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밖으로
바버라 레이드 지음, 나희덕 옮김 / 제이픽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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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꽃님에미님께서 인스타 피드에서 표지 투표를 하셨을 때~ 표지만 보고도 이 책 속이 너무 궁금했어요. 절판되서 궁금해도 못봤던 그 책. 근데 예전 표지라면 이만큼 궁금하진 않았을듯해요. 열자마자 까꿍하고 다가온 이 아이


와~ 쥐 라면 질색인데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 있는것인가요.

지하철에서 만난다해도 귀여워서 소리지를 것 같은 닙.

닙은 지하철플랫폼 아래 복작대는 대가족 사이에 살고 있습니다. 종일 먹이를 모으러 다니다 보금자리로 돌아와 늙은 생쥐의 이야기를 듣는 것, 닙이 가장 사랑하는 순간이죠.

모두 잠든 사이에 골똘히 이야기를 듣는 닙. 정말 뭐가 되든 되겠죠? 자고로 이야기 좋아하는자, 꿈꾸는 자는 누구도 막을 수 없지 않습니까? 이 장면에서 전 왜 프레드릭이 생각났는지^^

닙은 당장 필요한 먹이를 모으는 중에도 취향에 따라 신기하고 예쁜 것들을 모아 자신만의 공간을 채워가요.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 중 하나가 바로 이 장면이었습니다.

가방 속 물건이나 스마트 폰 속 사진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다는 말도 있는데

별이 빛나는 밤에 활짝 웃는 스마일에~ 새콤달콤 미각에 고양이 캐리커처라니 , 그리고 연필과 크레용을 좋아하는 것으로 보아 이 친구 분명 끼적이는 것에도 소질이 있을거 같아요^^

  음, 그리고 표지에 등장했던 저 깃털은 닙의 등에 깔려있군요! 닙은 깃털처럼 훨훨 날아가게 될까요?

취향을 가진 다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따라가다보면 내가 닿고 싶은 곳이 생기게 되는게 아닐까요?

닙은 이제 컴컴한 지하철 역을 벗어나 바깥 세상을 꿈꾸기 시작합니다.

  가족들. 친구들은 말합니다.

바깥세상은 굶어죽거나 잡아먹히기 딱이라고

하지만 닙은 제목 그대로 터널 밖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닙이 꿈꾸던 세상은 터널 밖에 존재할까요?

닙이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을 가능할까요?


  그림책을 받자마자 든 생각은 '만지고 싶은 그림책'이었습니다.

그리고 서둘러 책장을 넘기다 덮고나서 든 생각은 '나도 이 장면 만들고 싶다' 였어요. 사은품으로 주는 유토5종세트~ 이보다 더 좋을수 있을까요?

한 장면 한 장면 넘기다보니 나도 따라 만들고 싶어졌는데 찰흙까지 주다니 완전 러키비키잖아^^

아이와 조물락 조물락 장면을 만들어보며 나의 터널 밖의 장면을 이야기 나누면 어떨까요?

이번엔 이 책이 사라지지 않고 오래오래 우리 곁에서 사랑받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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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 요괴 1 : 천잠 -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어린이 부문 우수상 수상작 반려 요괴 1
김영주 지음, 밤코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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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을 읽든 책 날개에 작가님 소개를 가장 먼저 살펴보는 제게, 작가님을 소개하는 첫 문장부터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들었습니다. 마음 속에 숨겨진 꿈과 상처의 상징이 반려 요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일까?

1편이라고? 그럼 이 동화 역시 시리즈로 계속 될 듯한데~왜 하필 '천잠'이라는 반려요괴에게 끌렸을까?

이야기의 주인공 주희는 평소 속마음을 내보이는게 힘들어요. 그저 쌍둥이 언니, 세희와 친구의 의견에 따르거나 세희의 인기에 함께 하는 친구들의 의견에 마지못해 따르죠. 속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속안에 가득한데 상대가 걱정할까봐, 멀어질까봐 배려하다보니 꺼낼 수가 없어요.

