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어스 포커 (완역본) - 월스트리트 천재들의 투자 게임, 《빅 쇼트》 작가의 대표작!
마이클 루이스 지음, 장진영 옮김 / 이레미디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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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 어렵게 다가오는 점은 현시대와 비교해서 시공간적인 배경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에 많은 학설과 이론들은 대부분 사라진다. 현시대에는 통용될지도 모르지만 역사의 물줄기 속에서는 보편성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으니까. 고전은 살아남은 책이다. 무수히 다른 배경들 속에서도 시대를 초월하는 이치를 담고 있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다. 시대를 관통하는 보편성이 없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모든 고전은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세상에 전해지는 고전을 모두 읽을 필요는 없다. 어디까지나 취향에 맞는 책이거나, 끌리는 책이라면 시공간적인 배경이 불편하더라도 참고 읽는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 고전이라고 생각한다.

《라이어스 포커》가 그랬다. 이 책은 1980년대의 월스트리트 트레이딩 룸을 배경으로 한다. 주식이 아닌 채권 트레이더들의 이야기다. 실제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인데, 기관 트레이더들의 실상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주식이 아닌 채권 이야기라서, 현재가 아닌 과거의 이야기라서 별 감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

책의 제목 라이어스 포커라는 의미처럼 트레이딩을 완성하는 것은 심리다. 자신의 패를 숨기고 태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얼핏 보면 주식과 상관이 없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좋게 생각하고 진입한 주식이 아니라면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거기서 감정대로 행동하면 이미 게임은 진 것이다. 파생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정한 방향이 아니라면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주식의 경우 물리더라도 매도를 하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피해를 보지 않지만 (물론 평가손익의 피해는 높아진다.), 파생의 경우 다른 방향에 베팅을 할 경우 때에 따라서 파산에 이르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시장에 머물다 보면 기회는 온다는 점이다. 책의 시간적인 배경, 폴 볼커의 금리 정책으로 인해 미국의 채권은 엄청난 수혜를 입기 시작했다. 저자 역시 이런 시류에 합류하여 그야말로 때 돈을 벌기 시작한다. 탐욕의 구간에서 볼 수 있는 인간의 본성들이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트레이더는 돈 냄새를 빨리 맡고 시류 초입에 합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트레이더는 변화의 흐름을 빠르게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저자의 회사인 살로먼이 기존의 관성에 젖을 무렵, 미국의 회사채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정크본드 시장이 흥행할 무렵,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던 살로먼은 대량해고를 단행했고 저자 역시 회사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 변화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 시장은 늘 신선한 재료를 갈구하는 것처럼, 트레이더들 역시 시장의 변화를 잘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시공간적 배경은 다르지만, 트레이딩에 있어서 시공간을 초월하는 보편적인 교훈을 전하고 있다. 심리가 중요하다. 돈 냄새를 빠르게 맡아야 한다. 변화에 빠르게 순응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의 필름에서 내가 읽은 교훈은 이와 같았다. 이야기 형식이라서 부담 없이 읽을 순 있지만, 옛날 배경과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레이딩에 대한 보편적인 교훈을 담고 있는 고전이다. 조던 벨포트의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와 비슷하다. 조던 벨포트의 책이 불닭볶음면과 같이 매우 자극적이라면 이 책은 신라면 정도의 수위인 것 같다. 두 책 모두 과거 월가의 실상을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낸 명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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