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도 괜찮아
오모리 히로코 지음, 엄혜숙 옮김 / 초록귤(우리학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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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틈으로 볼을 스치는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올 것만 같고

적당히 따스한 볕과 온기가 맴돌 것 같은 우리가 있는 표지.

어딘가 투박하지만 따스함이 느껴지는 그림체가 제 마음을 잡아 당겼습니다.

손글씨처럼 보이는 폰트도요.

잊어도 괜찮다니 도대체 뭘 잊어도 괜찮다는걸까.



여기는 내 자리.

여기는 우리의 자리

여기는 나만 남은 자리.


큰 장소의 변화 없이 창가에서 주로 뒷모습으로 전개되는 이 이야기에서

자꾸 내 삶의 전체 그림도 저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 보다 먼저 '자리'가 있던 아이.

커가는 속도는 다르지만 함께 자란 아이.

아이의 곁에서

아이가 웃고 울고

아이가 무언갈 배우고

아이가 떠나는 순간을 지켜보는 존재.

그 사이 스스로 작아지는 걸 느끼는 존재.


이 그림책을 보면서 '토이 스토리'의 영화 장면이 떠올랐고

아이와 함께 자란 고양이 그림자에

'부모'의 모습이 자꾸 겹쳐져 보였습니다.

떠나가는 아이의

새로운 자리를 바라보는 순간.


잘 지내.

난 잊어도 괜찮으니까.


이 마지막 장에서는 왜 울컥 한 건 가요.

아~ 얼른 독립해라.

아무도 없는 집에 홀로 남고파라 외치던 순간이 바로 어제 같은데

시끌시끌 함께 하는 자리가

결국 혼자 남는 자리가 될까봐.

아직은

잊어도 괜찮다고 말할 자신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사랑만 남겨 놓고 떠나가느냐. 얄미운 것' 이라고 바로 나와버릴 거 같은데

잘가~ (가지마)

행복해~(떠나지마)

나를 잊어줘 잊고 살아가줘~(나를 잊지마)

전 아직 거짓말 모드 이기도 하고요~


이 책의 마지막 장처럼

말해 줄 수 있을 때는, 보다 성숙하고 섬세한 표현이 가능해진 양육자가 되어있을 때일까요.

그런 때가 제게 오려나요.


실은~ 아무리 섬세하고 담대하게 말할 수 있다해도

마지막 장면의 고양이처럼 저렇게 창밖으로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것 처럼 온몸을 빼들고

사라지는 아이의 모습을 쫓고 있지 않을까요.

한 번이라도 돌아봐주길 바라면서요.

자주 아니 곧 다시 우리 자리를 찾겠다는 목소리를 기대하면서.

아직 저는....잊혀질 용기가 없는 어설픈 사랑꾼이군요.

이 책은 매일 아이의 자리를 쓸고 닦고, 때로는 아이의 자리를 타박하고, 아이가 언제 새 자리를 찾으려나. 그러면서도 아이가 지나간 자리를 한 번더 쓰다듬는 양육자들과 함께 읽고 싶어요.


이 책의 따스한 감성이 좋아서 작가의 다른 작품도 찾아봤어요. 처음 표지의 그림을 보고선 <살아있다는 건>의 작가님인가 했는데, 다른 분이군요.

이 작가님을 왜 이제 만난거지? 싶게 읽고 싶어진 책들이 많았습니다.

고양이와 함께하는 장면을 그리는 작가님들은 특히 고양이들에대한 애정이 남다른 거같아요.

작가님의 모든 책이 궁금했지만 이 책은 꼭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글은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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