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 없고 무정한 담임선생의 위임으로 대개의 경우 그 같은 규칙 위반의 감찰권과 처벌권을 아울러 가지고 있는 석대는 아이들의고발이 있을 때마다 겉으로는 공정하게 그 권한을 행사했다. 예를들면 입에 혀같이 노는 자기 졸병들도 나하고 같이 걸리면 여럿 앞에서는 일단 똑같은 벌을 주었다. 그러나 그와 상대만이 알게 되어있는 집행에서는 나와 달랐고, 그게 나를 더욱 이갈리게 했다. 다같이 벌로 변소 청소를 하게 되어도 그쪽은 대강 쓸기만 하면 합격판정을 내려 집으로 보냈지만, 나는 물로 바닥의 때까지 깨끗이 씻어내야 겨우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는 때가 바로 그랬다. - P45

처음의 그 맹렬하던 투자는간 곳 없어지고, 무슨 한처럼 나를 지탱시켜 주던 미움도 차차 무디어져 갔다. 그리하여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나는 은근히 내 굴복을표시하기에 마땅한 기회를 기다렸지만 괴로운 것은 그런 기회조차쉬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었다. - P47

샘솟는 내 눈물로 이내 뿌옇게 흐려진 그 얼굴 쪽에서 다시 그런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짐작컨대 그는 내 눈물의 본질을 꿰뚫어보았음에 틀림이 없다. 거기서 이제는 결코 뒤집힐 리 없는 자신의 승리를 확인하고 나를 그 외롭고 고단한 싸움에서 풀어 준 것이었다. 그러나 내게는 그 너그러움이 오직 감격스러울 뿐이었다. 이튿날 나는 그 감격을 아끼던 샤프펜슬로 그에게 나타냈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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