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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라이프 - 행복을 파는 기적의 가게
구스노키 시게노리 지음, 마쓰모토 하루노 그림, 이정은 옮김 / 홍익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Life 라이프」가 도착했을 때 책의 만듦새도 마음에 들고 색감도 화사해서 첫눈에 반했습니다.
책이 정말 예쁘죠?
보통보다 훨씬 넓은 띠지의 그림마저 예뻐서 띠지도 훼손되지 않도록
소중하게 보관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을 정도니까요.
단단한 양장 제본이고 표지 재질은 엠보싱 패턴의 무광 코팅이라 입체감이 느껴집니다.
만져보면 도돌도돌해요. 마감이 아주 훌륭하며 진노랑의 표지색 선택도 탁월합니다.
책을 펼치면 이렇게 쫙쫙 펴지는 제본입니다. 하지만,
책이 뜯어질 염려는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사진 속에 그은 선을 경계로 앞부분은 그림동화,
뒷부분은 컬러링 손글씨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내부 종이의 재질 역시 두 종류로 나뉘는데
「Life 라이프」 그림동화 부분은 일반적인 아동용 그림책 재질이고,
책을 읽는 독자가 직접 꾸미는 컬러링 손글씨 부분은
색연필로 색칠하고 펜으로 글쓰기에 알맞은 노트 재질입니다.
이렇게 다른 재질의 종이를 제본해서 책을 만든 게 독특했어요.
「Life 라이프」의 지은이 구스노키 시게노리는
초등학교 교사 출신의 어린이 책 작가이며 다수의 동화책을 썼습니다.
그린이 마쓰모토 하루노 역시 다수의 그림책을 쓰고 삽화를 그렸는데
한국에 소개된 책은 라이프가 유일한 듯해요.
마쓰모토 하루노의 할머니는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였던 책
<창가의 토토>의 삽화를 그린 일본 국민 화가 이와사키 치히로.
유명 화가인 할머니의 영향도 받았지만, 유럽 그림책 작가들의 영향도 받았다고 하는군요.
이와사키 치히로의 그림에는 비 오는 날의 수채화 느낌이 나서 좋아하기 때문에
이 작가의 삽화가 실린 책 여러 권을 소장 중이랍니다.
서평 올릴 때 생각이 나서 그중 일부도 함께 찍어보았어요.
이분의 작품은 직접 쓰고 그린 책 <작은 새가 온 날>을 추천합니다.
다시 돌아와서,
「Life 라이프」는 아름다운 이야기와 짝꿍인 아름다운 삽화가 어우러져 더 큰 감동을 줍니다.
포근하고 따사로운 연필 스케치가 보는 사람에게 마음의 평안을 느끼게 만듭니다.
책을 펼치면 날것 느낌의 채색 전 가게 스케치가 보이도록 배치했고,
뒤표지를 덮기 전에도 마찬가지로 등장인물인 할머니 그림이
채색 안 된 상태의 연필 스케치로 그려져 있습니다.
책 첫 장을 펼치면 연필 스케치로 미리 보았던 가게
'라이프 Life'의 전경이 가을빛으로 채색된 채 한눈에 보입니다.
작은 마을에 그 가게가 있습니다.
가게라고는 하지만,
사람이 일하는 것도 아니고
뭔가를 팔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 가게엔 물건이 놓여 있고 손님들도 찾아옵니다.
가게의 이름은 라이프 Life.
손님들은 '라이프 Life'에 들러 자신에게는 이제 필요 없지만,
누군가에겐 필요할 만한 물건을 놓고 가면서
동시에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골라 갑니다.
어느 날 할머니 한 분이 가게를 찾아왔습니다.
할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할머니는
갑자기 외톨이가 된 슬픔에
더 이상 꽃을 키울 마음이 없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꽃을 무척 좋아하셨답니다. 할아버지가 준비한 봄꽃의 씨앗입니다.'
할머니는 이렇게 적힌 카드와 봄꽃의 씨앗을 놓아두고는
'추억은 언제까지나'라는 카드가 적힌 액자를 집어 들었습니다.
할머니가 가게를 다녀간 이후 여러 사람이
자신의 물건을 가져오는 길에 봄꽃의 씨앗을 가져갔습니다.
시간이 흘러 봄이 왔는데도 할머니는 여전히 슬픔에 젖은 채 살아가고 계셨습니다.
이번에는 여름에 피는 꽃 씨앗을 나눔 하려고 다시 '라이프 Life'를 찾으셨네요.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깜짝 놀라시는 할머니, 할머니는 왜 깜짝 놀라셨을까요?
이다음 이야기는 「Life 라이프」책에서 꼭 만나보세요!
그림 동화 이야기가 끝나면 독자가 직접 꾸밀 수 있는 카드가 나옵니다.
다음 장을 펼치면 나오는 컬러링 페이지에는
'Life is ○'라는 문장과 인상 깊은 글귀가 함께 곁들여져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몇 개의 글귀를 제가 골라보았습니다.
Dum Spiro, Spero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의 라틴어 명언이죠.
살아있는 것 그 자체로도 희망을 품을 이유로 충분합니다.
빅터 프랭클은 <죽음의 수용소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서>를 쓴 정신의학자이며
유태인 강제수용소 아우슈비츠의 생존자입니다.
죽음의 경계선에 섰었던 그였기에 이 글귀를 라이프에 실은 것 자체가 의미 깊다고 하겠습니다.
로마의 황제이자 <명상록>을 쓴 철학가이기도 했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언은 이 시대에 읽어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라이프는 행복입니다. 그의 말은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하죠.
'행복은 내 안에 있다.'를 명심하면서 살아가야겠습니다.
이 책에는 등장인물의 이름이 나오지 않습니다.
작은 마을 그 가게, 'Life 라이프'에는
할머니 한 분, 한 소년, 유모차에 어린아이를 태운 부부, 젊은 연인들, 한 소녀가 방문합니다.
책 속 등장 인물은 어쩌면 나일 수도 이걸 읽는 여러분일 수도 있습니다.
가족, 친구, 이웃 누구나 다 대입할 수 있습니다.
「Life 라이프」, 이 제목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순간입니다.
이 책은 우리의 삶을 그렸습니다.
우리는 혼자서는 살 수 없고 '함께' 살아가야 행복하다는 것을 말이죠.
책의 뒤표지에 적힌 문장, 책을 다 읽으면 더욱더 마음에 와닿습니다.
라이프는 어린아이와 함께 읽어도 좋고
하루하루 지친 삶을 사는 어른이 읽기도 좋은,
모두를 위한 동화입니다.
외롭고 쓸쓸한 사람, 힘들고 지쳐서 작은 위로라도 필요한 사람,
소중한 누군가를 잃고 삶의 이유도 함께 잃은 사람,
다른 이의 희노애락을 같이 공유하고 싶은 사람.
그런 분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할 책이며
남녀노소 국적 불문 누구나 다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양장본 디자인이 깔끔하고 글과 그림이 모두 예쁘니
선물용 책으로 적극적으로 추천해요.
만약 라이프처럼 행복을 파는 기적의 가게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마음을 나누고 싶으신가요? 또 어떤 감정을 공유하고 싶으신가요?
짧은 이야기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
안과 겉이 다 예뻐서 기분 좋은 책,
'「Life 라이프」 행복을 파는 기적의 가게'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