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법칙 바람그림책 139
박종진 지음, 오승민 그림 / 천개의바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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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날개를 열자마자 확 들어오는 질문과 바로 표범의 예리한 두 눈

"당신이 생각하는 초원의 법칙은 무엇인가요?"


최근 동네책방을 들렸다가 이 표지에 우와~ 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왔습니다. 커버 밖, 푸른 하늘과 초원 안에 이렇게 강렬한 색감의 두 눈이 숨어있다니!

왠지 "지켜보고 있다!!!!!'" 라는 느낌도 들고 말이죠. 도서관에 비치될 땐 북커버를 벗긴 채로 책장에서 독자를 기다릴텐데! 이 표지를 보고 궁금해하지 않을 이가 누굴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그가 응시하는 것은 바로 사슴. 배를 채우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

끈덕지게 따라붙는 표범과 역시 살기 위해 이빨을 악물고 뛰는 사슴.

하지만 그들을 쫓는 자들이 있었으니


탕!


이 소리 하나로 표범은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맙니다.

이대로 표범은 그들의 사냥감이 되는걸까요?

평소 겉표지의 문구를 그냥 지나칠 때가 많았는데 이번엔 저 마지막 질문이 계속 맴돌아요.


사슴이 달립니다. 표범에게서 도망쳐 살기 위해서요.

표범이 달립니다. 사슴을 사냥해 배를 채워 살기 위해서요.

그렇다면 총과 자동차를 가진 사람은 무엇을 위해 달릴까요?


총과 자동차를 가진 사람은, 도대체 왜 그들을 쫓고 죽이고 위협하는가?


쫓고 쫓기던 낮이 지나가고

밤이 찾아옵니다.

이 책에서 좋았던 부분은 바로 밤이 찾아오면서 시작되는 장면들이에요.

풀숲 사이에 번뜩이는 그림자들....

도대체 그들에게 무슨일이 생긴걸까요?

한밤에도 계속되는 사냥?

과연 초원에서 최상위 포식자는 누가 될 것인가?

아니~ 우리 인간이 초원에 낄 틈이 있긴 한 걸까요?

앞의 면지와 뒤의 면지를 다시 살펴보니

초원 틈사이 날렵한 표범이 눈에 들어옵니다.


뒷면에 그들을 찾아온 불청객 인간들이 차를 타고 떠나는 그 밤,

그들을 지켜보는 표범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오승민 작가의 그림이라는 말에 역시! 하면서 펼쳐들었다가 여러 생각이 듭니다.


온갖 무기로 강한척 무장하고 위협하는 인간들의 오만함.

그리고 자연의 세계에서 한없이 무기력한 존재들.

그런데 또 인간 세계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하고 생각해보니 난 사슴일까? 표범일까? 총과 차로 위협하는 존재일까 생각하게 되는거죠. 더 좋은 차를 타기 위해, 더 쉽게 쏠 수 있는 총을 갖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은 매일 뜀박질 해서 살아남아야하는 초식동물 같기도 하고~ 현실세계에서는 함부로 총을 휘갈기는 인간들을 벌할 수 있는게 무엇일까 하는 생각도 들고~ 글작가님도 훌륭하시지만 전 오승민 작가의 표현력에 다시 한 번 반한 책입니다.

*이 글은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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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통신문 시 쓰기 소동 노란 잠수함 15
송미경 지음, 황K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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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송미경'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팬으로서 작가님의 거의 모든 책을 다 읽고 신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림이면 그림 글이면 글, 안 읽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권으로 마치는 독자는 없을 거라 생각하는데~ 송미경 작가님의 동화야 믿고 읽는 이야기지만 이번엔 '시'를 다루셨다고?


  "땡땡이 선생님은 수첩에 뭘 적는지 모르겠어."

