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느리게 말했다.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되기로 선택했는지,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잊으면 안 되네. 인류가 겪은 전쟁과 패배와 승리 중에는 군대와 상관없는 것도 있어. 그런 것들은 기록으로도 남아 있지 않지. 앞으로 어떻게 할지 결정할 때 이 점을 명심하게." - P52

 그에게는 지금까지 내면을 성찰하는 버릇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의도와 동기를 찾아 헤매는 일이 힘들 뿐만 아니라 살짝 싫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이 자신에게 내놓을 것이 거의 없다는 생각, 내면에서 찾아낼 수 있는 것 또한거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침내 결정을 내리고 나자 결국 이렇게 될 것을 처음부터 알고있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 P53

그녀는 좀 더 고상하게 구는 데에는 별로 재능이 없는 채로 자라났으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녀의 바느질 솜씨는 섬세했지만 쓸모가 없었고, 그녀가 그리는 그림은 연한 수채물감으로 안개가 낀 것처럼 묘사한 풍경화였으며, 그녀의 피아노 솜씨는 정확했지만 힘이 없었다. 그녀는 또한 자기 몸에 대해 무지했다.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단 하루도 혼자 힘으로 자기 몸을 돌본 적이 없고, 자신이 다른 사람을돌보는 책임을 지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 또한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그녀의 삶은 나지막한 진동처럼 전혀 변화가 없었다.  - P77

 "모든 게 그냥 이런식으로 계속 돌고 도는 것만 같아. 도대체 이것이 다 뭔가 하는 생각이 드네." (중략) 그는 차에서 내려 고든의 차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면서 자신이 지나온 과거의 또 다른 한 부분이 거의 알아보기 힘들 만큼 천천히 그에게서 멀어져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있음을 절감했다.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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