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차전지 인사이트 - 배터리 지식의 총집편
정용진 지음 / 원앤원북스 / 2024년 7월
평점 :
주도 섹터가 거품이 빠질 때 고점서 물리는 것은 개미들의 몫이지만 2차전지는 더더욱 심했다. 버블도 심했고 물린 사람들도 많다. 그런 2차전지 섹터를 다룬 책이다. 섹터 관련 책은 공과가 분명하다. 일단 과부터 살펴보자면, 텍스트는 출간되는 시기까지의 업황을 담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섹터를 다룬 책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업황에 대한 이론을 차근차근 설명한 것이고, 또 하나는 업계의 최신 트렌드를 설명하는 것이다. 업계의 최신 트렌드를 설명한 책은 유통기한이 존재한다. 산업의 발 빠른 움직임 때문에 유통기한이 무척이나 짧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섹터에 대한 최신의 흐름을 책 보단 리포트를 읽는 것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장점으로는 불친절한 리포트에서 볼 수 없는 자세하고 친절한 내용에 있다. 증권사에서 발간하는 리포트는 불친절한 편이다. 업계의 용어를 풀지 않고 쓰기에 일반인에 볼 때에는 진입장벽이 있을 수밖에 없다. 출판물은 다르다. 일반인 독자가 이해하지 못한다면 판매력이 떨어진다. 그렇기에 대중성을 더욱 고려할 수밖에 없다. 종합해 보면 출판물의 장점은 대중에게 친절함이다. 최신의 트렌드는 유통기한이 짧으니 산업과 섹터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담은 책이 유용하겠고, 대중성을 고려해 봐도 이쪽으로 출간을 하는 것이 여러모로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다. 이 책이 그런 느낌이었다. 배터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배경을 담고 있다. 대중성을 갖추면서 친절하게 서술했다.
2차전지에 대한 대중서는 배터리 아저씨라고 자처하던 박순혁 작가가 쓴 책, 길벗에서 나온 《이차전지 승자의 조건》 등이 볼만하다. 박순혁의 책은 호불호가 있긴 하지만 편파적인 견해를 걷어내고 살펴보면 한국 2차전지가 걸어온 길을 잘 밝혀왔다는 점이 돋보인다. 《이차전지 승자의 조건》은 업계에 대해 좀 더 디테일하게 서술하고 있는데 박사들의 공저라서 내용이 다소 딱딱한 부분도 있다. 두 책 모두 2차전지 섹터가 활황일 때 출간된 책이라서 섹터에 대한 무한 긍정적 시각이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반면 《2차전지 인사이트》는 섹터가 시세를 분출하고 난 뒤에 출간된 책이다. 그렇기에 앞선 두 책만큼 강한 주장을 하기보다 다소 절제된 시각으로 업황을 바라보는 것 같다.
대한민국에서 2차전지는 주식투자자라면 관심이 없더라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섹터다. K시장의 대표적인 메인 섹터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2차전지, 바이오는 지수를 견인하는 대표적인 섹터다. 이 세 가지 산업과 관련된 상장사들이 대한민국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에 국장을 한다면 좋던 싫던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섹터와 관련된 책을 읽을 때에는 대표 섹터부터 읽는 것이 효율적이다. 요즘은 유튜브나 강의 등 영상매체로도 섹터에 대한 기본이론을 공부할 수 있지만 그래도 책이 주는 장점이 있다. 조금 수고스럽지만 공부하는 느낌도 있고, 편하게 누워서 영상을 보는 것보다 종이를 사각거리면서 보는 것이 집중도가 높을 수 있다. 너무 아날로그적인 감성일지 몰라도 이런 느낌 때문에 나 역시 책으로 업황을 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주도 섹터의 흥망성쇠는 비슷한데 이차전지는 등락과 폭락이 유독 심했다. 버블의 이유는 무엇일까? 왜 2차전지의 버블이 유독 강세였을까? 첫 번째로 원자재 리튬 값의 상승이다. 당시 배터리의 원재료인 리튬 값은 고공행진했다. 두 번째로 꿈과 희망만 무성하던 산업에 숫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섹터를 이룬 주요 회사들의 영업이익이 대폭 증가했다. 테마주라고 생각했던, 꿈과 기대감이라고만 생각했던 2차전지에 실제 매출이 찍히고 있었다. 세 번째는 K 민족 특유의 투기성이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시장은 투기성이 전 세계 1,2위를 달린다. 이런 광기의 매수세가 몇십 년 미래의 기업가치를 현재로 당겨버렸고 그런 기대감 하나로 주가를 들어 올렸다. 덕분에 2차전지 섹터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상승했다.
그리고 지금, 한껏 들어 올린 버블이 꺼지고 섹터는 큰 조정에 들어갔다. 말 많고 탈 많았던 금양이 거래정지에 들어갔다. 2차전지 섹터를 대표하는 상장사였는데 소문이 무성한 만큼 뒤탈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차전지 섹터는 주시해야 한다. 지수를 견인할 수 있는 섹터이기 때문에 미우나 고우나 살펴야 한다. 공매도가 금지될 때에도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2차전지였다. 당시 시총 우량주에 속하는 에코프로머티는 상한가를 가는 기염을 토했고, 포스코 그룹주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렇듯 2차전지는 기대 수급이 상당한 섹터이고 매수세가 몰린다면 또 크게 상승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섹터다. 그렇기에 산업에 대해서 공부를 해 둔다면 투자를 할 때 분명 유용하게 써먹을 일이 있을 것이다. 앞으로 2차전지에서 큰 기대감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제품은 전고체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차전지 섹터에 대해 전반적인 지식을 조감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무난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