비둘기 초등학교에 새로온 도당당 선생님은 늘 소소한 것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순간을 영원으로 기억하는 방법이자, 가장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삶을 가꾸는 방법, 기록! 아이들의 이야깃소리도 그냥 지나치는 법 없이 기록으로 남기던 도당당 선생님이 이번엔 특별한 과제를 내요.

바로 온가족이 시를 써서 제출하는 과제지요.

'어떤 시를 쓰든 그 과정이 새롭고 즐거울 게 분명하다.'며 모두 함께 시를 즐겨보자는 가정통신문을 받은 비둘기 초등학교 가족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처음엔 시가 무엇인지도 감을 못잡던 아이들. 그리고 덩달아 과제를 해결하게 된 가족들이 시를 쓰기 위해 '곁'을 더 자세히 살피기 시작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순간, 좋아하는 냄새, 좋아하는 소리.

  "라면이 시가 되고 추억이 시가 되었네." -p.100

  그리고 마침내 시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게 된 아이들. 이어 시가 쏟아지던 순간의 기록.

  '멋진 것을 이야기 하지 않아도 된다.'

시시한 것들이 詩詩하게 보이는 마력.

일상의 모든 순간이 '시'였죠. 그리고 비둘기 초등학교의 모든 가족들은 마음이 통하는 시를 쓰기 시작합니다.

  저 역시 아이들에게 시가 무엇인지 늘 가르쳐왔지만, 시가 두렵고 어려운 선생님인지라, 이야기에 폭 빠져 이런 저런 시를 만나면서(작가님은 시도 이렇게 재미나게 쓰시는구나 감탄하며) 느리게 시 읽고 재밌게 시 쓰고 싶어졌습니다.

물론 우리 아이들과 함께요.

  그리고 이번엔 제가 먼저요. 시를 쓰기 위해 뭔가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곰곰이 생각하며 시를 기다릴래요. 곁을 찬찬히 다시 보면서

  아직도 시를 기다리는 방법을 모르겠다면, 아이들과 이 동화를 한 번 넘겨보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갑자기 심드렁하던 일상이 두근거리는 마법이 시작되려나봅니다.


*이 글은 위즈덤하우스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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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걱정은 하지 마 햇살그림책 (봄볕) 56
이영림 지음 / 봄볕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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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 참 귀한 줄 알지만 내 몸 하나 돌볼 여유가 없다는 것은 참 서글픈 일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도 걱정없는 이유. 아이와 함께 껄껄대며 넘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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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의 걷기 클럽 사계절 아동문고 108
김혜정 지음, 김연제 그림 / 사계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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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미세먼지 알림 앱보다 더 자주 들여다보게 된 만보기 앱.

걷는 날과 걷지 못한 날은 삶의 질이 다르다고 느낀다. 매번 나의 새해 목표이자 꾸준히 이어가겠다는 다짐으로 ' #매일걷다 '까지 만들고 걷던 순간의 마주한 풍경들을 올리기도 하지만 그 매일이 그 매일이 아니니.... 방학 전 마지막 긴 연휴엔 무조건 걷기다! 다짐하며 책으로도 '걷기'를 만났다.

헌터걸, 오백 년 째 열다섯의 김혜정 작가님의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이 책은 읽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 내가 좋아하는 '걷기'를 소재로 한 이야기라니. 그런데 열세 살, 사춘기 아이들이 걷기의 맛을 알기나 할까하며 첫 장을 펼치다 마지막 장까지 단숨에 읽었다. 그리고 옆의 큰 아이에게 넘기자 아무리 책을 추천해줘도 거들떠도 안보던 곧 열세 살 첫째가 이 책은 웬일로 가져가 키킥대며 읽는다.

또래 아이들의 대화와 사건들이 익숙한 탓일까?

"어떤 장면 읽고 있어?"

함께 산을 오르며 간식을 건네는 모습에 웃음이 났다는데

"아~ 엄마도 그 장면 좋았는데~~"

오랜만에 사춘기 큰 아이와 같은 이야기를 읽고 떠드는 순간, 이때다 싶어 책을 덮은 아이와 대화를 이어갔다.

