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정신 좀 차려! 뭐하는 거야?"
동민이는 넋 나간 사람처럼 행동하는 동희를 붙잡았다.
"너나 정신 차려. 여기서 그럼, 우리만 양심적으로 지나칠까?
누가 알아줘? 어차피 세상 꼴은 이 모양이야. 인간은 다 그렇다고, 나 혼자 뭘 어쩐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야. 거기서 살면 거기서 사는 사람처럼 하면 돼!"
동희가 버럭 소리쳤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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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에서 파는 하얀색 쓰레기 봉지도 더러 눈에 띄었지만, 나라에서 정해 놓은 규칙 따위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규칙이 사라진 쓰레기장에 날파리와 파리들이 우글거렸다. 동민이는 날파리들 사이로 비닐봉지를 던져 버렸다. - P125

"누나, 새벽에 가라잖아."
동민이가 뒤따랐다.
"아니. 지금 가 볼 거야, 당장. 정말 기막히게 웃기는 세상이잖아. 오늘 새벽에도 그렇고, 지금 저 아저씨 말도 그렇고, 이런 와중에도 몰래몰래 자기들끼리 사는 인간들이 있다는 거야. 뭘모르는 인간들은 마트 앞 땡볕에서 경찰한테 당하고 있고, 소방서에서 급수하나 눈치 보고. 근데 뭘 아는 인간들은 쉬쉬하면서잘 살고 있다는 거지. 도대체 왜? 왜?" - P187

왜 이리 비싸냐고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저 물건을 팔아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하는 게 지금의 처지였다. 둘이서 물건을 배낭에 나눠 넣은 뒤, 그곳을 나왔다. 다시는 얼씬 말라는으름장과 동시에 양철문이 내려졌다. 긴 숨이 푹 나왔다. 아마도 평소보다 세 배쯤 비쌌던 것 같다. 하긴 네 배를 불러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역 앞 마트는 지금쯤 이보다 더 비쌀지도모른다.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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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페라 거리의 아크등이 강렬하게 빛을 발하자, 그들과 경쟁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는지 별들이 먼 어둠속으로 그 빛을 감췄다.  - P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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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쌩쌩하던 녀석이 죽은 모습으로 누워 있던 게 떠올라. 그러면 모든 게 얼마나잔인하고, 얼마나 무의미한가, 하는 생각이 들어. 인생이란 대체 무엇인가. 산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가, 아니면 삶이란 눈 먼운명의 신이 만들어 내는 비극적인 실수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어." - P84


"그럴 거 같아. 사람들 말에 신경 안 쓰려고 노력해도 그게 쉽지만은 않지. 사람들이 자꾸 넌 잘못됐다, 그러면 안 된다,
하면 반항심이 일어나는 법이야. 그럼 마음이 어지러워져" - P85

"그걸 내가 어찌 알겠어. 때로 인간은 아주 작은 무언가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눈앞의 사건과는 어울리지 않는 엉뚱한 방향으로 생각이나 기분이 흐르기도 하지. 그건 그때그때의 상황이나 기분에 따라 달라." - P88

"열정은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으니까. 파스칼은, 가슴은 이성이 이해하지 못하는 나름대로의 이유를 갖고 있다고 말했지. 내 생각이 맞는다면 그건 열정이 가슴을 사로잡으면 가슴은 사랑을 위해 세상을 잃어도 좋다는 것을 입증할 만한 그럴듯한, 심지어는 결정적인 이유들을 만들어 낸다는 뜻이야. 그래서 명예를 희생시켜도 좋고 치욕도 그리 큰 대가가 되지 않는다는 확신을 주지. 열정은 파괴적인 거야. " - P280

그리고 열정은 무언가를 파괴하지 않으면 소멸해 버려, 그러고 나면 수년 동안 인생을허비했다는 걸 깨닫고 비참한 기분이 들겠지. 사람들에게 망신을 당하면서 무서운 질투의 고통을 견뎌 내고 그 모든 쓰디쓴치욕을 삼켜야 하는 순간이 올 테니까.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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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야, 현실을 똑바로 보렴. 허구가 현실이 되었다 해도 정말 허구를 현실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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