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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똑! 집 지으러 왔어요
군타 슈닙케 지음, 안나 바이바레 그림, 박여원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24년 9월
평점 :
예전 제가 좋아하던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따라라라라~~ 이렇게 바뀌었습니다'하면서 공간이 바뀌는 신동엽의 러브 하우스!
가족들의 바람을 담아 비좁고 어수선하던 공간이 변하는 과정을 보는 것은 늘 기대 이상이었던 기억이 있어요.
왜 그렇게 그 프로그램을 좋아했을까? 지금도 넷플릭스엔 예전 러브하우스와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참 많습니다. 아주 짧은 기간내에 미션처럼 좁은 공간, 혹은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
하지만 그때만큼의 감흥은 없어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공간과 너무도 큰 괴리감이 느껴져서 일까요?
어느 순간 적당히 직장에 가까운 곳, 아이 키우기 괜찮은 곳, 학교가 가까운 곳 등에 위치하고 움직이는 동선, 필요한 물건이 들어갈 자리 등만 생각하며 사는 것도 버거울 때가 있거든요. 원하는 집을 짓고 공간을 가꾸는게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한달까요? 결혼을 하고 내 공간이 생기면 정말 이렇게 꾸며야지 하는 바라는 이미지는 많았던 것 같은데
글쎄요. 그게 정말 제가 바라는 집이었을까요?
주인공 이네스는 자신의 꿈을 현실화 시켜줄 건축가를 만나요. 그리고 건축가에게 이야기하죠.
"건축하는 일하기 참 쉽겠어요. 그냥 집만 쓱쓱 그리면 되잖아요?"
하지만 당연히 건축가가 마술사도 아니고~ 고객이 원하는 집을 그냥 뿅 하게 나타나게 할 수는 없죠. 건축가는 꿈의 집을 위해 질문을 시작합니다.
이네스가 건축가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내가 바라는 공간, 짓고 싶은 집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최근에 제가 든 집에 대한 고민과 맞물리며 집을 돌보는게 너무 당연하게도 나를 돌보는 일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내가 몸이든 마음이든 지치고 힘들 땐 아무거나 쑤셔 박고, 사들이고 , 치우지 못하고, 활력이 돌면
다시 정리하고 싶고, 가구의 위치 변화든 새로운 가구를 들이는 일이든 식물을 가꾸는 일이든 고민하게 되는 것.
대도시의 삶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진짜 내가 도시에 사는 것을 좋아하나? 도시의 어떤 면 때문에 계속 도시에 살고 있는걸까?
언젠가 함께 하는 가족의 형태도 변화하게 될텐데 그땐 어디서 어떻게 살고 싶지?
내 공간에선 여가시간에 무엇을 하면서 보내고 싶은가?
책은 큰 창이 있어서 볕이 잘 드는 공간에서, 목욕하면서, 밖에서도 읽고픈데
앤의 다락방은 아니어도 잡동사니 영감을 주는 공간도 필요한거 같은데?
저도 이네스처럼 희망사항이 끝도 없이 이어지더군요.
그리고 자연스레 세밀한 그림 속에서 내가 바라는 공간을 따라 시선이 움직이게 됩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같은 장면을 넘기면서도 서로 다른 곳에 시선이 머물기도 하겠고
시기에 따라 다른곳이 마음에 닿을지도 모르겠어요

책 소개에서도 언뜻 봤지만 막상 책을 접하고 펼쳐보니 더 좋았던 곳,
이 책에서 이 페이지가 정말 좋았습니다. 이 펼침 페이지만으로도 온종일 이야기 나눌 수 있을 듯해요.
그림책을 읽으며 처음 만났던 '그림책을 읽으며 자랐고 여전히 그림책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라는 박여원 번역가님의 소개 말에 다시 웃게 됩니다.
책을 덮기 전에 만난 옮긴이의 말이 다시금 이 책을 열게 만들어요.
'나의 집'을 짓는 일은 곧 '나의 삶'을 짓는 일이에요.
또 좋은 집은 사는 사람들의 생애 주기에 따른 변화도 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말 어떤 집을 짓고 싶은가 따라가다보니 내가 바라는 삶의 모습이 떠오르더라구요.
그리고 생애 주기에 따른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말에 깊게 공감했습니다.
세 딸에게 각자의 공간을 어떻게 내어줄 것인가, 그 다음 노후의 삶은 어떤 공간에서 지내고 싶은가가 요즘 제 가장 큰 화두거든요.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아이들이 자꾸 물었으면 좋겠어요. 네가 머무는 공간은 어때? 넌 어떤 집에서 살고 싶어?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그저 '살고 싶은 집' 꾸미기나 상상하기가 너무 뻔한거 아닌가 생각되었는데 이 책을 읽고 보니~ 다르게 접근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내가 원하는 집을 상상하는 과정이 '나'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과정이겠구나. 그리고 자꾸 바라고 꿈꾸고 구체적으로 그려보면 정말 그런 공간 속에서 삶을 누리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 책의 앞뒤 면지에는 이렇게 벽돌이 등장하는데 왜 하필 벽돌이었을까요? 전 옮긴이의 말에서 힌트를 얻었는데^^
우선 자기만의 집 아니 자기만의 방을 꾸며보려구요.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손에 닿기 좋게 정리하고 책 읽고 싶은 조명? 암튼 비워내고 시작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자꾸 물어봐야겠어요. 남들이 좋다는 집 말고, 미디어에 보여지는 이미지에 혹하지 말고 정말 원하는 집, 공간이 어떤 곳인지~ 차곡 차곡 쌓여갈 질문과 함께 자꾸 넘기고 싶은 그림책을 만나 반가운 맘에 미소지으며 봤습니다. 곧 제 공간에도 변화가 생길 듯 해요.
*이 글은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