌어들이고 있다.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일단 거미줄에 걸려든 이상 쉽게 빠져나가지 못한다. 미국 연준은 이 거미줄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미국이 다른 나라에 제공하는 선택지는 간단하다.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에서 손실을 입을 시점을 정하라. 지금이냐, 나중이냐. 이 두가지 악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하는 곤혹스러운 선택 앞에서 많은 신흥국들은 외환보유액의 손실을 미래로 미루는 불유쾌한 반대급부를 받아들여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는 쪽을 택한다.” - P. 206.
“미국 경제는 이제 너무 크고 중요해져 무너진다면 나머지 국가들까지 함께 쓰러뜨리게 된다. 미국이 재정위기나 금융시장 붕괴를 경험한다면 그 여파는 전세계 모든 국가에 전달될 것이다. 이 같은 파괴적 결과에 대한 두려움은 세계 금융 시스템에서 미국 경제가 얼마나 중심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이러한 파괴적인 결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주겠다는 모호한 약속이 달러화의 덫을 가진 거부하기 어려운 매력이다.” - P. 472.
<달러 트랩 – 달러가 지배하는 세계경제의 미래>에서 세계적인 환율전문가인 저자는 금융위기와 함께 예상되었던 미국과 달러화의 위기와 몰락이 결코 예상처럼 단시간에 진행될 수 없다는 주장을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안정적인 구조속에서 전세계 각국의 신뢰를 받고 있으며, 현실적으로 미국과 달러화의 지위에 위기가 오더라도 이를 대체할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도리어 금융위기를 통해 미국은 그들의 위치를 강화했고, 달러화 또한 준비통화의 지위를 더욱 확고히 했다고 분석한다. 전 세계가 경제 위기가 오면 투자자들은 보다 신뢰할 수 있는 투자처를 선택하는데 결국은 미국과 달러화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모순적인 함정에 더 깊이 빠져들 수 밖에 없음을 설명한다.
또한 금융시장이 발달한 나라일수록 달러에 대한 의지는 더욱 커지게 되고, 결국 이러한 모순적 선택은 더욱 심해진다고 분석한다.
달러화를 대체할 것이라 예상되는 첫 번째 화폐인 위엔화는 최소한 달러화와 동등한 위치에라도 서기 위해서는 세계 각국의 정부와 중앙은행에 대해 중국 정부와 금융시장의 신뢰를 먼저 쌓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며, 그 시간이 결코 짧지 않을 것이기에 달러화의 지위는 당분간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달러화의 가치에 대해서는 그리 많은 부분을 할애하지 않았다. 대신 달러화 자산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강력한 것은 달러화를 대체할 만한 현실적인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전개했다.” - P. 5~6.
“이 책이 제시하는 논거들은 달러화가 선도적인 준비통화로서의 지위를 앞으로 상당 기간 유지할 것이라는 결론으로 수렴된다. 이 같은 달러화 중심의 균형은 전세계 경제의 큰 위험들로 인해 불안정해 보인다. 역설적인 것은 달러화 중심의 균형이 깨지면 파괴적인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이 달러화 중심의 균형을 안정적으로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 P. 21.
“미국 금융시장의 깊이(거래량), 넓이(상품의 다양성), 유동성은 달러화의 지배적인 지위에 대한 도전을 막아내는 강력한 방어막으로 작용할 것이다. 나는 위안화가 향후 10년 내에 경쟁력있는 준비통화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위안화는 달러화의 지배력을 약화시킬 뿐 달러화를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 P. 415.
“국제 금융시장에서 유동성이 필요할 때마다 달러화 공급이 쉽게 확대될 수 있다는 바로 이 사실이 달러화를 더욱 영향력있는 준비자산으로 만든다. 안전자산을 찾는 전세계 중앙은행들과 투자자들이 달러화 자산에서 벗어나길 간절히 원한다 해도 그들의 선택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으며 결국 당분간은 달러화에 머물러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달러화를 대신할 만한 뚜렷하게 현실성 있는 대안이 없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 P. 446~447.
또한 저자는 전세계의 각 나라들이 환율로 인한 위험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전세계 주요 국가들을 위한 보험기금’을 제안한다.
비록 보험금이라는 비용이 들지만 이 비용은 외환보유액을 쌓아 올린 뒤 인플레이션 압력을 제거하려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불태화 정책을 시행하는 데 드는 재정비용보다 저렴하고 환율 리스크도 없으며 보험료도 상대적으로 부담없다는 장점을 주장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신흥국들과 선진국 모두가 이 보험의 가입에 동의할 것인지가 가장 문제라고 분석한다.
각 나라별로 경제 상황과 정치 상황이 다르고, 결국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도 다를 것이기에 하나의 목적에 서로가 뜻을 모은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간단히 말해 각국의 금융시장이 발달해 전세계 금융시장에 더 깊숙이 통합되어 들어갈수록 신흥국들은 안전자산이 더 많이 필요해지고, 다 알고 있겠지만 결국은 더 많은 달러화 표시 자산을 쌓아두게 된다.... 아마도 해법은 전면적인 국제 공조와 독단적인 자기 방어 사이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다.” - P. 322~323.
쉽지 않은 내용이다. 하지만 너무 전문적이어서 읽기 어려운 내용도 아니다.
세계 정세와 경제의 흐름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읽어가면서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미국과 달러화가 전세계 국가들 사이에서 가지는 지위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주는 책이다. 물론 조금은 더 미국의 입장에서 말하는 것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아니다라고 말할 수 없게 하는 분석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히려 세계 금융시장에서 달러화의 지배력을 강화시켰다는 주장을 펼친다. 거래의 단위이자 교환의 매개체로서 달러화의 역할은 장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반면 가장 중요한 가치 저장의 수단으로서 달러화의 지위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보유한 자산의 가치를 안전하게 보존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달러화는 더 나은 대체 통화가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배적인 준비통화로 남아 있을 것이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모든 것이 상대적이란 사실이 증명되어 왔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 P.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