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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연의보 2 ㅣ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동양편 737
구준 지음, 오항녕 역주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2년 4월
평점 :
《대학연의보》는 중국 명나라에서 발간된 제왕학서로, 《대학연의》의 후속판이자 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다. 진덕수의 《대학연의》는 송나라 시대에 발간된 제왕학서인데 43권으로 발간됐다. 진덕수는 주희가 체계화한 성리학의 핵심 경전인 《대학》을 바탕으로 경전(經 - 철학)과 사서(史 - 역사)를 결합하여 《대학연의》를 완성했다. 흔히 알고 있는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 (修身 齊家 治國 平天下)'라는 문구도 《대학》에서 비롯하였는데, 원래는 '격물 치지 성의 정심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 (格物 致知 誠意 正心 修身 齊家 治國 平天下)'로 8조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학연의》는 맨 마지막 '치국 평천하'를 제외한 6가지 덕목 (격물 ~ 제가 格物 致知 誠意 正心 修身 齊家)만 논하고 있다.
구준의 《대학연의보》는 《대학연의》에서 완성하지 않은 '치국 평천하 (治國 平天下)'를 다룬 책으로, 분량은 《대학연의》보다 훨씬 많은 160권으로 구성됐다. 내용적인 측면으로 고찰해 보자면 《대학연의》가 지도자의 내적 수양에 집중했다면, 《대학연의보》는 《대학연의》가 소홀하게 다뤘던 외면적, 제도적인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유학에서 주장하는 체(體)와 용(庸)에 비유할 수 있겠는데 몸체와 근본에 해당하는 부분은 《대학연의》, 활용에 해당하는 부분은 《대학연의보》를 각각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대학연의》가 발간된 송나라는 성리학이 태어난 시대다. 주희가 집대성한 성리학은 유학을 한층 형이상학적으로 격상하였지만 지나진 관념화로 인하여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 《대학연의보》가 발간된 명나라는 실천적 행동을 강조하는 양명학이 태어난 시대다. 이런 시대적 분위기를 두 책은 적극 반영하고 있다. 그렇기에 《대학연의보》의 핵심 주제는 '유학적 이념과 철학이 어떻게 현실로 구현될 수 있는가?'라는 활용에 대한 고찰이라고 생각한다.
국내에 번역된(2023년 4월 기준) 《대학연의보》는 총 3권인데, 현행 단행본 기준 2, 9, 10권이 먼저 발간됐다. 이 중 리뷰를 하고 있는 2권의 내용은 인사에 대한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책이 완간되지 않아 거시적인 조감을 할 순 없지만 제도적인 측면을 고찰한 내용이라는 점을 미뤄 짐작하건대 단행본 2권의 내용은 6부(이부, 호부, 예부, 공부, 형부, 병부) 중 인사를 담당하는 이부(理府)와 관련된 것 같다. 관직 임명에 대한 총론을 비롯하여 당대의(명나라) 정치 제도와 과거의 제도들을 비교하며 공과를 가리고 있으며, 관리 등용과 인사고과 관직 남용에 대한 부분도 다루고 있다. 내용적으로 유학적 이념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는데, 대간(비판적 언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과 관리 선별과 승진에 대한 내용, 관직 남용에 대한 내용은 오늘날에도 귀감이 될 만한 사례들이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학술 서적을 리뷰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깊은 부분을 다루기에는 전문가보다 미숙하고, 평이하게 풀어쓰기에는 내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학연의》는 지도자의 마음에 집중하고 있기에 쓰는데 있어 부담이 덜했는데, 《대학연의보》는 제도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기에 《대학연의》보다 훨씬 어려웠다. 《대학연의보》는 번역본 기준으로 2권과 9권, 10권이 먼저 나왔다. 1권이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2권부터 리뷰를 한다는 것도 부담이 됐다. 대부분의 동서고금은 초반부에 전체적인 내용을 개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처음 챕터의 내용이 무척 중요하다. 그렇기에 전체적인 조감을 보지 않고 중간부터 읽어서 내용 파악이 매끄럽지 않았다.
나온 번역본을 읽으면서 생각해 본 바, 2권의 내용은 인사에 관련된 것으로 봐서 이부(理府)의 내용인 것 같다. 나머지 9권과 10권은 교화와 풍속을 다루고 있는데 따지자면 예부(禮府)의 내용을 담은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도 구준은 《대학연의보》를 이, 호, 예, 형, 공, 병 즉 6부의 구성에 맞춰 쓴 것으로 예상된다. 권력의 실세적인 측면으로 볼 때 문반의 우두머리 기관은 이부였고 무반의 우두머리 기관은 병부였다. 그렇기에 번역본 2권에서 다루는 인사와 관련된 내용은 6부의 구성 중에서 으뜸이라고 할 수 있으며 통치자의 입장에서도 무척 중요할 수밖에 없다. 지도자에게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가 바로 인사이기 때문이다.
《대학연의》에서는 인사와 관련된 부분을 다룰 때 사람의 심리에 집중했다. 그러나 《대학연의보》에서는 제도적인 측면에서 접근한다. 어떤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해야 효율적일지, 인사고과 반영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유학적 이상에 안성맞춤인 제도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이고도 실체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역대의 제도의 공과를 서술하며 현재 제도를 살피고 있기에 따분한 인상도 받았지만 부분 부분에서 오늘날 조직운영에도 귀감이 될 만한 사례들을 찾을 수 있었다. 분량이 많은 것이 흠이라면 흠이겠지만 《대학연의보》는 《대학연의》가 가지고 있었던 결점, 제도적인 측면에 대한 구체성을 극복하려는 것을 독서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새삼스레 《대학연의》를 완독하던 날이 떠올랐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학연의》가 발간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무척 벅차올랐던 그 순간. 서울대학교출판부에서 나온 번역본을 닳고 닳도록 읽었던 시기가 엊그제 같은데,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연의보》가 출간이 되고 있다. 《대학연의》를 보면서 관련 후속 저술들이 과연 나올 수 있을까 막연하게 상상했는데, 그 결실을 이렇게 볼 수 있어서 다시금 가슴이 벅차오른다. 《대학연의보》를 번역한 역자분들을 살펴보니 과거 서울대학교출판부에서 나온 《대학연의》를 번역한 분들이셨다. 분량이 많은 고전인데 아무쪼록 무탈하게 완간이 되길 절실하게 희망한다. 대중성을 필두로 유사 인문학이 판을 치는 시대지만, 이런 명저의 번역을 통하여 우리나라 인문학의 깊이를 더해주는 역자와 세창출판사에게 개인적으로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