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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의 비밀 - 잠자는 거인, 무기력한 아이들을 깨우는 마음의 심폐소생술!
김현수 지음 / 에듀니티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중3 아들과의 전쟁은 아침에 깨워서 학교에 보내는 것에서 시작한다.
등교시간이 9시임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일어나지 못하고 매일 엄마와 실랑이를 벌인다.
아빠인 나는 때로는 제 3자인양 – 거의 대부분은 이 입장을 유지하지만 -, 또 때로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는 아빠인양, 그도 아니면 엄한 아빠인 것처럼 참견하곤 한다.
이런 패턴은 저녁까지도 그대로 이어진다.
아들이 학원을 마치고 집에 와서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컴퓨터를 켜서 게임창을 여는 일이다.
평일에는 게임을 못하게 하니 게임창에 접속만 해서 아이템을 받아야 한다나 어쨌다나.
그리고는 핸드폰을 놓치 않는다. 뭔 그리 할 말들이 많은지 손가락이 쉬질 않는다.
이 또한 엄마와 아이의 날선 신경전으로 이어진다.
이런 저녁에도 나는 또 아침과 같이 내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무엇이든 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다른 아이들이 하는 것을 모두 시킨 것은 부모였다. 그런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에만 집중하길 바라는 것은 많은 대한민국 부모가 보여주는 일반적 행태이다. 아이들은 좋아하는 것을 계속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일찌감치 깨닫고 있다.... 이 책에서 무수히 반복해서 나오겠지만 요즘 아이들과 청년들의 무기력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 P. 8.
“부모와 교사의 역할은 ‘해냄’을 조성해주고, ‘해냄’을 가능하도록 해주고, ‘해냄’을 축복해주는 과정에서 빛난다.... 무기력한 아이들이 무엇을 해내는 초기의 과정은 기적의 연속이다. 이 기적을 놓고 기본도 안된다고 비난하지 말고, 작은 목표, 아름다운 성취, 성공했다는 기쁨을 축하해주자.... 누군가에게는 기본인 것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무기력한 아이들을 돕는 핵심이다.” - P. 215~216.
나는 가끔 아이에게 묻는다. 넌 도대체 뭐가 될려고 그려나고.
내가 보기에 아들은 미래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냥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만 보일 뿐이다.
그 순간순간 시간만 나면 친구들과 어울려 게임하고, 부모가 시키니까 학원에 갈 뿐인 것처럼 보인다. 먼저 삶을 살아본, 그리고 해줄 것 없는 흙수저 부모로써 마음이 참 무겁다.
내 아이는 좀 다르겠지 하던 기대는 이미 접은지 오래다. 다만 다른 아이들처럼 아프지 않고 사고치지 않는 것만으로 만족하자고 스스로를 위로한지도 오래다.
그럼에도 순간순간 답답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나도 저만할 때 그랬겠지 하고 이해해보려고 노력하지만, 그건 이성적인 사고의 노력일뿐 마음의 안타까움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아이들이 그래도 어딘가에 나가서 멍 때리고 있는 것도, 자고 있는 것도, 한편으로는 그들의 노력이고 협력이며 어른들을 위한 최선의 노력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아줄 필요가 있다. 물론 기쁘고 즐겁고 희망찬 협력은 아니지만 우리는 아이들의 무기력을 이런 관점에서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 P. 60.
<무기력의 비밀 – 잠자는 거인, 무기력한 아이들을 깨우는 마음의 심폐소생술!>은 상담전문가인 저자가 오랜 시간 아이들과 상담하면서 느끼고 깨들은, 어떻게 하면 현시대의 무기력해 보이는 아이들을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을지를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아이들을 도와주고자 한다면 먼저 어른이 바뀌어야 함을 말한다.
아이들을 무기력속에 빠뜨린 것이 어른들과 사회이므로, 아이들을 무기력속에서 건져내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먼저, 특히 아이들을 이해하는 눈이 바뀌기 시작해야만 함을 이야기한다.
물론 현실은 어른들과 사회는 그래도 있고, 아이들만 왜 그렇게 사냐고 다그치고 있지만.
저자는 아이들의 무기력해보이는 그 순간도 아이들은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야만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아이들이 무기력해지는 과정에 대한 민감함, 이미 무기력해진 아이들에 대한 세심함, 이런 섬세한 배려 없이는 무기력해지는 아이들을 막을 수도 없고 이미 무기력해진 아이들에 대한 변화를 만들기도 어렵다.... 어른들의 둔감함이 변화하지 않는 한 이 악순환은 현재진행중이며 아마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 P. 12.
