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 요괴 1 : 천잠 -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어린이 부문 우수상 수상작 반려 요괴 1
김영주 지음, 밤코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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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을 읽든 책 날개에 작가님 소개를 가장 먼저 살펴보는 제게, 작가님을 소개하는 첫 문장부터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들었습니다. 마음 속에 숨겨진 꿈과 상처의 상징이 반려 요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일까?

1편이라고? 그럼 이 동화 역시 시리즈로 계속 될 듯한데~왜 하필 '천잠'이라는 반려요괴에게 끌렸을까?

이야기의 주인공 주희는 평소 속마음을 내보이는게 힘들어요. 그저 쌍둥이 언니, 세희와 친구의 의견에 따르거나 세희의 인기에 함께 하는 친구들의 의견에 마지못해 따르죠. 속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속안에 가득한데 상대가 걱정할까봐, 멀어질까봐 배려하다보니 꺼낼 수가 없어요.

어느 날, 화단 할아버지와의 운명적 만남으로 뜬금없이 반려 요괴를 선택하게 된 주희. 선택당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까요?



  주희가 반려 요괴를 선택하기 위해 여러 요괴를 만나는 장면에서 나의 상상 속의 반려 요괴들도 꿈틀댑니다. 만나는 아이들과 반려 요괴 그리기를 해보면 어떨까? 아, 요괴라는 부분에서 가능하지 않은 것도 가능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을 듯하고~ 눈이 세 개 있어도, 작거나 커도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 같은데. 작가님의 말이 이제야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나와 함께 하는 요괴가 이런 능력을 갖췄으면 좋겠어~' 하는 부분에서 내겐 없지만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게 되고~ 요괴의 모습에 숨기고 싶은 내 모습을 슬며시 끄집어 오게 되더군요.

주희는 처음에는 밥도 먹지 않고 똥오줌도 싸지 않는-그저 기르기 편할 듯한 요괴를 찾습니다. 하지만 정작 주희의 맘에 들어온 반려 요괴는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으로 이끌려 선택하게 됩니다.


"저 아이를 선택한다는 것이 뭘 뜻하는지 알아?"

"그게 무슨 말이야?"

"한 생명을 데려가는 거잖아. 생명을 맡는데 얼마나 큰 책임이 따르는지 알고 있냐고."

p.46


  그저 마음이 이끌려 데려온 반려요괴이지만~반려 인간으로서 자격이 없으면 대가를 치루게 된다는 경고. 처음엔 그저 겁나고 두렵던 '책임'이 반려요괴와 함께 하면서 자연스럽게 일상에 스며들게 됩니다. 반려요괴와 함께 하는 순간 만큼은 꽉 닫혀있던 주희의 마음도 말랑말랑해지고 절로 속마음도 터놓게 되는데~

속마음을 꺼내놓다보니 미처 깨닫지 못한 마음의 구석까지 알게 되요. 그리고 처음에 알의 상태로 만났던 반려 요괴는 주희와 속마음을 나누며 성장하게 됩니다. 알고보니 누에 요괴의 성장에는 반려 인간의 마음이 필수! 그러니 주희가 이야기를 털어 놓을 수록 쑥쑥 자랄 수 밖에요. 무얼 좋아하는지, 무얼 싫어하는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 서운했던 일, 겁먹은 일까지~자연스레 털어놓게 되는 마법이 주희에게도 일어납니다.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 걱정 없이 

그저 주절주절 이야기하는 건 제법 행복하다는 걸 말이야.

p.70


  하지만 잘 자라던 요괴는 또 한 번 변화를 맞고~ 주희는 불안한 마음으로 화단 할아버지에게 달려가는데~ 할아버지는 주희에게 따스한 조언을 해줘요.


무엇이든 자라려면 힘든 법이지.

p.85

"그래, 그렇게 잘 돌봐 주어라. 불안해하느라 시간을 헛되게 쓸지,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올 저 아이를 기쁜 마음으로 기다릴지는 네가 선택하는 거란다. 네 작은 선택들이 모여서 네가 되는 거고."

"작은 선택들이 모여서 내가 된다."

p.87


  주희처럼 자꾸 입 앞으로 웅얼거리게 됩니다. 작은 선택이 모여서 내가 된다~

주희가 반려 요괴와 함께 하며 '반려'의 의미를 깨닫듯, 저는 묘하게 이 장면에서 함께 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어요. 특히 동화 읽는 어른으로서, 부모로서 자녀를 키운다는 것에 대해. 육아가 그저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자녀가 성장하길 기대하며 돌보아 주는 것'으로만 받아들일 때는 한없이 고달프지 않던가. 내 멋대로 기대하면서 조금만 어긋나면 불안해하고 이리저리 휩쓸리다가 결국 아이 눈 한 번 맞춰주지 못하고 지나가버린 시간들. 하지만 지나고보니 내게 깨달음을 주는 순간과 '나 또한 자랐구나' 하는 시간들은 어떤 선택으로 만들어진 시간이었을지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무엇보다 주희가 깨달은 반려의 의미는 바로 친구가 된다는것. 누군가와 진정으로 함께 하다보면 내 스스로 성장을 이루는 것이구나. 주희가 숨기거나 감추지 않는 제 모습 그대로, 첫 번째 요괴 친구의 변화를 기다렸듯이. 그리고 점차 쌍둥이인 세희에게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이야기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로 마음 먹었듯이.


  알고보니 이 모든 것은 화단 할아버지의 큰 그림이었다?

처음에 주희가 두려웠던 그 부분, 반려 동물을 선택하는 것은 반려 인간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반려 동물의 선택을 받아야한다는 사실. 그리고 반려 동물의 선택을 받으면 자연스레 하나의 자격이 더 주어지는데~ 아쉽지만 2편에서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을 듯해요. 언제 2편이 나오려나^^

이 동화를 읽는 즐거움 중 하나. 김영주 작가님의 사랑스러운 판타지 글과 밤코 작가님의 그림과의 만남은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스러움에 유쾌함을 한 스푼 꾹 눌러담은 주인공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졌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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