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당하기 숙제 스콜라 어린이문고 47
이수용 지음, 이해정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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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분 소설가 하준수>를 재미있게 읽은 독자라면 기다렸을 이수용 작가의 새로운 동화, <거절당하기 숙제>.

거절을 좋아하는 이도 있을까? 아니, 거절을 당당히 즐길 수 있는 이도 있을까?

요즘 학교 현장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이 '거절' 때문에 갈등 상황에 놓일 때가 많다고 느끼는 터라, 이번 이야기가 더 기대되었다.

선생님의 거절에 눈물을 보이기도 하고 친구의 '거절'에 지나치게 날 선 반응을 보이는 모습.

그리고 '거절'을 못해 끙끙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거절당하기 숙제>를 함께 읽고 '거절'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중년의 나이에 든 나도 점점 관계에서 '거절'당할까봐 지레 겁먹기도 하고, 마음을 접기도 하던 터라

'거절'을 소재로 어떻게 아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낼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주인공 태양이는 방학 첫날인데 숙제부터 한다는 친구, 성하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방학이니 함께 놀자는 제안을 보기좋게 거절당하고, 때마침 유튜브 영상에서 백 번 거절당하기 프로젝트를 통해 실패가 두렵지 않게 됐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만난다.

거절은 마음이 상할 뿐이라고 믿는 태양이는 자신이 직접 도전해서 '거절당하면 의외로 들어주는 사람도 있고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유튜버의 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보고자 하고~ 도전 일지 쓰기의 주제를 '10번 거절당하기'로 정하는데~

조금 걸리는 건, 거절당하려면 누구에게든 부탁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p.21

  사실 거절당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거절 당하기 전엔 무언가 부탁을 해야하니까.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말고 살아야지 하는 쪽으로 마음이 굳어지게 마련이니까.

언제부터였을까? 누구에게든 ' ---좀 해주세요.'라고 자연스럽게 내밀던 손을 거두어 들이게 된 것은.

입도 뻥긋해보지 못하고 속으로만 애태우던 것은.

이야기를 읽으며 부탁도 전에 안될거라며 접었던 수많은 장면을 떠올려봤다.

가족에게든, 친구에게든,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든

어쩌면 부탁을 해야하는 그 상황 자체가 번거롭고 마음쓰기 싫어서가 아니었을까.

그래서 태양이가 시도하는 여러 도전자체가 지켜보는 어른으로서는 대견스럽게 보였다.

빵집에서 빵목걸이를 만들어달라고 하고~ 미용실에서 소액으로 그 값어치만큼 머리를 자를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아이가 얼마나 될까. 우리가 살다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부탁을 해야만하는 순간도 있으니까.

거절당할 것이 분명한데도 문을 두르려야할 순간이 있을테니까.

장난 삼아 시작한 태양이의 도전이, 좋아하는 친구의 조언으로 진지해진다. 평소 가장 부탁하기 힘들었던 사람에게 도전해보기로 하고 한 것. 매번 불친절한 대답으로 아이들을 쫓아내는 문방구 주인에게 새로운 제안을 하지만 역시나 거절~!

하지만 거절당할 것이 뻔한 부탁을 했는데 도리어 고맙다고 말해주고 거절해서 미안하다고 마음을 써주는 어른들을 만나자, 태양이는 예상치 못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동화를 읽는 어른으로서 이야기 속에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런 어른들의 모습이 반갑다.

거절당하기 숙제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주변에도 이렇게 거절당하는 것이 마음 상하는 일만은 아님을, 생각보다 따뜻하게 품을 내주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현실에서도 경험하며 자랐으면 좋겠다. 그래서 사람들은 각자의 사정으로 거절을 하기도 한다는 것을 깨달으며,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며 살아가면 좋겠다.

10번의 도전 이후에 거절 당해도 속상함 보다는 거절하는 상대의 상황을 헤아릴 만한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된 태양이처럼. 숙제가 아닌 진짜 도전을 시작할 수 있을테니까.



