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그냥 사람이 아니잖아요? 돌들도 마찬가지로 여기흘러가지 않으려는 아래쪽 층이 부딪혀 이런 갈등이 생긴 거에보세요. 이 벽에 덩어리가 생겼죠? 가로로 쓸려나가는 위촉 중과여기 반짝거리는 것 보여요? 현미경으로 보면 이게 휘석임을분명히 알 수 있죠 마그네슘, 철, 티타늄 등 원소가 섞인 광물을 휘석이라고 해요. 즉, 이건 그냥 현무암이 아니라 ‘반상감람석회현무암‘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그냥 현무암이 아니고."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제비는 서 있었다. 석영도 물끄러미 지질학자를 봤다.
"자, 여기로 올라와요!"
능숙한 솜씨로 지질학자가 암석을 기어올랐다. 사진기를 가방에 넣고 짐을 챙겨 석영과 제비도 따라서 갔다. 전에는 그저 돌벼랑인 줄 알았는데, 나무들이 줄줄이 늘어선 구역이 있었다.
"이런 데 토양층이 있다니 신기하죠? 화산활동 휴지기 동안 형성된 거예요. 즉, 이 벼랑은 단번에 형성된 암석층이 아니란 거죠."
지질학자의 말을 들으며 제비는 다른 생각을 했다.
‘대체 나는 어떤 사람일까? 여자이면서 20대 실패한 엄마이면서 사진관 보조, 나도 그냥 사람이 아니라 <여자20대엄마보조사람> 뭐 그렇게 불려야 할까?‘
돌을 보면 그게 뭔지 한 번에 알아맞히는 지질학자의 능력이 제비는 부러웠다. 사람도 그렇게 보고 알 수 있다면 어떨까 궁금했다. - P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