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를 씹듯이 음미하며 목소리로 내뱉는다. 계속 계속, 외울 때까지 계속. 같은 말을 여러 번 되뇌면 말의 뜻이 흐릿해지는 때가 온다. 그러다 어느 순간 글자는 글자를 넘어서고, 단어는 단어를 넘어선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외계어처럼 들린다. 그럴 때면, 내가 헤아리기 힘든 사랑이니 영원이니 하는 것들이 오히려 가까이 다가온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했다. - P51
우리는 칠판지우개나 분필처럼 그저 학교를 구성하는 존재일 뿐이었다. 거기서는 누구도 진짜가 아니었다. - P139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내가 이해하는 한, 그건 진짜가 아니었다. - P245
-자란다는 건, 변한다는 뜻인가요. -아마도 그렇겠지. 나쁜 방향으로든 좋은 방향으로든.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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