"어떤 주인공이 가장 끌려?"

아이는 네 명의 주인공 중 '혜윤'에게 많이 끌렸다고 했다.

헉, 왜 혜윤일까? 그 머리띠 시스터즈! 어울리던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하던 장면이 기억나면서 행여 아이에게도 내가 모르는 상처가 있지 않을까 싶어 바로 ' 너도 따돌림 받은 기억이 있니?' 했더니

3학년 때 어울리던 친구들과 어쩐지 자기가 맞지 않아 자연스레 멀어진 이야기를 해준다. 그리고 지금 둘도 없이 친해진 친구들 이야기까지.

"아, 그랬구나."

유달리 까칠하고 짜증이 많던 시기. 아이는 나름의 방식으로 그 기간을 잘 통과하고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표지를 보면 밝고 경쾌한 아이들의 명랑한 이야기 같지만 그 속엔 열세 살에 만난 상처가 있다. 따돌림, 학교폭력, 가정폭력, 아동학대신고, 악플, 외모비하, 짝사랑 등 각기 다른 이유로 '걷기'밖에 선택할 수 없던 아이들이 따로 그리고 함께 걸으며 마지막 어린이의 계절을 보낸다. 설레는 열네 살을 기다리며.

"손가락 하나로도 사람을 살릴 수 있어. 고작 손가락 하나가 아니라니까."

"아,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왜 행복하지만은 않을까. 내 마음 안에 누군가 들어오면 그 아이와의 관계에 따라 좋을 때도 있지만 슬프거나 속상할 때도 있다. 내 마음이 마음대로만 되지 않는다. 이건 남녀 사이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고마워, 너희들이 한 말들을 꼭꼭 씹어서 삼켰어. 더러운 말들, 나쁜 말들은 뱉었어."


이어서 아이는 강은이가 악플로 상처받을 때 친구들이 문앞에 응원의 편지를 잔뜩 붙여둔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했다. 친구가 어려울 때 곁에서 도와주는 그 장면이 좋았다나.네 명의 주인공이 연결되게 만든 친구가 강은이가 아닐까 생각되었는데, 늘 다른 친구들을 위로해주고 격려해주던 강은이 힘들어하자 그간 도움을 받던 친구들이 힘을 모아 응원하는 모습에서 친구들의 마음이 잘 드러나서 따뜻하고 좋았다한다. 어른인 나도 이 책 속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읽으며 온통 친구사이에서 겪는 고민들로 가득찼던 그때가 떠올랐다. 좋아하는 만큼 말 한 마디, 눈빛 하나에 상처받고 주던 날들. 그리고 함께 본 영화, 같이 오르던 뒷산, 라면 하나 끓여먹어도 신나던 순간들.

많은 이들이 건강하게 자신만의 시간을 채워 나갔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바람대로 건강한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강한 이야기, 열세 살의 걷기클럽.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 작가님에게 무한 감사를 드리고픈 날이다. 건강한 관계를 맺는다는 것, 어떻게 위로해줘야할까? 어떻게 다가가야할까? 망설이는 아이들과 나누고픈 이야기들.

기는 이기고 지는 운동이 아니다. 천천히 걷고 싶으면 천천히 걸을 수 있다. 앞서 걷는 사람을 꼭 따라잡을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이렇게 함께 손을 잡고도 걸을 수 있다.

 걷기 참 좋은 계절이다. 따뜻하다 못해 덥고 습습한 한 낮을 잘 보내고 어둑해지기 전에, 딱 좋은 바람이 부는 때, 딸과 함께 더 자주 걸어야겠다. 손도 잡고, 속닥속닥 낄낄 거리면서...


*이 글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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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놀러 와 스콜라 창작 그림책 58
엘리자 헐.샐리 리핀 지음, 대니얼 그레이 바넷 그림, 김지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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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달입니다. 나와 함께하는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표현하는 날이 이어지는 5월.

