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 제2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희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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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들고 다니며 어떻게 이 소설을 말하면 좋을까 고민했다.
'탱크'라는 공간이 만들어내는 '신 없는 시대의 종교' 이야기를 할까. 그 공간을 믿어 의심치 않는 언니와 삶을 방어하듯이 사는 동생, 자매의 이야기를 해야할까. '마테라'로 이어진 둡둡과 양우의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나 성정체성을 인정받고 싶던 둡둡의 기도가 끝내 이뤄진 것 같은 엔딩을 이야기하고 싶기도 하다.

각각이 하나의 소설로 다뤄져도 좋을만큼 의미심장한데 그게 잘 연결되어 안정감있게 이 소설 《탱크》를 구성한다.

269쪽의 그리 두껍지 않은 소설 속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각각의 인물들이 가진 사연과 생각들이 다 어딘가 마음이 가는 구석들이 있었다.

이야기에서나마 결말을 얻고싶었던 둡둡에서도, 너무도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이해하게 되는 양우에게서도, 믿음을 의심하고 방어하는 것이 삶의 습관인 부경에게서도 나의 일부분을 보게 된다. 소설을 읽는 이유 중 하나가 인물을 통해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고 이해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 소설은 꽤 많은 나를 들여다보게 만든다.

유명한 자기계발서 론다 번의《시크릿》을 떠올리게 하는 '탱크'에 대한 믿음은 나 역시도 혹하게 만들었다. 속는 셈 치고서라도 가보게 되지 않을까. 간절함이 부족해서 이뤄지지 않는다는 말이나 듣겠지만 말이다.

우리에겐 '탱크'가 필요하다.
그 공간이 아니라 '믿음' 그 자체. 믿음과 희망, 그리고 그걸 지지해주고 곁에 있어줄 누군가가.

🔖늘 그랬듯 모든 미래는 빠짐없이 과거가 된
다는 사실을 믿으며 그 회망을 잃지 않기 위해 계속 쓴다.(204쪽)

#탱크#김희재#탱크단#한겨레문학상#한겨레출판#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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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바위보
앨리스 피니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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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인식장애를 가진 시나리오 작가 애덤과 유기동물 구조센터에서 일하는 어밀리아의 결혼생활은 위태롭다. 상담사의 조언에 따라 여행을 떠난 둘은 눈보라가 몰아치는 스코틀랜드 외진 예배당에서 묵게 되는데...!

애덤과 어밀리아의 시점, 그리고 매 결혼기념일마다 남겨놓은 비밀편지가 번갈아가며 스토리를 진행한다. 일종의 서술트릭인데 각 시점이 짧게 구성되어 끊어 읽기 편했다.

망해가는 결혼생활이나 인생에 대한 문장들이 좋았던 것도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모든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면 우리는 이야기를 다시 시작라 이유가 없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쓰러졌을 때 다시 일어나는 방법을 터득하는 과정이다. 누구나 그렇다. 아닌척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19쪽)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지만 슬프게도 내 아내를 매혹하는 방법은 잊어버렸다.(23쪽)

애덤과 어밀리아 시선에서 각각 다르게 서술되는 이야기는 '기억은 주관적'이라는 최근 읽은 #예감은틀리지않는다 를 떠올리게 한다.

🔖때로 거짓말은 남에게든 나에게든 가장 친절한 진실이다.(370쪽)

나는 추리를 못한다. 추리소설을 잘 안봐서 그런가.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인가? 얘가 걔를 죽였나?? 아님 죽일건가??? 몇번이고 헛다리를 짚었다. 그게 스릴러를 읽는 재미지 싶다. 너무 쉽게 예상 가능해도 재미가 없지만 그렇다고 너무 꼬아놔도 흥이 식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꽤 잘 쓰여진 셈이다.
펼치면 순식간에 나를 눈 속에 파묻힌, 스코틀랜드 예배당으로 더려다놨다.

넷플릭스 영상화를 앞두고 있다고 했는데 이 책의 반전을 영상 속에서 극적으로 어떻게 드러낼지ㅡ 내가 떠올린 것처럼일지 기대된다.

#가위바위보 #밝은세상 #엘리스피니#이민희옮김 #출판사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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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베이비 - 제2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성봉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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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나를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빌렸다."

이렇게 강렬하게, 한 문장으로 소설 전체의 서사가 궁금해지게 만들다니 작가들이 첫 문장에 고심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서평단 제공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

가벼운 내용이 아닌데도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슉슉 페이지가 넘어가서 금세 읽었다.

