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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거짓말 말의 거짓말
남재일 지음 / 천년의상상 / 2014년 9월
평점 :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기도 하고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심사숙고해서 하라고 말씀하셨다
생각한다.
지금은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정말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그만큼 쓸데 없는 정보도 많을 것이고, 거짓도 많을 것이기에 우리는 그 중에서 진실을 찾고자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야만
한다.
또한 넘쳐나는 정보만큼이나 그것을 옮겨 나르는 많은 말들 속에서 우리는 무엇이
진실인지, 어디로 가는 것이 맞는지 몰라서 헤매는 경우가 많다.
너무 많이 주어지기에 선택하지 못하는 상황에 우리는 직면해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유혹’이 중심이 되지만, ‘기만’과 ‘위협’이 보완되는 시스템이다. 비유하면 꽃뱀이 주연이고 사기꾼이 연출하고 조폭이 돈을 댄 영화와 같다. 역할 분담이 매우 이상적인 드림팀이다. 그만큼 상대하기 쉽지 않다. - P. 27.
방송마다 나름의 철학과 사상을 가지고 진보니 보수니 하면서 여러 사람들이 나와
떠들어댄다. 특히나 선거철이 되면 더 심해진다.
하지만 솔직히 그들의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대통령조차도 대선공약을 헛약속으로 만드는 현실에서 국회의원이나 고위 관료들은 말해 무엇
하겠는가.
이로 인해 사람들은 점점 더 다른 이들에 대한 신뢰를 잃어갈 뿐이고, 결국은 사회와 정치에 대한 관심도 잃어가면서, 어쩌면 정말 1%가 원하는 세상이 되어갈 것이다.
1%의 지배 체제가 설정한 유혹의 메시지를 ‘말의 거짓말’로, 유혹된 개인들의 위선과 기만을 ‘사람의 거짓말’로 명명해봤다. 지금 우리 사회는 ‘말의 거짓말’과 ‘사람의 거짓말’이 서로 시너지를 내고 있다. 그 기만과 위선의 가면을 벗고 남루한 민낯으로 서로를 마주하는 것이 반유혹의 삶을 실천하는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P. 8~9.
<사람의 거짓말 말의 거짓말>은 저자가 2006년부터 2014년 세월호까지의 글을 모은 것으로, 권력이 방송이나 신문, 인터넷을 통해 우리에게 진실보다는 본질을 감춘 한쪽 면만을 강요하고자 하는 우리나라의 현실구조를
보다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책이다.
총 5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가 겪었거나 겪고 있는 49가지의 주제로 물질만능주의, 소비지상주의의 현실에서 여러 말이 가지는 의미와 말속에 숨어있는 지배권력의 구조적 의미와 그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잃어가며 물질적 풍요만을 누리려하는 위선적인 개인을 이야기한다.
권력이 - 그것이 정치인이 되었든, 자본가가 되었든 상관없이 - 어떻게 언론을 통해 자신들을 포장하고 상대를 몰아붙여서 이득을 얻는지를, 그리고 개인들에게는 어떤 말로 유혹하여 무기려하게 만드는지를 심도있게
설명하다.
하지만 글을 쉽지 않다. 용어가 어렵고 풀어가는 과정을 읽기가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볼 의미가 충분하다. 자신도 모르게 또는 모른척 지나쳐버린 현실의 숨겨진 진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
유혹의 언어에 감염된 존재는 물질적 성취와 소비를 통해서만 자신의 정체성을 상상할 줄
안다. 그래서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성취해서, 더 많이 누리는 삶의 방식밖에 모른다. 그는 무엇을 상상하든 언제나 물질적 성취를 전제한다.... 자기를 표현하는 유일한 수단이 돈으로 귀결되는 삶의 방식을 보편적인 삶의 방식으로 오인하기
때문에, 그는 타인의 삶도 자신과 같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타인과 마주칠 때도 거기서 자신의 욕망밖에 보지 못한다. - P. 6~7.
힐링 열풍은 폭력적 근대화 과정을 통해 축적된 자본이 과거의 기억을 지우고, ‘인간의 모습을 한 자본’으로 변신하고자 하는 열망이 소비주의의 형태로 나타난 것일 수 있다. 그것이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오랫동안 자본 소유를 유지하는 방법이니까. - P. 46.
자본가가 모든 권력을 지배하고 있는 현실은 우리에게 보여지는 진실이 진실이 아닐 수 있음을
기억하게 한다.
더 이상의 저항도 의미가 없게끔 만드는 자본가들의 현란한 광고와 언어들은 우리로 하여금 생각하지
말 것을 강요한다. 주어지는 대로만 살라고 속삭인다.
하지만 깨어있는 시민으로 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주어지는 대로만 살아서는
안된다.
보여지는 것만 믿어서도, 믿으려고 해서도 안된다.
항상 뒤에 숨겨진, 구조 속에 감춰진 진실을 찾으려고 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사회는 보다 살기 좋은 사회가 되고,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 수가 있을 것이기에 자기 자신의 숨겨진 모습부터 찾으려 노력해야만
한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지.
‘지못미’는 정치적으로는 올바른 곳을 쳐다보면서 경제적으로는 짭짤한 곳에 뿌리내린 자, 인터넷에선 진보 술자리에선 중도 직장가면 보수가 되는 자들의 탄식이다. 무엇이 옳은지는 알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자, 그렇게 하면 진다는 생각을 가진 자들의 회한일 뿐이다. - P. 168.
진보와 보수의 정치적 대립은 ‘그 안에서 합리적으로’ 사유되어야 한다. 관찰하는 소비자 위치가 아니라 참여하는 정치적 주체 자리에서 생각해야 한다. 이것이 피곤해 정치투쟁 자체를 외면하는 것이 바로 정치적 냉소주의 아닌가 진정 합리적 진보가
가능하려면 그 안에서 정치적 냉소주의와 소비주의부터 없애고 시작해야 한다. - P. 205~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