어느 날, 화단 할아버지와의 운명적 만남으로 뜬금없이 반려 요괴를 선택하게 된 주희. 선택당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까요?



  주희가 반려 요괴를 선택하기 위해 여러 요괴를 만나는 장면에서 나의 상상 속의 반려 요괴들도 꿈틀댑니다. 만나는 아이들과 반려 요괴 그리기를 해보면 어떨까? 아, 요괴라는 부분에서 가능하지 않은 것도 가능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을 듯하고~ 눈이 세 개 있어도, 작거나 커도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 같은데. 작가님의 말이 이제야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나와 함께 하는 요괴가 이런 능력을 갖췄으면 좋겠어~' 하는 부분에서 내겐 없지만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게 되고~ 요괴의 모습에 숨기고 싶은 내 모습을 슬며시 끄집어 오게 되더군요.

주희는 처음에는 밥도 먹지 않고 똥오줌도 싸지 않는-그저 기르기 편할 듯한 요괴를 찾습니다. 하지만 정작 주희의 맘에 들어온 반려 요괴는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으로 이끌려 선택하게 됩니다.


"저 아이를 선택한다는 것이 뭘 뜻하는지 알아?"

"그게 무슨 말이야?"

"한 생명을 데려가는 거잖아. 생명을 맡는데 얼마나 큰 책임이 따르는지 알고 있냐고."

p.46


  그저 마음이 이끌려 데려온 반려요괴이지만~반려 인간으로서 자격이 없으면 대가를 치루게 된다는 경고. 처음엔 그저 겁나고 두렵던 '책임'이 반려요괴와 함께 하면서 자연스럽게 일상에 스며들게 됩니다. 반려요괴와 함께 하는 순간 만큼은 꽉 닫혀있던 주희의 마음도 말랑말랑해지고 절로 속마음도 터놓게 되는데~

속마음을 꺼내놓다보니 미처 깨닫지 못한 마음의 구석까지 알게 되요. 그리고 처음에 알의 상태로 만났던 반려 요괴는 주희와 속마음을 나누며 성장하게 됩니다. 알고보니 누에 요괴의 성장에는 반려 인간의 마음이 필수! 그러니 주희가 이야기를 털어 놓을 수록 쑥쑥 자랄 수 밖에요. 무얼 좋아하는지, 무얼 싫어하는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 서운했던 일, 겁먹은 일까지~자연스레 털어놓게 되는 마법이 주희에게도 일어납니다.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 걱정 없이 

그저 주절주절 이야기하는 건 제법 행복하다는 걸 말이야.

p.70


  하지만 잘 자라던 요괴는 또 한 번 변화를 맞고~ 주희는 불안한 마음으로 화단 할아버지에게 달려가는데~ 할아버지는 주희에게 따스한 조언을 해줘요.


무엇이든 자라려면 힘든 법이지.

p.85

"그래, 그렇게 잘 돌봐 주어라. 불안해하느라 시간을 헛되게 쓸지,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올 저 아이를 기쁜 마음으로 기다릴지는 네가 선택하는 거란다. 네 작은 선택들이 모여서 네가 되는 거고."

"작은 선택들이 모여서 내가 된다."

p.87


  주희처럼 자꾸 입 앞으로 웅얼거리게 됩니다. 작은 선택이 모여서 내가 된다~

주희가 반려 요괴와 함께 하며 '반려'의 의미를 깨닫듯, 저는 묘하게 이 장면에서 함께 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어요. 특히 동화 읽는 어른으로서, 부모로서 자녀를 키운다는 것에 대해. 육아가 그저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자녀가 성장하길 기대하며 돌보아 주는 것'으로만 받아들일 때는 한없이 고달프지 않던가. 내 멋대로 기대하면서 조금만 어긋나면 불안해하고 이리저리 휩쓸리다가 결국 아이 눈 한 번 맞춰주지 못하고 지나가버린 시간들. 하지만 지나고보니 내게 깨달음을 주는 순간과 '나 또한 자랐구나' 하는 시간들은 어떤 선택으로 만들어진 시간이었을지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무엇보다 주희가 깨달은 반려의 의미는 바로 친구가 된다는것. 누군가와 진정으로 함께 하다보면 내 스스로 성장을 이루는 것이구나. 주희가 숨기거나 감추지 않는 제 모습 그대로, 첫 번째 요괴 친구의 변화를 기다렸듯이. 그리고 점차 쌍둥이인 세희에게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이야기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로 마음 먹었듯이.