카지노에서 태어나 전당포에 맡겨진 아이, 하늘이는 병원도 학교도 갈 수 없는 '그림자 아이'다. 전당포에서 새로 만난 가족, 할머니와 엄마, 삼촌과 살면서 카지노와 전당포 거리가 보여주는 세상을 배우고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고 성장해나간다.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어른들의 희망이자 미래"인 아이들의 시선에서 보면 세상은 얼마나 부조리한가.
아이가 화자인 소설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기도 한 것 같다. 편견이 없는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한다.

전당포의 할머니 외에도 다양한 캐릭터들, 각각의 사연들이 생생하게 구현되어 있다. 각 캐릭터들이 현실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표현되고 나름의 개연성을 갖고 있다. 각 캐릭터가 보여주는 인간성의 단편들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배경이나 사건들이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는 소설 특유의 탄탄함인 것일까.
한 아이를 둘러싼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카지노를 중심에 둔 도시의 이야기기도 하고, 사람의 욕망 같은 마음의 이야기기도 하면서 정치와도 떼어놓을 수 없기도 하다.
개인적인 것은 사회적이고 정치적이다.

어찌보면 뻔할지도 모르는 '출생의 비밀'이나 작위적일 수 있는 '무당의 예언' 같은 얘기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개인적으로는 수미상관의 구성이 좋았다.
할머니가 해준 말에 대하여 사건들을 겪고 성장한 하늘이가 의미를 찾은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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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덕일기 - 오세연의 필름 에세이
오세연 지음 / 이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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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한 독립영화 <성덕>의 감독이 쓴 필름 에세이 <성덕일기>

"성공한 덕후가 되고 싶었다. 성공한 덕후가 된 줄 알았다"고 말하는 감독은 "범죄자가 되어버린 스타의 덕후였던 제가 비슷한 경험을 가진 팬들을 찾아 헤매는 블랙 코미디"라고 영화를 소개하곤 한다. 이 책은 영화에 다 담지 못한 감독의 메이킹스토리나 인터뷰들이 담겨있다.

(서평단 지원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함)

책은 크게 3챕터로 나눠져 있다.
1.감독이 덕질했던 과정과 영화를 제작하는 좌충우돌 과정과 심경들
2.영화에 참여한 감독의 덕질메이트들의 인터뷰, 더 많은 사연들, 생각들
3.영화 관객에게 받은 질문에 대한 답변

영화로 다 전하지 못한 얘기들을 책으로 전한다. 영화는 영상으로, 책은 활자로ㅡ 이렇게 양방향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다니 감각이 좋다. 하나를 보면 다른 하나도 보고 싶게 만드는 효과까지!

범죄자가 된 구오빠들(정준영, 승리, 박유천, 조민기까지 많기도 한 남성 연예인)을 좋아했기에 느끼는 수많은 감정들을 마주한다.
성범죄 가해자를 좋아했기에 그에게 그런 힘을 쥐어준 간접적 가해자로서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기꺼이 내어준 애정과 믿음 같은 팬의 마음을 짓밟은 그(들)에 대해 분노하고 간접적 피해자라고 울분을 토하기도 한다.
덕후(팬)가 아니었던 나조차도 그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고 공감하며 읽었다. 간접적 피해자이자 가해자... 좋아한 게 죄는 아닌데 왜 팬들이 괴로워야하는 걸까.

비록 스타는 몰락했지만 덕질을 하며 팬으로서 행복했고 좋았던 추억은 팬들에게 남아있을 것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치유하고 연대하면서 '그랬었다'고 과거형으로 말하며 성숙해져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실패한 덕질 이야기를 태극기부대까지 끌고갈 수도 있었겠지만, 어느 정도 선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솔직한 개인들의 이야기정도로 마무리 짓는다. 더 깊고 진지하게 끌고갔다면 덕질의 사회현상으로까지 갈 수 있었을 거 같은데. 어찌보면 개인 다큐와 필름에세이로 선을 잘 지킨 셈이다.

