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몰입의 즐거움 - 개정판 ㅣ 매스터마인즈 1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지음, 이희재 옮김 / 해냄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ㅁ 추천 이유
- 오래전 출간된 책이지만 요즘 상황에 접목해도 좋은 저자의 분석력을 느낄 수 있다.
- 번역이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워 좋다.
- 요즘 지쳤다면 삶의 개선할 수 있는 실천해볼 만한 내용이 많다.
1. 구판을 구매한 이유
<몰입의 즐거움>은 출간 20주년을 기념해 2021년 새롭게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그렇지만 나는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2007년 구판을 사서 읽었다. 이 판형은 내가 처음 접한 버전이기도 하고 당시 다 못 읽었다는 아쉬움이 커 구판을 사게 되었다.
책은 단순히 어떤 과업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저자는 '나를 다스리는 방법' 혹은 '행복한 삶은 무엇인가'에 대해 적어 나가고 있다.
2. 저자가 제시하는 행복한 인생을 사는 여러 가지 방법들
책의 초반부에는 몰입이라는 주제를 풀어가기에 앞서 '좋은 삶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저자는 차분히 설명하고 있다. 좋은 삶 또는 행복한 인생은 정의하기 나름이기에 정답이 있다는 식으로 서술하지는 않는다.
책의 40쪽에 있는 내용이 이 책의 핵심을 1차적으로 정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에 최선을 다하는 삶은 그렇지 않은 삶보다 더 다양한 경험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사소한 일상 속 작은 현상에서 또는 반복되며 지루한 업무 속에서도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거나 진심으로 임했던 사람들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여가마저도 일을 할 때처럼 온 정력을 쏟아부으며 적극적으로 임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여가라고 해서 설렁설렁 했다가는, 헬스장 3개월 회원권을 끊어놓고 몇번 이용하지도 않은 채 기간 만료되어버리는 경우처럼 유익한 경험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질 것이다.
이 책에서는 TV 시청을 예로 들면서 수동적인 여가의 단점을 얘기하고 있다. 물론, TV 보는 것 자체가 부정적이라거나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지적하진 않는다. 다만, 멍하니 TV만 보는 일이 자유 시간, 즉 여가 시간을 보내는 유일한 방편이 될 때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96쪽에서 "앞으로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여가에 쏟을 것이고 더 정교하고 인위적인 자극에 의존할 것이다."고 지적한다. 나는 이 대목을 읽었을 때 요즘 유튜브 쇼츠가 떠올랐다. 어쩌면 이 책이 출판된 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쉽게 빠지는 속성은 수동성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좋은 삶을 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일기 쓰기를 얘기하고 있다(56쪽). 밤에 일기를 적으며 하루를 반성하다보면,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 중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가려내게 된다고 한다. 일기가 단순히 하루 일들을 요약하는 행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삶의 질을 끌어 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이처럼 사소한 생각의 전환만으로도 일기의 장점을 끌어낼 수 있다면, 내 삶을 만족스럽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주변에 참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우리 삶을 한층 더 살만하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면서 스스로를 잘 이해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약점과 욕망을 잘 파악한 사람은 노력을 기울이는 요령만 터득한다면, 인생을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기가 더욱 수월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리가 직장생활을 하다가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자신을 잘 알고 의식적으로 자신의 관심을 돌릴 줄 아는 사람이라면, 우리에게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 주는 신체적, 경제적, 사회적, 인간 관계 상의 악영향을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물론,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저자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자신의 마음을 스트레스 상황이 아닌 곳에 둘 줄 알고 다스리는 요령을 터득한다면, 우리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인생을 이끌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172쪽).