정말 선물같은 책을 만났어요.

장애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라마, 영화, 광고를 본 적이 있나요?

물론 예전보다는 매체에 장애인이 등장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장애인은 도움을 받아야할 존재, 특별한 능력을 가져야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 역경을 딛고 극복해야하는 장애 등으로 묘사되고 있지는 않나 생각해봅니다.

여기, 우리집에 놀러오라고 초대하는 이들이 있어요.


표지에서 만난 친구들이 하나씩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림책을 읽으면서 뒤에 책 뒤에 덧붙이는 이야기나 작가에 대한 설명은 저 혼자 읽고 추려 아이들에게 들려주곤 하는데 이 책은 뒷 부분까지 함께 읽었어요. 책을 덮으려는데 아이가

"엄마, 한 번 더 읽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다시 첫 표지부터 천천히 살피며 읽게 되요.

그제서야 아이는 " 아~ 그래서 그랬구나. 사실 이 장면이 궁금했어. 하면서 궁금했던 이야기를 쏟아냅니다.


아이가 이용하는 보조기구에 대하여- 워커라고 불리는 이 기구가 할머니 할아버지들만 사용하는 것이 아님을 ~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아이가 조용하게 집중하고 싶을 때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헤드폰을 쓰는 모습에선 최근 아이들과도 함께 본 드라마 속 주인공 우영우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어요.

" 아, 그래서 그때 우영우가 헤드폰을 쓰고 출근하는구나."

시각장애인 엄마가 읽는 점자책과 안내견 이야기



아이와 아빠만이 놀 수 있는 해적선, 왜소증을 일으키는 연골무형성증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어요.

요리도 , 새집만들기도 뚝딱뚝딱 해내는 주리 아빠의 멋진 손, 알고보니 아빠는 패혈증으로 팔을 잃었어요. 패혈증 역시 어렵고 생소한 단어여서 아이들의 질문에 답해주는데 저 역시 ~~를 못하는, ~~에 문제/이상이 생겨서 라는 식으로 설명하고 있지는 않은가 다시 점검하게 되네요.

무엇보다 이 부분은, 소리내어 읽다보니 더 와 닿던 장면이었습니다.

" 우리 모두의 집에 놀러와. 서로 다정하게 대하면, 멋진 하루를 보내게 될거야.

누구나 따뜻하게 맞이할 거야. 우린 그렇게 할 거야.

그럼 새 친구들이 와도 언제나 재미있게 놀 수 있어."

우리집에 놀러와 어울리다보면 장애는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아요.

맛있는 간식을 먹으며 신나게 놀 것들이 가득하죠.

장애는 특별한 것, 불쌍하고 도움을 요하는 것, 등의 부정적 시선을 거두고

서로 다정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가득찬 하루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며 무심하게 지나친 순간들 속엔 함께 놀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함께 사랑하기 위해. 마음 속 자리를 내주는 책을 만났어요.

장애인의 날이 있는 4월에는 학교에서 장애이해교육이나 각종 행사를 실시합니다. 앞으로 4월이면 이 책은 늘 함께하지 않을까해요. 하지만 그림책이 꼭 읽어야 할 시기가 있는 것은 아니죠. 무엇보다 5월에 아이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이기도 합니다. 어린이날을 맞아 인기캐릭터가 그려진 장난감, 용돈, 전자기기 등을 선물로 떠올리곤 하지만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금세 잊혀질 물건들보다 '함께'살아가는 세상 아닐까요^^

이 책을 덮으면서 아는 만큼 함께 살 수 있겠구나 싶어요. 우리가 사는 세상을 함께 누릴 수 있게 만들어주는 시선을 선물하는 책, 우리집에 같이 놀러갈래요?


*이 글은 해당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우리집에놀러와 #엘리자헐_샐리리핀_글#대니얼그레이바넷_그림#김지은_옮김#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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