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면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인문적 글쓰기 아우름 37
박민영 지음 / 샘터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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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기분 좋게' 생겨났다. 저자는 생산물이 넘쳐나는 시대에 내 영혼과 정신이 온전히 투영된 무엇가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많은 이들이 글쓰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고 한다. 10년 넘게 한겨레 글쓰기 강좌를 진행한 저자는 많은 이들에게서 그런 열정을 본 것 같다.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다보면 호랑이 선생님 이미지가 떠오르는 작가를 많이 본다. 그런 작가의 글은 하나하나 반박하고 싶은 거부감이 든다.


글쓰기 책을 좀 여러 권 읽다 보니 공통점을 알게 되었다. 일단 글을 쓰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최종적 결론을 전달하는 방식이 모두 다르고, 그 말을 전달하기 위해 준비하는 양과 질이 작가마다 다르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면서 확실히 느꼈다.


저자는 글쓰기의 장점과 효용을 차분하게 전달하고 있다. '~습니다'는 구어체로 전달하기 때문에 글 읽는 속도가 빨라지지 않았고, 글이 침착하고 정돈되었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어떤 사례를 전달할 때마다 '일본의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는 어디어디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라는 식으로 인용문을 써주어 작가의 생각을 지지하는 근거로 삼는다. 


저자는 자신의 글 정리 방법과 글을 정리하면서 얻는 가치를 조곤조곤 잘 설명해주고 있다. 글 정리 작업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책 곳곳에서 인용문을 자신있게 써내려 가지 않았나 싶다. 글 정리만 한다고 좋은 인용문을 쓰는 건 아닐 것이기에, 이 책에 쓰이면 좋을 만한 인용문을 고르는 데 고심했을 작가의 모습이 짐작되어 또 기쁜 마음으로 책을 읽어 나갔다.


이처럼 이 책에는 글쓰기에 대한 저자의 진심이 잘 묻어나 있다. 저자가 겪은 시행착오, 저자만의 노하우, 또는 글을 쓰면 얻을 수 있는 가치를 말하고 있다. '글쓰기는 정돈된 사유를 유도한다', '글을 쓰면 사람다운 사람이 된다'는 식으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잘 드러내면서도 훈계하는 글이 아닌, 차분하게 자신이 느낀 글쓰기 장점을 전달한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97쪽과 141쪽이었다. 글쓰기를 하려는 많은 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수를 목마른 개에 비유한 대목이 너무나 정확하고 뼈저리게 느껴졌다. 141쪽에서는 한 권의 글을 쓰기 위해 작가가 준비하는 공력을 묘사해놓아서 글쓰기에 대한 생각이 한층 더 높아진 기분이 들었다.

목이 바싹 마른 개 한 마리가 갈증에 시달리며 물을 찾아 오랫동안 헤맸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시냇물을 발견했습니다. 개는 너무 기뻐서 시냇물을 따라 달렸습니다. 달리니 목이 더 마르고, 물을 찾은 기쁨이 더 커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계속 시냇물을 따라 달렸습니다.
개가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직접 물가로 내려가 물을 마셔야 합니다. 그러나 이 개는 물을 마시지 않습니다. 시냇물을 발견했다는 기쁨에 취해 물을 따라 뛸 뿐입니다. 글쓰기를 배우고, 그를 통해 글쓰기 방법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글을 직접 써보지 않는 사람이 이와 같지 않을까요? - P97

독자들도 완성도 높은 글을 보면, 작가가 많은 생각을 하고 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완성도 높은 글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니까요. 그런데 실은 혼란스러웠던 생각이 글을 쓰면서 질서정연해진 경우가 많습니다. 잘 정리된 생각은 글쓰기의 결과지, 원인이 아닙니다. - P141

독자들이 작가들의 책상(작업대)을 구경한다면, 카오스가 그 책상을 지배한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저만 해도 그렇습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책상 위에 관련 참고도서를 잔뜩 쌓아 놓고 있습니다. 책에는 여기저기 포스트잇이 붙어 있고, 이런저런 생각을 적은 메모장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노트북 화면에는 자료가 들어 있는 작업 창이 여러 개 떠 있고요.
작가들은 대부분 이런 상태에서 글을 씁니다. 카오스 가운데에서 어떤 질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지요. 그것이 책상 위에서 하는 작업입니다. 그 질서에 대한 압력이 사고를 낳고요. 글쓰기는 사고를 지향합니다. 사유들을 정확한 궤도로 안내함으로써 의식을 고양시킵니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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