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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 - 누구나 과학을 통찰하는 법
정인경 지음 / 여문책 / 2016년 9월
평점 :
과학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칠판 가득 써있는 복잡한 수식이 아닐까
싶다.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핑핑 돌아갈 정도의 수와 곡선, 그래프들. 이런 이유로 과학은 우리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져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과학은 언제나 우리 삶의 많은 부분에서 관여하고 있다.
인류의 문명이 발달하면서부터 과학이라는 이름으로는 아니겠지만, 현재의 관점에서 과학이라 말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그 영향력을 미쳤다고
본다.
그리고 그 폭발적인 발전의 시점은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시작된 근대부터가
아니었을까.
또한 이때부터 과학과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의 사이가 조금씩 벌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과학기술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과학에서 통찰을 얻기는 쉽지 않다. 이것은 과학이 진리를 말하는 방식에서 미흡했기 때문이다.... 삶의 문제를 다루지 않고 어떤 대안도 제공하지 않는 과학적 논쟁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 P. 104~105.
과학은 한때 영화 ‘반지의 제왕’의 절대반지처럼 오류가 없는 절대진리를 보여주는, 그리고 인류에게 무한한 힘을 제공하는 최고의 도구인 것처럼 보여질 때가
있었다.
하지만 두 번의 세계대전과 핵무기로 인한 거대한 인명살상은 더 이상 과학이 인류를 행복하게만
해주는 도구가 아님을 알게 하였다고 생각한다.
결국 과학을 발전시키는 것도, 활용하는 것도 인간이기에 과학기술에 대한 인간의 생각, 관념, 철학은 완전히 배재될 수가 없음을, 과학기술 자체의 문제가 아닌 인간의 문제임을 알게 되었다는 말이다.
“우리가 과학 공부를 하는 목표는 지식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지식이 왜 중요한지를 알고 자신의 삶과 연결해서 생각하는 법을 터득하는
것, 예컨대 우주와 지구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를 이해하고 지속 가능한 세계를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 이런 것이 과학 공부의 목표다.” - P. 12.
<과학을 읽다 € 누구나 과학을 통찰하는 법>에서 저자는 과학이 객관적인 절대진리를 연구하고 찾는다는 전제하에 인문학의 영역과 멀리 떨어져버린
현실을 비판하면서, 과학과 인문학이 결코 서로의 영역을 완전히 버릴 수 없음을, 서로가 서로의 영역을 보완해갈 수 있음을, 더 나아가서는 과학이 인문학이 탐구하는 영역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저자의 전작 ‘뉴턴의 무정한 세계’의 후속작으로 내놓은 이 책은, 총 5분야의 영역 € 역사, 철학, 우주, 인간, 마음 - 으로 나누어 각 영역별 5명씩 총 24명의 저자와 그들의 25권의 저작을 통해 지식이 아닌 인류의 삶과 관련된 과학을 조금은 더 친근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책 제목대로 읽을 수 있도록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실제로 책 내용이 그리 어렵지 않다.
책의 시작을 소설가 최인훈의 <바다의 편지>에서 나오는 시 ‘코끼리와 시인’으로 글을 시작하는 저자는 코끼리를 만져보고 코끼리의 한부분만을 만진 자신의 경험만이 진실이라고
이야기하는 장님들이, 바로 현재의 과학자들과 코끼리는 만져보지 않고 자신의 느낌만을 이야기하는인문학자들과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즉 저자는 과학자나 인문학자나 자신들의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함으로써 보다 크고 넓은 세상을 이해할
수 있음을 말하고자 했다고나 할까.
“나는 이 책에서 시험 공부할 때 달달 외웠다가 다 잊어버리는 과학이 아니라 마음으로 진지하게
느끼고 생각하는 과학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누구든 마음을 열면 역사(삶), 철학(앎), 우주, 인간, 마음이라는 큰 그림에서 자신이 서 있는 위치가 어디인지 충분히 보일 것이다.” - P. 16~17.
“나는 과학책을 쓰면서 과학이 지식으로서 가치 있으려면 삶에 의미있는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질에 대한 이해, 우주에 대한 이해, 인간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세계가 직면한 잘못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아픈 역사를 왜 자꾸 들춰내느냐고 하지만 그 아픔을 알고 기억해야 바로잡을 수
있다.... 하루하루 소멸해가는 삶에서 기억은 올바름에 대한 갈망이며 인간됨을 실현하는
과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는 누구 한 사람의 기억이 아니라 집단의 기억이다.... 수많은 사람의 기억이 연대해야 과거에 일어났던 전쟁과 재난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 P. 310.
예전에 아이들과 ‘호튼’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있다.
아이들을 위해서 본 영화였지만, 도리어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영화였다.
가장 큰 등치를 가졌지만 작은 티끌 속 마을의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던 코끼리 호튼의
이야기인데, 영화를 보면서 어쩌면 우리가 영화의 티끌 속 마을에 살고 있는 존재들은 아닐까
생각했었다.
우리는 우리가 최고인줄 알고 살아가지만 거대한 우주에서 볼 때 우리의 존재는 미미할 뿐이라는
것,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알고 이해하고 있는 우주조차도 더 큰 세계 또는 생명체의 세포속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나 자신을 조금은 겸손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진리가 절대 진리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진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수많은 이론들과 증거들이 사실은 오랜 시간동안 거쳐갔던 수많은 것들중
어쩌면 아무 의미없는 아주 작은 일부분일 수 있다는 것 또한 생각하게 되었었다.
“대부분의 학생은 과학 교과서에 나오는 개념들을 완벽한 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실제 과학의 역사에서 과학의 개념들은 과학자들에 의해 임의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때때로 과학자들은 그 개념들이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밝히지 못한 것도
많다.” - P. 192.
하루가 다르게 과학은 발전하고 있고, 그럴수록 암울한 미래 이야기도 늘어나고 있다.
과학이 발전하면 인류의 삶이 윤택해져 가기에 더 행복한 미래를 이야기해야 함에도 왜 우리는 점점
더 우울한 어두운 미래를 상상하는 것일까.
그것은 인류에 대한 생각을 배제한 채 과학을 단순히 도구로만 생각하고 이용하려고 하는 과학자들과
자본가들이 있기에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결국 이런 인류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는 길은 과학과 인문학이 하나로 묶여서 이해할 때 가능한 것이
아니겠는가 생각한다.
“과학에서 통찰을 얻기 위해서는 인간의 삶과 철학을 폭넓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직면한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고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해야
하고, 그래서 철학과 과학을 탐구한다. 우주론이나 진화론, 윤리학과 같은 진리는 철학자나 과학자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처한 상황에서 더 나은 선택과 올바른 결정을 하려고 애쓰는 모든 사람이 알아야 할 지식인
것이다.” - P. 106.
“과학은 도구이기 이전에 실재하는 세계를 설명하는 ‘앎.
따라서 우리가 과학과 기술을 알고 이용함에 있어서 어떤 도덕적 책임도 피할 길은
없다.” - P. 366~3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