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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지상의 책 한권
이광주 지음 / 한길아트 / 2001년 4월
평점 :
품절
책을 사랑하는 노학자가 들려주는 책이야기다. "아름다운"이란 말에 걸맞게 책 곳곳에 수록된 삽화는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한다. 편집도 깔끔하고 종이질도 고급스럽다. 저자가 이 책에 얼마나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한눈에 들어온다. 게다가 저자가 들려주는 책에 대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가 보여주는 무한한 애정을 느껴보는 일은 흐뭇하고 즐겁다. 그러나, 어쩌랴...... 난 책을 읽다가 읽기를 그만둘까 여러번 심각한 고민을 했었는데 이유는 저자의 어려운 표현법 때문이었다.
"고혹적인 입술과 손, 다소곳하면서도 불가사의한 염자, 세기말적 우수와 나르시시즘, 그리고 데카당스를 한 몸에 지닌 여인 윌리엄 모리스의 아내 제인 버든(p 318)"
나의 부족한 어휘력으로는 저자가 묘사한 아름다운 책을 만든 거장 윌리엄 모리스의 아내가 도대체 어떤 여인인지 알 길이 없다. 무지한 내가 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전이라도 있어야 할 판이다. 책의 내용이 좋으냐 싫으냐의 문제는 두번째가 되어 버렸다. 책 내용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판에, 좋다 싫다를 어찌 말할 수 있는가. 책장을 넘길때마다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이와 같은 표현 때문에 책 읽기가 너무 곤혹스러웠다. 되도록이면 우리말을 사용하여 쉽게 표현해 주실 것이지, 어쩌자고 이런 다국적(?) 언어들을 사용하셨을까. 저자가 말했듯 "언어란 기호 이상의 것, 메시지이게 마련이다. 문화,사회적 역사의 산물인 언어의 질서는 사회의 질서를 반영하고 지향한다. (p301)" 라고 할때 위와 같은 표현은 무질서의 대표격이다.
다독의 왕 다치바나 다카시는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에서 아무리 읽어도 뜻을 이해 못하는 부분이 있을때 스스로를 책망하지 말라고 했다. 어쩌면 그것은 번역상의 오류일 경우가 많으므로...... 이 책은 번역본이 아니다. 그러니 다치바나 다카시가 말한 내용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 또한 오류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글을 깨우치고, 평범한 교육을 받은 일반 독자가 전문서적도 아닌 교양서를 머리를 쥐어짜면서 읽을 때는 독자의 무지외에 저자의 언어 표현법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모르겠다. 어쩌면 위와 같은 불평은 나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으니.
참, 그리고 또 하나, 저자가 말하는 "아름다운 지상의 책 한권"이란 제목이 책에 대한 정신적 고상함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아름다운 책"이란. 말 그대로 장서가 지닌 화려한 물질적 아름다움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