  알고보니 이 모든 것은 화단 할아버지의 큰 그림이었다?

처음에 주희가 두려웠던 그 부분, 반려 동물을 선택하는 것은 반려 인간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반려 동물의 선택을 받아야한다는 사실. 그리고 반려 동물의 선택을 받으면 자연스레 하나의 자격이 더 주어지는데~ 아쉽지만 2편에서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을 듯해요. 언제 2편이 나오려나^^

이 동화를 읽는 즐거움 중 하나. 김영주 작가님의 사랑스러운 판타지 글과 밤코 작가님의 그림과의 만남은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스러움에 유쾌함을 한 스푼 꾹 눌러담은 주인공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졌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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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 펭타 - 수상한 펭귄과 도넛 트럭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48
시바타 게이코 지음, 황진희 옮김 / 길벗어린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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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상한 펭귄이 있습니다.

여름이 되면 도넛 모자를 쓰고

해수욕장에서 갓 튀겨 낸 따끈한 도넛을 파는 펭귄

펭펭! 펭타도넛!

무더운 여름에 갓 튀긴 도넛이라니?

수영 후 허기진 동물들에게는 최고의 간식일까요?

  손님들은 따끈한 도넛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과 닮은 도넛을 만들어달라고 합니다.

잘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해 볼게요."


오호라~ 정말 수상한 도넛집 맞네요.

메뉴에 없는 맞춤형 도넛이라니!

요즘 인스타 피드에 올리면 사람들 더 몰려들거 같은데요?

그런데...가만히 살펴보

어쩐지 도넛을 들고 돌아가는 동물들 표정이 만족스런 표정이 아닙니다.

땀을 뻘뻘 흘리는 펭타씨도 안쓰럽구요.

역시 메뉴에 없는 도넛은 팔지 않는게 나았을까요?




  맞춤식 도넛 제작에는 실패했지만 도넛 맛만큼은 인정!

쉴 새 없이 동물들이 몰려드는 가운데~ 손님들은 펭타의 머리에 쓰고 있는 도넛마저 갖고 싶어 합니다.


  엇! 그런데 도넛 펭타씨! 모자 위 도넛 어디로 갔어요?

설마....이번에도 못이기는 척 손님의 부탁을 들어주셨나요?

모두의 박수를 받으며 어쩐지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는 펭타씨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시바타  케이코의 그림책은 표지만으로도 앗! 그 작가! 하고 작가를 먼저 떠올리게 되요.

빵도둑부터 시작된 작가님의 사랑스러운 캐릭터 사랑은 이번에 아이들과 읽을 때도 변함없었는데요.

작년에 일본에 갔을 때도 서점 굿즈샵이며 가챠샵에 빵도둑 캐릭터들이 즐비해서~ 게다 하나같이 사랑스러워서 충동구매를 자제할 수 없었더랬죠. 펭타씨의 이야기도 계속 이어질까요? 아니면 여름에만 해수욕장에 나타나는 이유가 있을까요?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구절은 펭타씨의 정체가 드러나며(사실 이야기 초반부터 짐작하실 수 있을거에요) 박수치는 동물들의 말.

수영까지 잘하는 당신은 대체 누구세요?

본업이 아니어도 기꺼이 최선을 다해 즐길 수 있는 것.

본업의 +@가 되어줄 무언가. 게다가 언제나 새로이 도전할 수 있는 그것!

그것이 펭타를 더 멋지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동물들은 수영까지! 라고 인정해주잖아요.

사실 펭타씨의 본캐는 수영을 잘해야하는 일인데~


그래서 자꾸 펭타씨가 도넛을 쓴 모습을 다시 보면서 내게 도넛은 무엇일까 떠올리게 됩니다.