*이글은 위즈덤하우스 <나는 교사다>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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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도 괜찮아
오모리 히로코 지음, 엄혜숙 옮김 / 초록귤(우리학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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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틈으로 볼을 스치는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올 것만 같고

적당히 따스한 볕과 온기가 맴돌 것 같은 우리가 있는 표지.

어딘가 투박하지만 따스함이 느껴지는 그림체가 제 마음을 잡아 당겼습니다.

손글씨처럼 보이는 폰트도요.

잊어도 괜찮다니 도대체 뭘 잊어도 괜찮다는걸까.



여기는 내 자리.

여기는 우리의 자리

여기는 나만 남은 자리.


큰 장소의 변화 없이 창가에서 주로 뒷모습으로 전개되는 이 이야기에서

자꾸 내 삶의 전체 그림도 저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 보다 먼저 '자리'가 있던 아이.

커가는 속도는 다르지만 함께 자란 아이.

아이의 곁에서

아이가 웃고 울고

아이가 무언갈 배우고

아이가 떠나는 순간을 지켜보는 존재.

그 사이 스스로 작아지는 걸 느끼는 존재.


이 그림책을 보면서 '토이 스토리'의 영화 장면이 떠올랐고

아이와 함께 자란 고양이 그림자에

'부모'의 모습이 자꾸 겹쳐져 보였습니다.

떠나가는 아이의

새로운 자리를 바라보는 순간.


잘 지내.

난 잊어도 괜찮으니까.


이 마지막 장에서는 왜 울컥 한 건 가요.

아~ 얼른 독립해라.

아무도 없는 집에 홀로 남고파라 외치던 순간이 바로 어제 같은데

시끌시끌 함께 하는 자리가

결국 혼자 남는 자리가 될까봐.

아직은

잊어도 괜찮다고 말할 자신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사랑만 남겨 놓고 떠나가느냐. 얄미운 것' 이라고 바로 나와버릴 거 같은데

잘가~ (가지마)

행복해~(떠나지마)

나를 잊어줘 잊고 살아가줘~(나를 잊지마)

전 아직 거짓말 모드 이기도 하고요~


이 책의 마지막 장처럼

말해 줄 수 있을 때는, 보다 성숙하고 섬세한 표현이 가능해진 양육자가 되어있을 때일까요.

그런 때가 제게 오려나요.


실은~ 아무리 섬세하고 담대하게 말할 수 있다해도

마지막 장면의 고양이처럼 저렇게 창밖으로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것 처럼 온몸을 빼들고

사라지는 아이의 모습을 쫓고 있지 않을까요.

한 번이라도 돌아봐주길 바라면서요.

자주 아니 곧 다시 우리 자리를 찾겠다는 목소리를 기대하면서.

아직 저는....잊혀질 용기가 없는 어설픈 사랑꾼이군요.

이 책은 매일 아이의 자리를 쓸고 닦고, 때로는 아이의 자리를 타박하고, 아이가 언제 새 자리를 찾으려나. 그러면서도 아이가 지나간 자리를 한 번더 쓰다듬는 양육자들과 함께 읽고 싶어요.


이 책의 따스한 감성이 좋아서 작가의 다른 작품도 찾아봤어요. 처음 표지의 그림을 보고선 <살아있다는 건>의 작가님인가 했는데, 다른 분이군요.

이 작가님을 왜 이제 만난거지? 싶게 읽고 싶어진 책들이 많았습니다.

고양이와 함께하는 장면을 그리는 작가님들은 특히 고양이들에대한 애정이 남다른 거같아요.

작가님의 모든 책이 궁금했지만 이 책은 꼭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글은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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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의 편지 - 제3회 창비그림책상 대상 수상작
나이 지음 / 창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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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없이 바쁜 3월에는 이 책이 들어오질 않았습니다.

그냥 마냥 아름답고 예쁜 이야기처럼 느껴졌거든요. '그야말로 동화같은 이야기 아닌가?'라는 투정도 터져나왔습니다.

