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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품는 능굴능신의 귀재 유비 ㅣ 삼국지 리더십 1
자오위핑 지음, 박찬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5월
평점 :
10대와 20대에 읽은 소설 삼국지의 주인공은 항상 유비였다.
유비와 함께 충과 효, 의리의 끝판을 보여준 그의 추종인물들인 관우, 장비, 조자룡, 제갈공명이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30대 후반을 넘어서 40대의 길목에서 읽은 삼국지의 주인공은 더 이상 유비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조조나 손권도 주인공이 아니었다.
아마도 삶을 살아보면서 세상을 보는 관점이 바뀌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더 이상 충과 효, 의리가 모든 것을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리라.
“지혜로운 선배들은 반복해서 ‘행복한 생활은 어떻게 보내는 것이 아니라 누구와 함께하느냐에 달려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성공의 길은 어떻게 지나가는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와 함께 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성공한 사람에게 가장 큰 문제는 누구와 함께할지 결정하는 것입니다.” - P. 48.
혹자들은 말한다.
20대까지는 삼국지를 읽어도 그 이후에는 읽지 말라고.
꿈과 야망이 필요한 시기에 삼국지는 혼란한 세상에서 세명의 주요 영웅들이 자신들의 꿈을 어떻게
성취해가는지 그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젊은이들의 미래 계획에 도움을 주겠지만, 어느 정도의 지위를 확보한 후에 읽는 삼국지는 도리어 꿈과 야망이라는 말로 현재의 기반마저 흔들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인생이라는 강은 사람마다 건너는 방법과 방향이 있게 마련입니다.... 젊은이란 자고로 패기를 가지고 용감하게 탐색하고 시도해야 합니다. 걸핏하면 스스로를 울타리 안에 가두어서는 안됩니다. 사람마다 각자의 화법과 삶의 방향이 있기에,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자아를 실현하는 것이 더
필요합니다.” - P. 29.
삼국지 – 그것이 소설의 내용이든 역사적 내용이든 – 의 실제적 주인공은 삼국의 황제들일 것이다. 유비와 조조, 그리고 손권.
그 중에서 완전히 밑바닥에서 맨손으로 일어나 왕조를 세운 것은 유비가
유일하다.
충과 효, 의리를 중시하는 유교적 입장에서, 촉한정통론의 입장에서의 유비가 아닌 맨손에서 시작하여 대기업을 이룬 유비를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 책, <사람을 품는 능굴능신의 귀재
유비>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CCTV의 인기 교양 프로그램
<백가강단>에서의 강의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저자는 관리학 박사이자 관리 사상의 전문가로 이 책에서 관리라는 관점으로 유비를 이해하고
있다. 저자는 유비 이전에 조조, 사마의, 제갈량에 관해서도 강의하고 책으로 출간하였다.
“이렇게 지명도도 세력도 없던 유비가 결국에는 삼국의 당당한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유비가 어떤 과정을 거쳐 천하를 삼분하고 자신의 기업을 일으켜 세울 수
있었을까요? 그가 영웅이 된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이 책의 주제는 바로 이에 대한 탐구입니다.” - P. 7.
“큰일을 하는 사람은 다음 세가지 조건을 구비해야 합니다. 첫째, 적막함을 잘 견뎌야 합니다. 둘째, 괴로움을 잘 참아야 합니다. 셋째, 억울함을 잘 견뎌야 합니다. 이 세가지 가운데 하나라도 부족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없습니다.” - P. 124.
“한 사람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이지만 몇몇 사람의 문제는 리더의 문제이며, 한 집단의 문제는 제도의 문제입니다. 만약 좋지 않은 현상 혹은 좋지 않은 행위가 만연하는 경향이 있다면 반드시 제도부터 손을 보아야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좋은 관리는 반드시 제도의 구축을 발판으로 삼아야 합니다. 사람이 적을 때는 감정을 중시해야 하지만 사람이 많으면 제도에 의지해야 하는
것입니다.” - P. 353.
유비의 삶은 어떻게 보면 우유부단한, 그러나 주위에 좋은 조력자들로 인해 억세게 운 좋은 모습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자체도 그의 무단한 인내와 확고부동한 사람에 대한 확신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것임을
생각해보면 결코 그를 낮게 볼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삼국의 주인공 중에서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이 시작한 이는 유비뿐이다.
그럼에도 그는 조조와 손권과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었다.
그의 삶이 88만원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의 젊은 청춘들에게도 좋은 가르침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바로 앞의 이익을 좇는 것보다 조금 더 멀리 바라보고 인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하기에.
“사람의 눈길을 끌려면 반드시 원칙과 최소한의 조건이 있어야 합니다. 처신과 처세는 일시적인 영광이나 눈앞의 떠들썩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풍속을 존중하고 통속을
견지하며 저속을 이해하고 악속을 피해야 하는 것입니다.” - P. 242.
“우리는 조급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모두가 무슨 일이든 빨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여기서 멀리 돌아가는 방법을 추천하고자 합니다.... 모든 것이 활기차게 발전하고 아주 순조롭게 진행될 때 중요한 전략적 전환을 해야 한다면 조금
천천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해야 위험을 낮추고 안정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느림은 태도이고 능력이며 경지입니다.” - P. 331~332.
또 하나. 삼국지는 리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에 와서는 일인 리더보다는 조직의 힘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 길을 이끌어가는 최고 리더의 중요성은 버릴 수
없습니다.
무능한 리더는 국민들을 힘들게 합니다.
더 큰 일은 스스로가 무능한 것을 모르는 것입니다.
자신의 무능함으로 인해 국민들이 얼마나 고통받는지를 모릅니다.
그러나 더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은 그런 무능한 지도자를 뽑은 것이 바로 우리들이라는
것입니다. 기본을 보지 않고 이미지만 보고서 선택한 리더가 얼마나 위험한지 제발 경험을 통해 깨달았으면
합니다.
모든 것을 다 해 보았다는, 그래서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리더도 문제이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데 모르는 그 자체를 모르는 리더는 더 위험합니다.
그리고 정말정말 무능한 리더보다 위험한 것은 고통을 경험하고도 쉽게 잊어버리는 바로 우리들의
무감각입니다. 깨어있는 국민만이 깨어있는 지도자를 얻을 수 있습니다.
“관리란 가장 먼저 기본적인 일을 올바로 하는 것입니다. 고차원적인 문제에서 잘못을 범하면 개선의 기회가 있지만 기본적인 문제에서 잘못하면 개선의 기회가
없습니다. 한번 넘어지면 더는 올라가기 힘듭니다.” - P. 101.
“성공한 조직의 리더는 전진하는 길 위에서 끊임없이 ‘과거의 성공을 부정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기업이 성장할 때 기업가는 더욱 성장해야 합니다. 과거의 것을 지키기만 해서는 안됩니다. 성공한 사람은 과거의 성공을 부정하고, 과거에 목매지 않는 사람입니다. 발전하고자 한다면 끊임없이 시기와 형세를 잘 살피고, 절대로 과거의 성공방식 혹은 다른 사람의 성공방식을 무조건적으로 복제하지 말아야
합니다.” - P. 376~3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