때로 나의 정체마저도 잊게 만들 수 있는 무언가. 서툴러도 꾸준히 도전하는 그것~

그것이 있기에 기꺼이 나서야 할 때 풍덩 빠져들 수 있는 게 아닐까?

어쩌면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하면서 ~~까지 잘하다니! 라고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펭타씨처럼 도넛트럭을 몰고 떠나볼래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잘하는 것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으로!


* 이 글은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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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할 수 있게 되면 I LOVE 그림책
잭 웡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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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끝나지 않은 여름입니다. 여름이면 물빛나는 그림책이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는 걸까요?

게다가 "너도 한 번 들어와 봐!" 하고 빤히 쳐다보는 아이가 있는데 어떻게 이 책을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요?


  면지를 열면 수영장 바닥에서 가만히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는 아이를 마주하게 됩니다.

표지에서 저를 이끌던 아이는 왜 물 속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을까요?

수영장의 레일이 마치 삐삐삐 - 삐~~~ 하고 재촉하는 신호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아시죠?

아이에게 어떤 일을 권할 때 재촉은 금물이란 거.

그냥 등떠밀어 보라구요? 그러면 아이는 평생 물을 두려워 할 걸요?


"네가 수영을 할 수 있게 되면 거기에 데려갈게'

  오~ 이런 방법이 있군요.

수영을 할 수 있게 되면~ 그 곳에 데려간다네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고 반복되는 이 말은 입으로 소리내서 읽으면 읽을 수록 힘을 주는 매력적인 말이에요. 수영을 하게 되면 새롭게 열리는 세상을 보여준다는 것.


  무엇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당장 물 속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질 정도로

물 밖에서, 물 위에 떠서, 물 속에서, 더 깊게 헤엄쳐서, 때론 풍덩 빠져서 ~물과 만나는 다양한 장면이 그려집니다.

실제로 물 속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다양한 시점의 변화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게으를 때 보이는 풍경이 따로 있듯,

물 위에 떠서 보이는 모습들.

다시 물 위에 떠있는 아이에게 시선이 옮겨가다가~

들어갈까 말까 살짝 담그기도 하고

용기를 내어 물 속 생명체를 만나기도 하고

어느새 깊게 더 깊게 물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순간. 그리고 자연스레 변화하는 시간들, 물 속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표정.


 전 이 장면에서 가장 가슴 속에 있는 불꽃하나가 불붙은 기분이었는데요.

예전 보트투어에서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겁없이 바다에 달려드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럽더군요.

'앜~ 그러다 안떠오르면 어쩌지?'

'저 속은 너무 차갑지 않을까? 코랑 귀에 물 다 들어갈텐데'

그런 걱정 하나 없이 그냥 뛰어들어보고파요.

평생 저랑은 인연이 없을 것 같은 수영,이번 여름을 놓쳤지만~

그림책을 펼쳐 보이는 세상을 접하고 나니 '그렇다면 나도 한 번?'으로 마음이 움직입니다.


  절대 나랑 어울리지 않는 건 해보지 않고 알 수 있을까요?

어쩐지 수영을 해내고나면! 그 세계를 맛보고 나면!

내게 또 하나의 문이 열리고 나면!

이번엔 또 다른 방향으로 뚜벅뚜벅 걸어가 문두드릴 용기가 생길 것 같은데요!

우리가 인생에서 만나는 '---을 할 수 있게 되면'만나는 세상은 또 얼마나 많을까요?

그 세계를 이렇게 아름답게 이끌어주는 손길을 만나고파요. 또 손내밀어 새로운 세상의 설레임을 안내자가 되고 싶기도 하구요.


  그림책 하나 펼쳤을 뿐인데 물놀이 몇시간 한 듯한 착각이 드는 '수영을 할 수 있게 되면~'

여름이 가기 전에 , 아니 올해가 가기 전에 여러분은 무엇을 할 수 있게 되면~좋겠어요?