누군가를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돌봐주는 손길은

참 손이 많이 가고 마음이 많이 쓰이는 일인데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그 고귀한 일을 곱게 봐주기도 힘드니까요.

바쁜 일정들이 하나씩 치워지고~ 비로소 내 몸이 원하는 것들을 하나씩 해줘야겠다 하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나니, 다시 이 책을 열게 됩니다.다시 읽어보니 지나치게 빠르게 변하고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모르는 세상에서 '마나의 편지'는 쉼표 같은 이야기네요.


일단 어디든 쏙 들어갈 법한 판형.

고운 분홍빛.

누군가로부터 도착한 편지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친구야, 잘 지내고 있니?"


아, 무심하고 심드렁한 내게 툭 하고 들어오던 이 평범한 첫 문장이

마음을 두드립니다.

그러고보니 요새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내 곁에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하지도 나누지도 못하며 지냈구나.

나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누군가가 있어. 설레며 편지를 뜯는 마음으로 한 장씩 넘겨봅니다.

비바람이 불던 어느 날 떨어진 복숭아.

이름을 부르자 귀, 손, 발이 생겨나 아장아장 걸어나오기 시작한 숭아들.

그 뒤부터 주인공 마나와 숭아들과의 즐거운 동거생활이 시작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장면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숭아는 '멍숭아'


  다른 아이들보다 흙투성이에서 발견되 다른 아이들보다 몸도 작은 이 아이를

마나는 정성스레 보살핍니다.

멍숭아를 비롯해서 숭아를 보살피는 마나의 모습에서

아이 셋과 함께 한 지난 육아기가 떠오르기도 했어요.

왜그렇게 조급하게 생각하고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존재인 나의 아이들에게

욱하고 화내고 다정하게 굴지 못했었는지.

지난 날을 떠올리다보면 후회가 한움큼이지만요.

함께 해서 재미있었던 순간들. 매일매일이 똑같은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매일이 새로웠던 날들.

늘 천진난만 아가들같은 숭들이 가을이 되고 무럭무럭 자라

다른 존재를 돕게 되는 부분도 뭉클합니다.

나눌 줄 아는 존재로 무럭무럭 자라는 숭아들.

이야기 속에서는 마나가 숭아들과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나는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역시 복숭아의 계절이 여름이라 그런가 이 책하면 '여름'이 주는 온갖 이미지들이 떠오릅니다.



다시 돌아온 봄으로 마무리되느 이야기지만

이 책을 여름에 다시 펴 볼 거에요,.

내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누군가와.

네 이야기가 궁금한 내가 되어서.

지금의 순간의 이야기들을 차곡차곡 쌓아두면서 말이죠.

무엇보다 따스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들을 자꾸 가까이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봄이기도 합니다.

남들 눈에는 그저 떨어진 쓸모없는 복숭아들이

마나에게 귀한 숭아들이 되었듯이~

지나치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돌보지 않으면 그냥 사그라드는 것들이

내 주변에 가득하니까요.


책장을 넘기며 나도 모르게 미소짓는 모습에서 스스로 돌보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 이야기.

따스한 마나의 편지에 오늘은 답장을 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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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친구 세 친구 스콜라 창작 그림책 110
김유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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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밖으로 쏟아져 나올 듯한 이 귀염둥이들은 누구일까요?

정사각형의 판형에 사랑스러운 녀석들로 꽉찬 김유진 작가님의 세 친구.

책을 고를 때 표지와 제목 또한 마음을 사로잡는 중요한 요소라 생각하는데

너무 궁금했습니다. 세 녀석들의 이야기가요.

삼색이, 시도, 누렁이라는 고양이가 주인공인 이 책.

마침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카드 뉴스가 이 책의 성격을 너무나도 잘 표현해줘서 온라인 서점에서 데려와봤습니다.

삼각관계는 연애관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죠.

