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잘못된 일이 있으면 모두 <스노블이 그랬다>가 되었다. 창문이 깨지거나 배수구가 막혀도 꼭누군가가 나서서 지난밤 스노볼이 들어와서 그랬다고 말했다. 광 열쇠를 잃어버렸을 때도 온 농장은 스노볼이 열쇠를 우물에 던져넣었다고 확신했다. 그 열쇠는 나중에 식량 가루를 담아둔 자루 밑에서 발견되었지만, 희한하게도 동물들은 스노볼이 열쇠를 우물에 던졌다는 얘기를 여전히 믿고 있었다. - P71
자기 생각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었다면 클로버는 여러 해 전 동물들이 인간을 뒤짚어엎기로 했을 때 일이 이 지경이 되는 꼴을 보고 싶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라는 말을 했을 것이다. 오늘 있었던 공포와 살육의 장면들은 늙은 메이저가 그들에게 반란을 사주했던그날 메그들이 꿈꾸고 기대했던 일이 아니었다. 그녀의 머릿속에 담긴 미래의 그림이 있었다면 그것은 굶주림과 회초리에서 벗어난 동물들의 사회, 모든 동물이 평등하고 모두가 자기 능력에 따라 일하는 사회, 메이저의 연설이 있던 그날 밤 그녀가 오리새끼들을 보호해 주었듯 강자가 약자를 보호해 주는 그런 사회였다. 그런데 그 사회 대신 찾아온 것은, 아무도 자기 생각을 감히 꺼내놓지 못하고 사나운 개들이 으르렁거리며 돌아다니고동물들이 무서운 죄를 자백한 다음 갈가리 찢겨죽는 꼴을 보아야 하는 사회였다. 왜 그렇게 된 건지 그녀로선 알 수 없었다. - P78
사실대로 말하면, 존스라든가 존스라는 이름이 의미하는 모든 것들은 이미 동물들의 기억에서는 거의 대부분 잊혀지고 없었다. 그들은 지금의 삶이 고단하고 힘들다는 것, 자주 춥고 배고프다는 것, 잠자는 시간을 때면 하루 종일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날 존스 시절에는 사정이 훨씬 더 나빴던 것임에 틀림없다고 동물들은 생각했다. 그들은 즐거이 그렇게 믿었다. - P99
열두 개의 화난 목소리들이 서로 맞고함질을 치고 있었고, 그 목소리들은 서로 똑같았다. 그래, 맞아, 돼지들의 얼굴에 무슨 변화가 일어났는지 이제 알 수 있었다. 창 밖의 동물들은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인간에게서 돼지로, 다시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번갈아 시선을 옮겼다. 그러나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이미 분간할 수 없었다. - P123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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