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땅 캐드펠 수사 시리즈 17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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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1143년, 영국의 슈루즈버리(Shrewsbury)에 위치한 베네딕트 수도원. 여전히 국왕 스티븐과 여제 마틸다 사이의 내전으로 불안정한 시기.

슈루즈버리 수도원과 호우몬드 수도원(Haughmond Priory) 간의 토지 교환이 진행되며 ‘도공의 들판(The Potter’s Field)’이라 불리는 땅이 수도원의 소유가 된다. 이곳은 본래 ‘수사 루알드(Brother Ruald)’가 수도사가 되기 전 살던 곳으로, 그가 도공으로 일하던 땅이다. 루알드는 수도사가 되기 위해 아내를 두고 수도원에 들어갔고, 이후 아내는 실종되었다.

이 땅을 경작하려던 수도사들이 밭을 갈던 중 여성의 시신을 발견하게 된다. 시신은 흙 속에 급히 묻혀 있었고, 머리카락이 길고 풍성한 것으로 보아 여성임이 분명하다. 수사 캐드펠은 수도원의 약초사이자 탐정 역할을 맡는 인물로, 이 수상한 매장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수사 캐드펠은 시신의 정체와 죽음의 원인을 차근차근 밝혀나가며, 당시 사회의 윤리와 인간 관계의 복잡성을 드러낸다. 진실은 단순하지 않으며, 은총과 죄, 복수와 용서가 얽혀 있는 인간 드라마가 펼쳐진다.

이 책의 저자 ‘엘리스 피터스(Ellis Peters)’는 필명으로 본명은 에디스 메리 파저터(Edith Mary Pargeter, 1913–1995)이며, 역사·미스터리 소설 분야에 큰 족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1913년 9월 28일, 셔롭셔주 호스티(Horsehay)에서 태어나 워킹클래스 출신 가족에서 자랐다. 학교 이후 정식 대학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독학으로 역사와 문학을 깊이 탐구하며 작가로 성장했다고 한다. 1930년대 약국에서 근무하다가 1940~1944년 여성왕립해군부대(WRENS)에서 근무하며 소위 계급을 받았다 . 제2차 세계대전 경험은 후에 그녀의 논픽션과 전쟁소설에 반영되었다. 필명이 많은 편이다. 1936년부터 다양한 장르에서 집필을 시작, 본명과 ‘Jolyon Carr’, ‘Peter Benedict’, ‘John Redfern’ 등의 필명을 사용했다. 1950년대 이후 ‘Ellis Peters’ 필명으로 전환하며 범죄·미스터리 소설에 주력했다. 그 중에서도 수사 캐드펠 시리즈(Brother Cadfael Chronicles, 1977–1994)는 12세기 중세 배경의 역사 미스터리로 전 세계 독자에게 사랑받았다.

좀 특이한 이력이 있다. 1947년 체코슬로바키아 방문 이후 체코 문화와 문학에 깊이 빠져들었으며, 체코어를 독학으로 익혀 체코 문학 번역가로도 활동했다. 특히 체코 문학을 영어로 소개한 공로로 금메달과 리본을 받기도 했다 . 언어에 대한 감이 남달랐던게 아닌가 싶다.

수사 캐드펠 시리즈 17권인 <욕망의 땅>(원서에서는 분명 13번째 시리즈로 나온다.)

추리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가독성에 있을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그 안에 생기는 사건에 대한 호기심만 열심히 따라가다보면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그에 가장 충실한 책인 듯 하다. 그 와중에도 가끔씩 만나는 명문장들은 아주 큰 보너스가 된다. 이 더운 여름, 몸도 마음도 지쳐있는데 어려운 이야기 힘들게 따라가기 힘들 때, 가볍게 읽으면서 휴식할 수 있는 재밌는 책이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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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과 꿀
폴 윤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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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폴 윤(Paul Yoon)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로, 『Once the Shore』(2009), 『Snow Hunters』(2013), 『Run Me to Earth』(2020)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뉴욕타임스 선정 주목할 작가로 꼽힌 바 있으며, 전작들은 모두 깊은 서정성과 역사적 맥락이 결합된 정교한 문체로 찬사를 받았다. 폴 윤은 전쟁, 이주, 디아스포라라는 테마를 섬세하게 다루며, 뿌리를 잃은 개인의 내면을 탐구하는 데 탁월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이번 『벌집과 꿀』은 그런 그의 미학이 가장 응축된 단편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벌집과 꿀』은 다양한 시공간을 배경으로, 소외되고 떠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단편 7편을 담고 있다. 각 편은 독립적이면서도 어떤 공통된 정서로 연결되어 있어, 마치 하나의 긴 여정을 따라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책의 타이틀과 같은 작품, 『벌집과 꿀』은 분단 이후 남겨진 가족을 찾아 떠나는 한 노인의 여정을 통해 ‘기억’과 ‘화해’를 그린다. 정제된 언어로 삶의 공허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포착하는 서사가 돋보인다. 이 외에 다른 이야기들도 한국, 유럽, 아프리카, 미국 등 다양한 지역을 배경으로 한 디아스포라 서사를 담아내며,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한국과 미국,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다. 어쩌면 너무 익숙한 소재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디아스포라'라는 주제를, 폴 윤은 낯익지만 전혀 진부하지 않게 풀어낸다. 이야기를 읽다 보면, 문장이 입 안에서 꼭꼭 씹어 먹은 밥알처럼 점점 달콤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처음에는 평온하고 서정적인 듯하지만, 마지막 문장에 이르면 감정이 묵직하게 쌓여 있음을 알게 된다.