친구 관계에서도 '가끔은 하나보다 외롭고 둘보다 어려운 셋' 이 말에 너무 공감이 되었어요.


시도와 누렁이는 단짝 친구입니다. 전학생 삼색이가 어느날 굴어들어와? 이 둘 사이를 갈라놓기 전까진 말이죠. 

전에는 당연하게 둘이 했던 것들이 삼색이가 끼어들며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맘씨 좋은 누렁이는 전학생 삼색이도 '함께 하자' 하지만

속마음은 그렇지가 않죠. 집에 갈 때도, 체육시간에도 , 소풍날에도 자꾸 내 단짝 누렁이를 빼앗아 가는 거 같아 얄밉기도 하고~ 어째 누렁이는 나보다 삼색이를 더 위해주는거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우리 둘만 놀자 하기엔 나만 나쁜 친구가 되는 기분.

김유진 작가님의 책은 처음엔 수채화 기법의 그림체에 반했는데 어느덧 '추억을 선물하는 작가의 이야기'로 다가와요.


이 장면에서 정말 친구관계가 공부보다 더 어려웠던 시기에 함꼐 갔던 놀이 동산이 떠올랐거든요.

유난히 2명씩 타야하는 순간에. 아 이건 꼭 그 아이랑 같이 앉아 타고 싶은데, 이번엔 누가 혼자 앉아야하나 신경쓰이던 순간들. 그리고 내뜻대로 되지 않아 불퉁거리던 마음들.

유난히 셋이서 단짝이 되었을 땐 더 그랬는데~ 사실 쟤는 나랑 더 먼저 친하지 않았나 싶고. 내가 저 친구랑 더 맞는다 싶고. 아니면 어째 나만 빼고 저 둘이 더 가까워 진거 같아 하며 속상하던 날들.

어라, 그런데 왠일이죠? 빙빙 도는 컵케이크 놀이기구를 셋이 함께 타던 순간. 시도는 셋이 함꼐 타는 놀이기구가. 셋이 함께 하는 순간이 둘이 함꼐 있을 때보다 더 재미난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새로운 친구에게 마음의 문도 조금씩 열리게 되구요.

그런데 삼색이는 아닌가봐요. 늘 누렁이 것만 챙기면서, 누렁이하고만 함께 하려하고

아직 시도에게 마음을 열지는 않네요. 역시 세 친구가 함께 하는 것은 어려운 걸까요?

앞면의 면지에서 하나, 둘이 떨어져 있던 발자국들이

뒷면에서 옹기종이 하나로 모여든 걸 보면 분명 이 셋 사이에 변화가 있는 듯한데

시도와, 누렁이 그리고 삼색이 사이의 거리는 어떻게 좁혀질 수 있을까요?

이 셋이 함께 새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학기초 교실에서 친구 사이의 관계들을 유심히 살피다 보면 기존에 친했던 관계에 새 친구가 더해져 셋이 어울리다 실랑이가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돌이켜보니 저도 그랬고 제 딸아이도 이 점 때문에 종종 힘들어하곤 했죠. 이 책은 3월, 새학기에 아이들과 친구에 관하여, 관계에 관하여 이야기하기 좋은 책인거 같아요.

" 오늘~ 친구 많이 사귀었어? 어떤 친구랑 놀았어?" 직접적으로 물어보기보다

"엄마도 그때 이렇게 서운하고 속상하고 힘들었어." 서툰 표현 때문에 힘들었던 학창시절 이야기로 먼저 화두를 던져도 좋겠고

교실에서 아이들과 새 친구를 만나고 기존 관계에서 새로운 관계가 더해질 때 오는 서운함, 어려움, 갈등 해결에 대해 이야기나눠도 좋을 듯해요.

추억과 사랑스러운 고양이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 김유진 작가님의 다음 책도 기대됩니다. 과연 더이상 새로운 귀여움은 없을 듯한 고양이 세계에서 작가님이 보여줄 또다른 고양이 이야기도요.