“지금 부모나 교사들이 만나고 있는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가운데 만약 무기력한 채 지내기로 결정한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는 나를 만나서 그때 그 순간부터 무기력해진 것이 아니다. 그 전에 반드시 해보려고 노력했던 세월이 있었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주어야 한다. 즉, 무기력은 지금이 아니라 과거에 있었던 일련의 사연들이 쌓여서 만들어진 결과라는 것을 꼭 알고 나서 아이를 대해야 한다.” - P. 39.
“무기력, 무의욕, 무감각, 포기. 이렇게 지내기로 결정했거나 자연스럽게 이런 상태로 전이된 아이들. 내가 알고 있는 한 인간의 본능인 성장에 대한 욕망을 포기하고 무기력한 채 지내게 된 이면에는 분명 아픔이 있다. 그리고 무기력하게 지내기로 결정하기 전에 아이들이 흘린 눈물이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첫 번째 마음가짐이다. 일부러 무기력하게 지내는 아이들은 없다는 것. 여러 이유와 사연의 결과가 무기력한 생활을 낳았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 - P. 141~142.
어떤 부모도 자신의 아이가 잘못되고, 어렵게 살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신의 아이들이 남들보다 뛰어나서 많이 배우고 좋은 자리에서 풍족하게 살길 원한다.
하지만 경쟁의 최전선에 서있는 아이들의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가 않다.
금수저, 은수저 부모를 둔 아이들과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흙수저 부모의 아이들은 이미 출반선부터가 확연히 다르다. 그리고 매 순간마다의 결과도 천양지차가 된다.
과연 열심히 살아온 대다수의 부모들이 무슨 잘못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내 일이 아니니까, 내 아이만 괜찮으면 모른척 하려고 했던, 잘못된 일들을 오랜 관행이라는 눈가림으로 스스로 합리화했던 결과들이 현재의 대한민국이 아닐까 생각할 뿐이다.
“아이들에게 교사나 상담자들이 해줄 수 있는 일은 우산이 되어주는 것이다. 부모가 퍼붓는 잔소리, 기대와 이상, 자기애에 가까운 욕망을 뒤집어쓴 채 숨을 못 쉬고 있는 아이들에게 숨 쉴 수 있도록, 도망갈 수 있도록, 쏟아지는 비를 피할 수 있도록 우산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어른도 마찬가지지만 아이들에게는 그 답답함과 압박을 이야기할 누군가가 필요하다.” - P. 196.
나는 아이들에게 학부모가 아닌 부모이고 싶다.
아이들에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친구들을 밟고 올라갈 것을 강요하는 학부모가 아니라, 학창시절의 추억을 만들고 오랜 후에도 우정을 나눌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부모이고 싶다.
물론 이것은 꿈일 뿐일 수 있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하지만 한명 한명의 부모들이 바뀌어가면 사회도 바뀔 것이고, 사회가 바뀌면 아이들의 미래도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말 아이들을 위한 어른들과 사회는 어떠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가정과 학교가 조금만 더 따뜻하게 모든 아이들의 공존과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적자생존의 논리가 아닌 존재 방식을 강화해가길 기대해본다.... 우리는 각자 그리고 가정과 학교와 공동체가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평화롭게 공존해야 한다. 능력과 성과 시스템으로 단죄하지 않는 체계를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 따뜻함과 인간미, 배려와 협력이 우리 삶의 여러 격차들을 완충시키고 수많은 사람들이 갈망하는 새로운 공동체의 전형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 P. 226.
“우리 아이들을 무기력하게 만든 것은 어른들이고 그 어른들이 만든 시스템이라고 한다면 어른은 변화하고 시스템은 바꾸면 된다. 우리가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해야 할 일이 바로 이것이다. 지금은 아이들에게 변화의 기회를 더 마련해주고,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봐주고 알아차려 주고 격려해주자.... 모든 아이가 다르고, 모든 아이가 소중하고, 모든 아이를 사랑하겠다고, 수도 없이 해왔던 그 다짐을 기억하고 아이들과 연대하자. 아이들이 아이들의 삶을 살아가도록 함께 방법을 만들어가자.” - P. 231~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