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승자의 조건 - 배터리가 주도하는 400조 거대 시장의 패권 경쟁
정경윤 외 지음 / 길벗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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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업투자자인 나는 아침 아홉시가 되면 거래를 시작하는 것으로 업무가 시작된다. 아홉시에서 열시 반 사이, 시장은 비이성적 과열로 요동친다. 그렇기에 트레이딩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시간이지만 장기 포트에 투자하고 있는 가치주나 성장주 종목들은 크게 손쓸 일이 없다. 직장을 다닐 때에는 고정적인 수입 덕분에 단타를 칠 필요가 없었다. 퇴근 후 매력적인 종목들을 분석하며 투자하는 것이 나름의 낙이었다. 그러나 전업투자를 시작하면서 여러 가지 거래를 시도해 보고 있고, 나름 승률이 쏠쏠하기에 트레이딩과 가치투자를 같이 진행하고 있다. 새벽 기상 이후 걷는 운동을 하면서, 아침 리포트를 비롯하여 여러 정보들을 읽으면서 정보를 취합한다. 23년 2월과 3월은 대체로 이차전지 배터리에 대한 뉴스가 많이 나왔다. 우량주 에코프로를 필두로 이차전지 관련 종목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차전지 주식은 대한민국에서 주식을 한다는 사람들이라면 무척 관심을 가지는 섹터다. 성장성이 보장되어 있는 섹터이기에 주식을 하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트에 보유하고 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LG 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하여 우량한 종목들을 장기 포트에 담아놨다. 그런 주식들이 테마에 맞물려 시세를 분출하고 있다. 최근 주식 단톡에서 가장 무서운 말 중 하나는 '에코프로가 오르고 있다.'라는 멘트다. 유동성이 한정된 요즘 시장에서 이차전지 우량주이자 대장주인 에코프로가 시세를 주기 시작하면 다른 섹터가 오르지 못한다. 시장에 돈은 이차전지로 쏠리게 되고 폭등으로 이어진다. 포트에 이차전지 관련 주식들이 없는 사람이라면 포모(FOMO)를 느낄 수밖에 없는 시국이다.

 

 이차전지의 성장성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지금의 과열을 보면 무섭기도 하다. 이러한 폭등이 합당할까? 거품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하고 또 의심했다. 역사적으로 고찰해보건대 미스터 마켓은 과열을 통하여 투자자들을 농락했다. 과거에 시장을 주도했던 주도주들의 끝은 어땠는가? 코로나 시기 성장주라는 타이틀로 화려했던 카카오와 네이버, 그리고 셀트리온의 모습은 어떤가? 그때도 그랬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새로운 산업이기에 기존의 밸류로 접근할 수 없는 모델이다.'라고 말하며 폭등을 합리화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고점과 대비해서 현 주가의 가격은 어떠한가? 이를 확인하면서 폭등한 이차전지 주식들의 밸류는 과연 합당한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증권사의 산업 리포트와 종목 리포트를 읽고 TV에 나오는 애널리스트들의 말을 들어봤다. 업종 애널리스트들의 고질적인 문제는 산업 전망을 너무 밝게 본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들의 말을 들으면 배터리 산업이 정말 꿈의 산업처럼 다가온다. 애널리스트와 기업 IR 담당자들의 고충도 이해는 간다. 증권사와 사측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매도 리포트를 쓰기도 어렵고, 악재 역시 최대한 좋은 말로 포장해서 알려야 하기에 부정적인 내용을 부각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답답했다. 개인적으로 특정 섹터를 공부할 때에는 그 업종에 있는 사람에게서 배우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서 반도체 섹터에 대해서도 공부할 때 애널리스트들이 쓴 책보다는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쓴 책으로 기초를 닦았다. 이차전지에 대해서도 비교적 객관적인 지식을 얻고 싶었지만, 국내에는 이와 관련된 책이 없었다.

 

 그러다 최근, 이차전지와 관련된 책이 두 권이나 나왔다. 하나는 금양의 홍보이사이자 밧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의 《K 배터리 레볼루션》, 또 하나는 배터리 연구원들이 공저로 쓴 《이차전지 승자의 조건》이 그것이다. 두 책 모두 읽어본 입장에서 《K 배터리 레볼루션》은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의 우수성과 초격자 기술에 대해서 집중하고 있고, 《이차전지 승자의 조건》은 이차전지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하고 폭넓은 지식을 명료하게 정리했다. 접근성이나 가독성은 《K 배터리 레볼루션》이 뛰어나고 산업의 동향과 객관성, 그리고 깊이는 《이차전지 승자의 조건》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이차전지 승자의 조건》을 읽으면서 무엇보다 놀랐던 점은 일본의 기술력이다. 시장에서 점유율이 낮은 일본의 배터리 특허 출원 건수가 한국보다 압도적인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이차전지 산업에서 우리와 경쟁하는 대표적인 나라는 중국이라고 생각했는데, 도표를 보니 일본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그 외에도 미국과 유럽의 규제 법안의 극복, 글로벌 기술력 경쟁, 완성차 업체와 셀메이커 기업 간의 경쟁, 안정적인 원자재 확보 등등... 무엇 하나 녹록한 부분이 없었다. 책을 읽고 배터리 산업에 대해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말 그대로 전쟁이다. 대부분의 성장 산업이 그렇듯, 초기 경쟁에서 이긴 업체가 시장을 주도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해당 기업들은 사력을 다하여 경쟁하고 있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업계의 치열함을 생동감있게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배터리 시장의 전망은 밝지만, 아직까지 풀어야 할 숙제는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 물론 우리나라의 업체들이 배터리 산업에서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면 현재의 가격 이상으로 주가가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밸류는 단기적인 수급에 의한 과열처럼 느껴진다. 단기적인 트레이딩으로 접근한다면 모르겠지만 장기적인 투자를 위해서라면 업황에 대한 체크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포트 내에 배터리 주식이 없는 분들도 책을 추천하고 싶다. 주식시장에서 소외감을 극복하는 방법은 공부가 최선이다. 오른 주식을 보면서 배 아프거나 속앓이를 하기보다 책으로 이차전지를 공부하면서 섹터에 대한 지식과 더불어 지금의 가격이 적정한 가격인지 분석한다면 다룰 수 있는 종목 풀이 커질 것이다. 시중에 반도체 관련 책은 많지만 이차전지 관련 책은 드물었는데, 이 책을 필두로 다양한 관점의 이차전지 관련 책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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