팬이란, 덕질이란 무엇일까.
덕질도 '한 번도 안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을 것' 중에 하나다.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는 말도 있다. 덕질을 쉴 수는 있어도 안 할수는 없다는ㅋㅋ 그만큼 덕질은 경험해본 이들과 뗄 수 없는 행복감을 준다고 본다. 깊이가 깊든 얕든 기간이 길든 짧든 간에 덕후(오타쿠, 마니아, 빠순이 등등) 유전자, 덕질 습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한번도 뜨겁게 특정인을 좋아해서 '덕후'라고 할 만한 존재가 되어본 적은 없다. 하지만 뭔가 좋아해서 열심히 찾아보고 설레고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나와 같은 그런 경험이 있다면, 다소 전문적인(?) 덕질의 이야기가 담긴 이 책에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또한 팬 문화, 덕후 문화를 몰라서 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이 책을 보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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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세계의 마지막 소년이라면 워프 시리즈 2
알렉산더 케이 지음, 박중서 옮김 / 허블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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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어우러지는 멋진 표지가 눈길을 끄는 이 소설은 일본만화 <미래소년 코난>의 원작소설로 유명하다.

(동아시아서포터즈로 지원도서를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함)

원제는 <The Incredible Tide>로 거대한 해일, 쓰나미가 세계를 뒤덮은 뒤의 세상을 그린다. 강대국의 무기 개발을 위한 연구로 지구 축이 흔들려 바다로 둘러싸인 섬들만 있는 지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군비경쟁은 아니지만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과 난개발로 기후위기에 닥친 현재의 상황을 꽤나 빗대어볼 수 있다. 지금 번역서가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나쁜 강대국으로 등장하는 나라가 노예부터 1등시민까지 있는 계급사회면서도 배급을 하고 경찰은 없지만 모두가 서로를 감시하는 국가라서, 타락한 사회주의 국가를 비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책은 어렵지않게 읽을 수 있었다. 홀로 무인도에 조난된 코난이 살아가는 초반부는 <로빈슨 크루소>를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잡혀와서 탈출하고 라나가 있는 섬을 찾아가는 부분은 코난의 성장소설인데, 라나가 야생(?)소년들과 싸우는 부분은 또 모험소설 같기도!
코난과 라나의 시선으로 각각 진행되는데 그게 혼란스럽지 않고 깔끔하다.

흥미로운 것은 코난과 라나(표지의 소녀), 스승님, 라나네 이모 등이 텔레파시 같은 능력을 갖고 있는 점이다. 갑자기 가르침을 주는 목소리를 듣기도 한다. 유일하게 태양광발전을 만들 수 있다는 과학자가 가장 초월적인 능력(텔레파시와 예언 능력도 있고, 눈이 안 보여도 길도 잘 찾는다!)을 갖고 있다는 점도 재미있다. 보통 과학자는 이런 초자연적인 능력과 반대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과학과 초능력을 하나로 묶은 점이 신선했다.
갑자기 계시를 받듯이 목소리를 듣고 먼 곳에서 서로 텔레파시를 보내고 새와 대화를 하는 등의 초능력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없다. 언제부터 이런 능력이 있었는지 어떻게 배운 것인지 등등. 다만, 그러한 깨달음 또는 가르침으로 살아남게 되고 그런 얘기를 해주면서 이게 "당신들이 말하는 하느님일 수도 있다"고 하는 부분이 있다.

지나친 과학 발전으로 무너진 세상 속에서 계시를 받은 이들이 살아남은 이들을 구하는 구원서사는 좀 뻔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의 마지막은 그런 뻔함을 뛰어넘는 찡함(약간의 감동)이 있었는데ㅡ 생존 경쟁 속에서도 생명을 중히 여기고 연대하는 힘을 보여준다.
갑자기 어떤 긴박한 장면에서 뚝하고 암전되고 영화가 끝나는 것처럼 소설이 끝나는데 열린 결말, 아무것도 보장해주지 않는 엔딩이 마음에 든다.

초월번역 수준을 뛰어넘은 제목(네가 세계의 마지막 소년이라면)은 사실 줄거리와는 좀 안 맞긴 하다. '마지막 소년'은 주인공 '코난'을 의미하겠지만 코난은 살아남은 소년소녀들을 이끄는 리더가 된다. 만화에서도 이런 내용이 있었나 싶은데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았다. 안 봤는데 본 걸로 착각하고 있었던 거 같다. 그리고 원작소설에는 코비가 안 나온다!! 짐시라는 소년이 나오긴 하는데 얘가 코비인걸까 궁금해진다. 캐릭터만 기억나는 일본만화 <미래소년 코난>을 봐서 원작소설과 비교하는 기회를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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