--를 할 수 있게되면 또 어떤 선택이 어떤 순간이 가능해질까요^^? 두근두근대며 8월을 마무리 할 수 있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 이 글은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참여해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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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따먹기 스콜라 창작 그림책 86
김지영 지음, 남형식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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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난히 덥고 지치는 여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처서가 지났는데 도대체 선선한 바람은 언제나 불어오려나~ 늘 흠뻑 젖은 스펀지처럼 추욱 늘어져 아무것도 하기 싫은 여름을 보냈어요. 여름엔 더워야지 했지만 집 밖으로 나서기가 이토록 두려운 해가 있었던가 싶어요. 기후 위기라는 말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최근엔 지구 온난화가 아니라 지구 열대화에 접어들었다는 유엔의 가슴 철렁한 발표도 있었구요.

  

  이 책의 표지를 처음 보았을 때는 화사한 배경에 귀여운 아이, 동물이 제일 먼저 보였어요. 제목으로 검색하면 수두룩한 '땅따먹기'라니~ 어쩐지 뻔한 이야기가 펼쳐질 거라 생각했죠. 단순히 동물과 아이가 어울려 노는 이야기?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아~ 이런 주제의 이야기를 이렇게 꺼낼 수도 있겠구나 하는 감탄이 나왔습니다. 표지만으로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 상상이 되나요?

  심심하다면서 동물들이 모여있는 공간에 막대기와 돌을 들고 나타난 아이.

동물들은 호기심에 놀이를 시작하지만~시작부터 아이는 자기 멋대로 규칙을 바꾸고 동물들을 놀이에서 하나씩 탈락시킵니다.

 아이는 다른 동물들이 내는 소리를 들을 생각도 없네요. 그런데 언제 이렇게 배경이 바뀐 것이죠? 처음에 놀이가 시작되었던 그 푸른 숲 속은 어디로 갔을까요? 아이가 땅따먹기에서 영역을 넓힐 수록 바뀌는 배경. 실제 사진을 오려낸듯한 콘크리트, 구겨진 비닐, 눈금선 등이 이 땅에 서있는 누구와도 잘 어울리지 않는 다는 생각이 들어요.

  놀이는 이대로 지속될 수 있을까요? 놀이의 끝은 어떻게 될까요?

사라진 동물들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그림책의 중반 이후에 대부 '아하'하고 눈치챘을꺼에요.

아 이 책은 환경,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너무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이지만 황폐해진 지구 곳곳의 모습과 고통받는 동물들의 자극적인 사진만으로는 아이들에게 지금의 문제를 꺼내기 어려울 때가 있죠.

그런 점에서 '땅따먹기' 속의 접근이 접근이 참신하고 의미있게 다가왔습니다.

우리 인간이 이 지구에서 얼마나 더 오래 버틸 수 있을까요?

지구의 동식물이 하나씩 사라질 때,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그동안 내일이면 늦으리 하면서 자연 또한 후손들에게 빌린 것이다. 우리가 누린만큼 그들에게 돌려줘야한다고 했는데 이제 당장 지금 세대도 어떤 변화가 몰려올지 두려운 오늘인듯해요.

홀로 남은 아이의 벌벌 떨고 있는 모습이~

화사하고 따뜻한 색감이 사라지고 거칠고 황폐한 배경 속에 홀로 남겨진 장면이 마음에 남습니다.

다양한 생물이 함께 살아가야만 존재할 수 있는 공간에서 홀로 규칙을 어기며 놀이를 지속한 우리.

어쩌면 나의 영역을 계속 넓혀 다른 생물을 밀어내는 '땅따먹기'가 이땅에선 가능한 놀이가 아닌지도 모르겠어요.

애초에 땅따먹기라는 놀이 자체가 성립할 수 없는 공간이 아닐까.

땅따먹기가 아니라 땅나누기로 놀이 규칙 자체를 바꿔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의 생존은 한 번의 놀이로 끝날 수 없는 일이니까요. 더이상 함께하는 생물들이 사라지기 전에 더이상 반칙도, 영역 넓히기도 이루어져선 안되겠죠. 아이들과 웃으며 넘기다 진지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 이 글은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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