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조 가족>을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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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조 가족 ㅣ 카르페디엠 17
샤일라 오흐 지음, 신홍민 옮김 / 양철북 / 2009년 6월
평점 :
할아버지와 손녀. 하지만 둘이 하는 말투만 듣는다면 친구같다. 아니 조금 사이 나쁜 둘 사이다. 그러면서 상당히 시니컬하다. 세상에, 그리고 지금에. 할아버지도 손녀도 낯설다. 우리 정서엔. 둘이 툭툭 내뱉는 말은 마치 엄마와 딸사이처럼 스스럼이 없다. 근친상관은 없어라 말하는 할아버지와 자기만의 목소리와 대화하는 손녀가 난자에 대해 브래지어에 대해 할아버지에게 말하기도 하고.
우리네 정서엔 허용되지 않는 분위기다. 가만 보니 지은이가 우리 나라 사람이 아니다. 그랬군 싶다. 조금 일본냄새가 나는가 싶은데 이야기 속에서 거론되는 문학적 깊이는 일본이 아니라 유럽이다. 영국에서 태어나고 체코에서 자라고 독일에서 활동했던 작가의 이력이 묻어 있기 떄문이겠지.
시대적으로도 불운한듯 싶기도 한데, 가난을 묻혀가며 살아가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상식 이상의 문학적 지식에 깜짝 놀라게 된다. 물론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손녀딸의 우스운 반항도 그 아이와 함께 하는 목소리의 때묻지 않은 말 속에서 어린 아이의 순수함이 보이기도 한다.
야나, 청소년기의 반항을 자신감 넘치는 긍정의 힘으로 이겨내는 손녀딸과 표면적으론 틱틱 거리는 듯 살갑지 않은 할아버지의 속깊은 사랑이 만들어내는 이들의 모습. 어찌보면 지금의 세상살이에 지쳐가는 이들에게 다소 시니컬하며 자신만의 세상살이법으로 이겨내는 모습이 낯설지만 흥미롭게 다가오는 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