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영화 : 미국편 내 인생의 영화
로버트 호플러 지음, 박은석 옮김 / 씨네21북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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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소개하는 작품들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들이 아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가장 영향력 있는 영화가 될 '수도'있는 작품이다."

 

 

 때때로 영화의 한 장면이 강렬하게 꽂히는 경우가 있다. 그 장면이 아주 유명한 작품의 장면 일 수도 있고 다소 인지도가 낮은 작품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그런 영화들은 한 개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리기도 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사실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내 인생의 영화 :미국편>은 제목에서도 낌새를 눈치 챌 수 있듯이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을 대표하고 이끌어가는 76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총 76인은 8개의 chapter에서 단 하나의 질문인 '당신의 인생을 바꿔 놓은 영화는 무엇입니까?'에 대해 집중하고 오직 그 이야기에만 답한다. 흥미로운 점은 그 어디에서도 인터뷰이가 말하는 영화의 본질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는다. 오로지 인터뷰이의 추억 속에 집중 하고 그 이야기를 듣는다.

 

 

 <내 인생의 영화 :미국편>을 읽기로 마음먹고 펼쳐들었을 때는 이 책이 특별한 것이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었다. 단지 유명 인사들은 어떤 영화에 '꽂혔었고' 따라서 한 번 볼만한 영화가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작용했을 뿐이었다. 더군다나 아무리 미국을 이끄는 대표적인 76인 이라고 할지라도 내게는 생소한 이름들이 있었으니 더더욱 특별함을 찾지 못하였었다. 무작정 글자들을 읽어 내려가고 있을 때 쯤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왠지 그 사람과 '그' 영화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기고 하는 인물이 있는 반면 그 사람과 '그'영화의 조합이 아이러니해서 흥미로운 경우도 있었다. 각각의 대표를 꼽자면 전자는 성인잡지 플레이보이를 만든 휴 헤프너의 카사블랑카이고, 후자는 보수주의자이면서 자신의 인생을 바꾼 영화는 전쟁영화라고 밝힌 뉴트 깅그리치였다. 어쩐지 잘 어울리는 조합이 있는 반면, 의외의 영화를 꼽은 사람도 있다. 솔직히 조금 더 흥미로웠던 후자 쪽의 자신의 성향과 반대되는 영화를 밝힌 쪽이었다. 그들은 영화를 보고 무엇을 느꼈기에 '현재의 자신'을 만들어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흥미롭게 읽을 만했다.


사실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영화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그 영화를 통해 그 사람의 삶과 인생이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신의 인생에 최고 이었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들은 자신의 추억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가 없었고 따라서 절로 사생활과 영화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면서 사상 또한 고스란히 반영해 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주된 초점은 76인과 각 영화이야기이겠지만,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이 있다면 바로 같은 영화를 두고 같은 생각을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른 입장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서 특별할 것 없는 소리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느 누군가에게는 인생에 있어서 가장 최고인 영화가 어느 누군가에게는 좋았던 영화이기는 하지만 최고는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조금 재미있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같은 영화를 보고 다른 입장을 보인다는 것. 사람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또 각자가 다르기에 각 분야를 대표하는 인물이 될 수 있었을 테고 말이다.

 


 <내 인생의 영화 :미국편>은 생각보다 재미있다. 그러나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것으로 내게는 그쳤다. 내가 미국의 유명 인사를 잘 모르기 때문에 그들과 공감을 잘 하지 못한 까닭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의 전편인 우리이야기에 관한 책을 먼저 봤더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봤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한 번 쯤 읽어볼 만 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몇몇 흥미로운 요소들도 있고, 어떤 책에서도 그렇겠지만 내가 아는 인물이나 영화가 나오면 더 없이 반가우면서 몰입도가 순식간에 높아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쩌다가 '얻어걸리는' 좋은 영화들도 있으니 말이다.


문득 오늘은 무슨 책을 읽지? 라고 생각되는 날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에 좋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 책에 이어 바로 영화를 볼 수 도 있고, 의외로 책을 덮는 순간 생각을 많이 하게 되니 이만 하면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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