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는 글쓰기 -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자기를 발견하는 글쓰기의 힘
셰퍼드 코미나스 지음, 임옥희 옮김 / 홍익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책을 좋아하고 글재주가 있으며 창작의 희구가 '쓰기'로 발현되는 성향인 나는, 작문 작법 등의 글쓰기 관련 서적 모으기가 취미이기도 하다. 책장에는 다양한 글쓰기 작법서가 꽂혀 있으며 eBook 서재에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 또한 제목을 접하자마자 읽고 싶고 소장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는데, 더더욱 구미가 당긴 것은 저자 셰퍼드 코미나스의 소개 문구 때문이었다. 만성 편두통에 시달리던 저자가 치료 목적으로 의사에게 글쓰기를 권유받았고 꾸준한 글쓰기를 통해 고통을 극복하고 그 이상의 치유를 받았다는 것. 


사실, 내게도 편두통이라는 귀찮은 놈이 어릴 적부터 그림자처럼 따라붙어서는 잦으면 이틀 간격으로 뇌를 콕콕 찔러대서 꽤 골치가 아픈데 저 부분에서 어찌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좋아하는 취미이자 특기와 기필코 풀어내고픈 과제가 한 권의 책으로 내 눈앞에 나타나서 아주 흥미롭고도 의욕이 넘쳤다. 운이 좋게도 서평단으로 뽑혀서 이렇게 서평을 쓰고 있고.

저자는 육체적, 정서적, 정신적, 영적, 통합적으로 이로운 글쓰기를 통해 효과를 톡톡히 본 다양한 이들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매우 타당한 근거와 이유를 들어 ‘왜 써야 하는지’에 대해 아주 솔깃하게 설득시킨다. 당장 펜을 들고 싶을 만큼이나.



자신의 감정을 글로 옮기기 위해 펜을 집어 드는 일이야말로 영혼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고, 문을 열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니 해답은 당신의 손가락 끝에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필요한 것은 테이블과 필기도구가 전부다. 글쓰기의 이점과 효과를 경험하려면 오직 한 가지 방법뿐이다. 꾸준히 써라. (22p)


원하는 만큼 써라. 영감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생각나는 대로 계속 써라. (33p)


글쓰기는 몸과 마음, 영혼 사이에 숨어 있는 연결고리를 재생하는 일이다. (중략) 글을 쓰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정직’이다. 진실하게 쓰지 않는다면 치유하고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37p)


이번 서평은 평소에 내가 써온 것과 도입부 전개 방식이 약간 다른데 이 책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핵심인 ‘마음속 단어들이 흘러나오는 대로 술술 쓰기’와 ‘정직하고 솔직하게 쓰기’의 실천을 서평으로도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공유해야 할 서평이니까 종이 노트와 펜으로 편집 없이 써야 하는 필수조건은 잠시 미뤄두기로 한다.


셰퍼드 코미나스는 다른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닌, 나를 위한. 오직 나만을 위한 글쓰기를 하라고 말한다. 그동안의 내 글쓰기는 어떠했는가를 되짚어보면 나는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해, 무엇인가를 증명하기 위해, 글솜씨를 인정받기 위한 글쓰기를 하며 살아온 듯하다. 



“당신이 쓸 일기는 책으로 출판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당신의 인생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그것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를 하나하나 기록하는 일입니다. 그냥 마음속에 있는 단어들이 흘러나오는 대로 써 내려 가세요. 그게 전부입니다.” (12p)


서문에 적힌 문장은 내가 여태껏 생각하고 다져온 글쓰기의 관점 자체를 비틀어준 신선한 제안이었다. 앞서 적었다시피 나에게 글쓰기란, 나 자신을 위한 행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 글쓰기에서 ‘나’는 주체가 아닌 객체였으며 항상 뒷전이었다는 걸 비로소 깨달았다. 그래서 첫머리부터 늘 부담감과 압박감을 받아온 것이다. 나를 위해 마음 가는 대로 휘갈기면 될 것을 왜 그렇게 사서 고통을 받았는지. 서문만으로도 나는 이미 후련한 해방감을 맛보았다.





※ 캡쳐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위로는 남에게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글쓰기라는 아주 쉽고 간편한 방법으로 우리는 우리 스스로 따듯하고 다정한 위로를 할 수 있다. 이 책의 원제는 <삶을 위한 글쓰기: 일기 쓰기를 통해 몸과 마음과 영혼을 치유하기>인데 한국판 번역서 제목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가 더 직관적이고도 마음에 와닿도록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자신을 마음껏 표현 가능한 ‘절대적인 자유 공간’인 글쓰기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영혼을 치유하여 긍정적인 마인드, 기쁨, 행복, 인간관계의 바람직한 변화, 겸허히 받아들임, 용서, 화해라는 선물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말대로, ‘글을 쓰는 목적은 어떻게 하면 인생을 더 충실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지를 알아가는 과정’(33p) 이기에 꾸준히 원하는 만큼 솔직하게 쓰면서 생의 해답을 찾아보는 게 어떨까 싶다.

자신을 스스로 치유하기 위한 글을 쓰고는 싶은데 막강 시작하려니 두려움이 먼저 앞서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은 글쓰기에 흥미가 있는 나 같은 사람 외에도 글을 전혀 써본 적 없고 취미의 범주에 둬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용기를 가지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쉽게 글을 쓰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글쓰기 프로그램을 솔루션처럼 수록해놓았기 때문에 차근차근 읽고 따라서 해보면 된다.


또한, 마지막 챕터에서는 이제껏 저자가 서술했던 모든 내용의 총집편을 실어두어 바빠서 책 한 권 완독하기 힘든 사람들은 마지막 챕터부터 읽은 후 그중 관심이 생기거나 더 알아보고자 하는 챕터를 메모하고 그 부분만 골라서 집중적으로 정독해도 좋을 것이다. 다만, 서문은 반드시 가장 먼저 읽어보라.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길 테니.

처음이 어렵지 시작만 하면 반은 성공한 셈이다. 용기를 내 꾸준히 써보자. 최소 90일 하루 20분씩 글쓰기 시간을 나에게 내어주고 몸과 마음, 영혼을 연결하는 탄탄한 다리를 놓아보자. 나 또한 ‘아직은 아니야’라고 계속 미루는 대신 의욕적이고도 열정적으로 당장 오늘부터 서평으로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를 시작한다. 그리하여 나는, 만성 편두통과의 유쾌한 이별을 미리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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