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자평] 화성 연대기

화성 연대기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8월

소설을 "시적이다"라고 묘사하는 것을 안 좋아하지만, 이 소설은 정말로 시적이다. 몇 번을 반복해서 읽어도 내 빈약한 감수성으로는 그 아름다움을 충분히 만끽하지 못해서 감질나는 문장들이 가득하다. 작가는 그런 문장들로 놀라운 상상을 펼쳐 보이고, 기술문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아냈다.

[100자평] 실험철학

실험철학
조슈아 알렉산더 지음, 천현득 옮김 / 필로소픽 / 2015년 8월

실험철학에 대한 간결한 입문서. 실험철학이란 설문조사 등을 통해 사람들의 철학적 직관이나 개념들을 조사하는 방법론이다. 실험철학은 분석철학 전통 내에 있지만, 표준적인 분석철학에서 당연시되는 가정들에 의문을 갖게 한다.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도 함께 던지면서.

[100자평] 철학자 플라톤

철학자 플라톤
미하엘 보르트 지음, 한석환 옮김 / 이학사 / 2003년 8월

정말 좋은 책인데 절판돼서 안타깝다. 재미없는 단순 요약본에 가까운 수많은 입문서들과 달리, 이 책은 플라톤이 다뤘던 여러 가지 문제를 유기적으로 연결해준다.

[100자평] 깊은 강

깊은 강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0
엔도 슈사쿠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7년 10월

카톨릭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작가 특유의 포용적인 종교관이 짙게 배어있는 소설. 독자에게 감동을 끌어내기 위한 작위적인 인물 설정을 욕하면서도, 결국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내용. "종교 아니면 어디서 이런 이야기를 하겠어"라는 (다른 맥락이긴 했지만) 친구의 말이 생각난다.

[100자평] 등대로

등대로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6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 민음사 / 2014년 2월

천재의 작품. 마음 속에서 명멸하는 갖가지 상념을 이토록 세세하게 들여다본 것, 그것을 이렇게 예술적으로 묘사해낸 것 둘 다 놀랍다. 억압적인 가정에 대한 묘사와, 그럼에도 등장인물 각자가 자기 나름대로의 가치를 찾아가는 모습이 인상깊다. 읽을 때는 고역이었지만 자꾸 생각나는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