문체는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고 직관적이며, 번역 역시 그 섬세한 결을 잘 살려주고 있다. 『진실에 다가가기』의 후아 쉬를 떠올리게 하는 깊이도 느껴져서 좋았다.

이 책은 요즘처럼 무더위에 지치고 마음이 흔들릴 때, 조용히 읽으며 내면을 다독이고 싶은 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 작가 폴 윤은, 앞으로도 계속 주목하고 싶은 문학적 발견이었다. 이 책,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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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클리스 - 한국전쟁 감동 실화
로빈 허턴 지음, 황하민 옮김 / 도레미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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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953년 한국전쟁에 참여한 군마 '아침해(Reckless)'의 실화를 담은 로빈 허턴의 《레클리스》는 한 마리 말의 이야기를 넘어, 전쟁이라는 비극 속에서도 인간성과 존엄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기록이다.

이 책은 이전에 읽었던 김신영 작가의 《레클리스》와 같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존재를 다루고 있지만, 전개 방식과 관점에서 뚜렷한 차이를 드러낸다. 김신영의 작품이 한국인의 시각에서, ‘우리 땅’과 ‘우리 전쟁’을 배경으로 제주도 출신 종마의 여정을 그렸다면, 로빈 허턴의 《레클리스》는 미국인의 시선으로 한국전쟁이라는 세계사의 장면을 조명하며, 그 안에서 놀라운 활약을 펼친 한 존재의 이야기를 객관적이면서도 따뜻하게 풀어낸다.

허턴의 문체는 전쟁이라는 거대한 비극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도, 그 전장에 함께했던 말에 대해서는 한없는 존중과 따뜻함을 잃지 않는다. 전쟁에 '어쩔 수 없이 끌려간' 군마의 존재를 단순한 전쟁 장비로 바라보지 않고, 함께 싸우고 함께 고통을 겪은 동료로 기억하려는 시도는 이 책이 단순한 전쟁 기록을 넘어서는 이유다.

읽는 내내 감정이 절제된 서술 속에서도 따뜻함이 배어 나왔고, 말이라는 존재를 향한 시선에서 오히려 인간다움이 묻어났다. 특히 말이라는 동물이 어떻게 전장에서 '전우'가 되었는지를 사실적인 사례와 함께 묘사한 부분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 존재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새삼 느끼게 한 책. 《레클리스》는 인간 중심의 전쟁사를 넘어, 함께 전쟁을 겪은 존재들의 이야기를 기리며 그 가치를 재조명하는 작품이다. 전쟁에 참여하게된 동물의 이야기. 예상하듯 마음이 힘든 장면들이 꽤 있다. 그래도, 한번쯤 읽어보고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이야기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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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를 쌓아가는 완벽한 부동산 습관 - 30살, 월세 그만 살고 집부터 사기로 했다
케이치 지음 / 북스고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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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1. 책 내용 정리

《부를 쌓아가는 완벽한 부동산 습관》은 부동산 투자를 막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입문서다. 복잡한 이론보다는 저자 케이치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시행착오와 성공 사례를 간단명료하게 전달한다. 책은 각 장이 짧은 칼럼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독자가 궁금한 주제를 제목만 보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튜브 쇼츠나 블로그 포스트를 읽는 듯한 구성 덕분에 책을 끝까지 읽는 데 큰 부담이 없다. ‘투자는 결국 습관이고, 안 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는 저자의 메시지가 책 전반을 관통한다.