그 과정에서 우리는 원하지 않는 것과 원하는 것 사이의 조화를 이룰 때 더욱 만족감 높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저자는 니체의 말을 인용하면서 '운명애'라는 개념(182쪽)을 소개하고 있다. 나는 이 대목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운명애는 살아갈 날에서도, 살아온 날에서도, 달라지지 않기를, 아니 영원히 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자세다. 불가피한 것을 견디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사랑할 줄 아는 태도다." 또 이런 구절도 있다. "나는 피치 못할 일을 아름답게 받아들이는 법을 자꾸자꾸 배우고 싶다. 그럼 나도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을 테니까" - 182쪽
하기 싫은 일은 최대한 기피하는 게 당연한 요즘 사회에서 작가가 소개한 니체의 운명애 개념은 너무나 현실성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그 운명애적 태도를 알게 되어서 기뻤다. 저자는 책 속에서 여러 가지 사례를 소개하면서도 일관되게 한 가지 사실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다. 자신의 취약점과 욕망을 잘 알고 자신의 정력을 쏟아부어 몰입하는 경험을 한다면(이 몰입을 일으키는 방편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걸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자기 주도적인 인생을 살거나 상당히 만족감 높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운명애적 태도는 그런 인생을 설계해나가는 데 큰 개념적 뒷받침이 된다. 불가피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 많은 '현실'에서 이런 태도를 적용한다면 내가 처한 상황을 더욱 만족스러운 쪽으로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번역이 마음에 들어서 이희재라는 번역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앞으로도 이 번역가의 책이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
삶이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 그리고 이것보다 한층 절박하게 다가오는 질문, 다시 말해서 어떻게 하면 한 사람 한 사람이 훌륭한 삶을 살 수 있을까하는 의문에 답하기 위하여, 나는 (중략)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였다 - P13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모두 일정한 한계 안에서만 행동하고 느낄 수 있다. - P14
삶의 성격은 우리가 직업적으로 하는 일에,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 허물어지지 않도록 애쓰는 노력에, 그리고 남는 시간에 벌이는 활동에 좌우된다고 보아도 무리는 아니다. 삶은 이러한 기본 좌표 안에서 펼쳐지며, 우리가 보낸 하루하루를 모두 더하였을 때 그것이 형체 없는 안개로 사라지느냐 아니면 예술 작품에 버금가는 모습으로 형상화되느냐는 바로 우리가 어떤 일을 선택하고 그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가에 달려 있다. - P24
자신의 목표를 다스리는 요령을 터득하는 것은 성숙한 삶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첫걸음이다. 그것은 자연발생적 욕망에 몸을 맡기는 것과도 다르고 욕망을 무조건 억압하는 것과도 다르다. 최선의 방안은 자기 욕망의 뿌리를 이해하고 그 안에 숨어 있는 편견을 인식하면서, 사회적 물질적 여건을 지나치게 흩뜨리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자신의 의식에 질서를 가져올 수 있는 목표를 겸허하게 선택하는 것이다. 이보다 덜한 목표를 세우는 것은 자신의 잠재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며, 이보다 과도한 목표를 세우는 것은 좌절을 자초하는 셈이다. - P40
여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일을 할 때처럼 창조력을 발휘하고 정력을 쏟아야 한다. - P100
이 창조적인 개인들이 삶을 헤쳐나가는 방식에서 우리는 사람이 외향적이면서 동시에 내향적일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을 읽는다. 어쩌면 내향성 일변도에서 외향성 일변도에 이르는 전 범위를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인간 본연의 자연스러운 모습인지도 모른다. 죽 이어진 스펙트럼에서 양쪽 끝의 한 자락에만 갇혀 삶을 집단성 아니면 개인성 어느 하나로만 경험하는 것이야말로 비정상적인 태도가 아닐 수 없다. - P128
이 모든 예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누군가가 상황이 요구하는 수준 이상으로 관심을 기울이면 대수롭지 않은 사건이 우리의 삶을 뒤바꾸는 중대한 발견으로 바뀐다는 사실이다. 만약 아르키메데스가 욕조에 들어가면서 "이런, 물이 탕 밖으로 또 넘쳤네, 마누라한테 잔소리깨나 듣겠군" 그저 이런 생각만 하고 말았다면 인류는 부력의 원리를 발견하기 위하여 몇백 년이라는 세월을 더 기다려야 했을지도 모른다. - P139
인생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각도 그런 타성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 삶의 지배권을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우리 자신의 의지가 원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기울이는 요령을 터득하는 것이다. - P172
충실한 삶을 살아가려면 어떤 자세가 필요한가를 논의하는 대목에서 니체는 이렇게 말한다. "운명애를 가진 사람은 위대하다는 게 나의 신조다." 운명애는 살아갈 날에서도, 살아온 날에서도, 달라지지 않기를, 아니, 영원히 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자세다. 불가피한 것을 견디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사랑할 줄 아는 태도다" 또 이런 구절도 있다. "나는 피치 못할 일을 아름답게 받아들이는 법을 자꾸자꾸 배우고 싶다. 그럼 나도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을테니까." - P182
달리 말하면, 몰입할 수 있는 활동은 하나같이 처음에 어느 정도 집중력을 쏟아부어야 그 다음부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 P91
여가는 생산 활동이 너무 구태의연하고 무의미해진 시대에 득세한다. 앞으로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여가에 쏟을 것이고 더 정교하고 인위적인 자극에 의존할 것이다. - P96
마음의 균형을 잡는 데 남들과의 어울림이 그토록 중요하다면 타인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직시하고, 그 영향을 어떻게 하면 긍정적 경험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만사가 그렇듯이 인간 관계도 공짜로 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인간 관계에서 득을 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정성을 먼저 기울여야 한다. 그러지 못할 경우 우리는 타인은 지옥이라고 결론 짓는 샤르트르의 작품 속 주인공과 같은 운명에 처할 위험에 봉착한다. - P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