* 이 글은 <나는 교사다> 서평단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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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에 알이 생겼어 노란상상 그림책 127
주아나 바라타 지음, 엔히키 코제르 모레이라 그림, 오진영 옮김 / 노란상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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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머리에 뿔이 솟아 나거나, 몸에 온통 줄무늬가 생기거나, 곰이 되어버린 이야기 등등

그동안 만난 이야기 속에서 갑자기 신체의 변화가 생긴 이야기들은 많이 접해보셨을겁니다.

이 책을 만나자 마자 떠올렸던 그림책은 첫 아이를 낳고 주구장창 읽었던, 수도 없이 책을 똑똑 두드리며 읽고 또 읽었떤 < 두드려 보아요>라는 책과 잘자~ 하면서 아이가 잠자길 기다리던 <잘 자요, 달님> 이에요. 색감이 비슷하죠?

아이가 좋아한다는 핑계로 이 책을 읽고 또 읽었지만 실은 제가 이런 쨍한 색감을 좋아합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만난 여러 화가들 작품 중에서도 좋아하는 작가를 뽑으라면 먼저 '마티스'가 생각나거든요.

뒷면을 보니 알 바코드에~ 생글생글 웃고 있는 아이. 아니 심각한 상황인데 '이 알에서 대체 뭐가 나올까?'라니~!

'오히려 좋아 ~'라는 삶의 태도는 이 아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요.


아이는 나름 과학적으로 접근합니다. 알 백과사전을 꺼내 수 많은 알을 찾아 머리에 난 알과 비교하기 시작합니다.

길이도 재 보고~ 색과 질감 모양을 비교하며 온갖 종류의 알을 찾아보다가

결국 책을 덮고 생각해 낸 방법은~ 포근한 수건으로 머리를 감싸고 따뜻한 불빛아래 잠드는 것.


다시 면지로 돌아가 상황을 보아하니~ 이렇게 집앞을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니는 아이가.

머리에 혹이 난다면?

"야! 그러게 조심하랬지?" 란 말이 나올 법도 한데 아이의 보호자의 시선에서보다

아이가 넘어지고

그래서 생긴 알의 정체를 찾아 홀로 헤매는 장면, 그리고 마침내 책을 덮고 따뜻하게 몸을 감싸고 잠들기까지

아이의 표정을 따라가보니 울고 지쳐 포기하는 모습이 없네요. 오히려 마냥 신기하게 바라보고 궁금해하고 당황스러울지언정 기대하는 표정들. 새로 생긴 알이 불편한 존재가 아니여서 그럴까?

단조로운 색과 장면 속에서 문득 '아하' 깨달음이 솟구칩니다.

원래 이렇게 정신없었나?

나 이제 나이 든걸까? 아! 또 이런 또 뭐야!!! 하면서 진짜 짜증난다를 속에 달고 살다가

천진난만한 아이의 태도에서

지금 내게 필요한게 바로 거울 앞에서 알을 만난 이 아이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봐요.

'아니, 이건 또 언제 생겼대. 얘는 왜 생겼나. 어떻게 했어야 안생겼을까? 따지기보다~'

'새로 생겨난 이 아이. 도대체 정체가 뭘까? 알 수 없다면 내 몸을 추스리고 기다려보지뭐.' 하는 삶 태도.

알이 문제라 볼수도 있고 골치아픈 존재라 볼 수도 있지만

어떻게 맞이하냐에 따라 내 삶의 쉼표가 될 수도 있고, 안가본 길이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시도가 될 수도 있겠네요.

이 책을 읽는 다른 독자에게 '알'은 어떤 존재일지 궁금해집니다.

마침, 어제 가족들과 <호퍼스>라는 애니메이션을 봤어요. 여기서 등장하는 샘 교수님이 오랫동안 연구한 프로젝트를 접어야할 판인데도 이런 말을 해주거든요.

문 하나가 닫히면 천 개의 창문이 열리는 법!


* 이 글은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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