2. 저자 소개

케이치는 부동산 관련 콘텐츠를 꾸준히 올리며 대중과 소통하는 인플루언서로 보인다. 정확한 본명이나 이력을 알 수는 없지만, 책에서는 부동산 경매와 매매, 임대 운영 등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초보자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건넨다. 특히 스스로의 시행착오를 숨기지 않고 드러낸 점은 초심자 입장에서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요소다. 다만, 필명이 아닌 본명을 사용했다면 독자 입장에서 더욱 신뢰가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3. 감상평 — "책은 쉽지만, 고민은 깊지 않다"

이 책은 부동산 투자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막막해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괜찮은 입문서다. 짧은 글과 친절한 설명, 실전에서 느낀 감정들을 곁들인 구성은 가독성이 높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계속해서 떠오른 질문은 "이 책은 다른 투자서들과 무엇이 다른가?"였다. 그에 대한 확실한 답은 얻지 못했다. 인터넷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정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핵심 개념이나 전략이 더 깊게 다뤄지지 않아, 읽고 나면 다시 검색창으로 손이 간다.

결국 이 책은 부동산 입문자에게는 가볍게 읽기 좋은 첫걸음이 될 수 있지만, 책 한 권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독자에겐 다소 아쉬운 깊이다. ‘완벽한 습관’이라는 제목과 달리, 독자의 사고 습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는 이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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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언제나 괜찮다 - 흔들리는 시간을 넘어 단단히 나를 세우는 법
이현수 지음 / 북파머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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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당신은 언제나 괜찮다>는 마흔 이후의 삶을 지나는 이들에게 ‘마음의 사용법’을 다시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말한다. “예전처럼 버티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회복하고 돌보는 법을 새로 배워야 한다”고. 이 말이 아주 뻔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요즘 서점가에 넘쳐나는 힐링 에세이 속 문장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 책의 무게감은 ‘누가’ ‘어떤 시선으로’ 말하고 있느냐에서 달라진다.

저자인 이현수 박사는 임사 심리학자로서 실제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마음을 다루는 일을 해 왔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단순한 위로나 예쁜 말들의 나열이 아니라, 회복의 과정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따라갈 수 있게 도와준다. 우울과 무기력, 자기 비하, 반복되는 후회나 자책, 관계에서 오는 상처 등 누구나 겪는 감정에 대해 ‘왜 그런지’ 설명하고, ‘어떻게 다르게 생각해볼 수 있는지’를 안내한다.

책은 거창한 결론을 내리려 하지 않는다. 대신 독자가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허락하고, 그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함께 해본다. 마음을 돌보는 일이 ‘결과’가 아니라 ‘태도’임을 잊지 않게 해 준다.

이현수 박사는 임사 심리학자로, 주로 호스피스 환자들과 가족, 중환자실의 보호자, 생의 말기에 다다른 이들의 심리 상담을 맡아왔다. 단순한 임상 상담을 넘어서, 인간의 삶 전체를 조망하며 '어떻게 잘 살아야 할까'를 고민하는 전문가다. 이전 저서에서도 죽음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삶의 진실을 꺼내 보여주었고, 이번 책에서는 보다 일상적인 영역, 특히 ‘마흔 이후의 자아 돌봄’에 집중하고 있다.

저자의 특징은 추상적인 조언보다 경험에 기반한 설명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실제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공감 가능한 이야기들을 이끌어내고, 독자 스스로 자기 상태를 점검하게 한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어디선가 본 이야기’ 같으면서도, ‘이건 지금 내 이야기’ 같다는 느낌이 동시에 든다.

심리학 박사가 말하는 마흔살의 마음챙김, 나를 챙김에 대해서 말하는 책이다.

"마흔 이후, 우리에겐 '다른 방식의 삶'이 필요합니다. 이전처럼 버티는 것이 아니라, 회복하고 돌보는 법을 새로 배워야 합니다."

어찌 보면 여느 자기계발서나 힐링 에세이에 나오는 뻔한 말인데, 상황이 상황이라 그런지 요즘 너무나 지쳐있는, 40대를 지나고 있는 나에게 너무 와 닿는 말이라서 이 책을 선택해서 읽게 되었다. 임사 심리학자인 저자의 직업특성을 살려서 여러 환자들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가며 나를 챙기는 방법을 알려준다. 모든 이야기가 공감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두가지만 건져도? 일단 올해를 잘 보낼 수 있을 거 같다는 안도감으로 책을 덮었다.

큰 깨달음을 주는 책이라기보단, ‘지금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해주는 책이다. 누구에게 위로를 기대하기보다는, 스스로를 안아주는 방법을 다시 배워야 하는 이 시점에 나에게 꼭 맞는 책이었다. 다 읽고 나서야 제목이 제대로 와닿는다. ‘당신은 언제나 괜찮다’는 말이,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다정한 약속처럼 느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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