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서점 북두당
우쓰기 겐타로 지음, 이유라 옮김 / 나무의마음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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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아홉 번 산 고양이와 잃어버린 이야기의 수호자>


"이야기를 짓는 저주, 무언가를 창조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되는 저주. 그걸 잃게 되면 마음의 버팀목까지 잃고 말 수도 있는, 어쩌면 인생 전체를 걸어야만 하는 저주야. 그래도 쓰고 싶어?"

p.177


 서점에 들어가면 나는 특유의 책 냄새를 좋아한다. 사랑해 마지않는 고양이들에게서 나는 희미한 먼지 냄새나 따끈한 햇빛 냄새와도 비슷한 느낌이다. «고양이 서점 북두당»은 제목에서부터 내가 좋아하는 향으로 가득했다. 한때 취미로 고양이 책 ― 양이에 관한 내용이거나 제목이나 표지에 고양이가 등장하는 책을 수집했던 만큼 '고양이+서점'이라는 키워드가 어찌나 매력적으로 다가오던지!


 고양이는 아홉 번의 생을 산다는 말이 있다. «고양이 서점 북두당»은 검은 고양이 '쿠로'가 삶과 죽음을 반복하며 마지막인 아홉 번째 생에 고서점 '북두당'에서 살아가며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여덟 번의 삶을 거치며 고통받고 괴로워하던 쿠로는, 인간과 고양이 모두에게 마음을 닫은 채 아홉 번째 생을 시작한다. 운명처럼 찾아가게 된 북두당에서 결국 살게 되었지만, 마음의 벽을 치고 날을 세우며 그저 하루하루 지낼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북두당의 한 고양이가 인간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터지고, 그 이후로 쿠로는 조금씩 주변과 소통을 시작한다. 인간들이 꿈을 좇다가 허망하게 죽는 것을 이해할 수 없던 쿠로는 북두당의 마녀와 고양이들의 사연, 그리고 단골인 '마도카'에 관한 일을 계기로 마침내 인간들을, 고통스러운 창작에의 의지를 응원하고 저주조차 깨부수기에 이른다.


창작이란 게 그렇게 재미있는 걸까.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그토록 행복한 일인가.

p.121




 주인공 쿠로는 일본의 문호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 등장하는 이름 없는 검은 고양이의 환생이다. 나쓰메 소세키와는 세 번째 생을 함께 했으며, 북두당에서 지내는 다른 고양이들도 모두 전생에 작가와 함께 했던 고양이들이다.


 '마녀'라 불리는 북두당의 주인 '기타호시 에리카'는 고양이들의 말을 이해하는 능력이 있다. 북두당에 온 고양이들의 진명과, 그들의 전생에 대해 듣고 싶어 한다. 모종의 이유로 북두당에 묶여 사랑하는 것들과 함께하며 오히려 상처받아야 하는 삶을 살고 있다.


"우리의 역할은 전생에서 함께했던 작가의 삶을 마녀에게 전해주는 거니까."

p.106




 쿠로는 인간에게서 제대로 된 이름(진명)을 받지 못한 고양이다. 고양이에게 진명이란 영혼의 가치를 가르는, 품격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자신에게 특별했던 세 번째 생의 나쓰메 소세키에게서 진명을 받고 싶었지만, 결국 이름도 없이 죽음을 맞이하고 만다. 네 번째 생이 시작되고 스스로 자신의 진명을 나쓰메 소세키의 실명인 '긴노스케'로 정하는 쿠로. 하지만 그 이름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채 삶과 죽음을 반복하며, 인간과 고양이 모두에게 등을 돌린 채 아홉 번째 생을 맞이한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 이름 없는 고양이(쿠로)가 인간 세상을 관찰하고 풍자했던 것처럼, «고양이 서점 북두당»의 고양이 쿠로도 지난 여덟 번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며 계속해서 관찰을 이어나간다. 여러 시대에 걸쳐 환생해 살아온 쿠로의 이야기는, 인간과 삶에 대한 쿠로의 시선이 어떤 이유로 어떻게 바뀌는지를 잘 보여준다. 비참한 삶이 반복되며 쿠로는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지만, 소세키와 함께했던 세 번째 생의 소중한 기억만은 변색되지 않은 채 그의 전체 삶을 지탱한다.


그들은 마음속 어딘가에 틈을 만들어, 그 틈을 '여유'라고 부른다. 보상을 바라지 않는다는 그 마음의 여유를. 그렇다면 그들은 우리 고양이에게서 무엇을 바라고, 또 무엇을 얻고 있는 걸까.

아니면 손익 계산을 초월한 무언가가 고양이와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걸까.

p.111




 쿠로는 북두당에 찾아오는 손님 중 '마도카'라는 아이에게서 나쓰메 소세키와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그 때문인지 자신도 모르는 새 그녀를 돕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커져, 자신이 고수했던 삶의 원칙을 버리기에 이른다. 그녀를 돕기 위해서는 인간의 말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자존심을 굽힌 채 기타호시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대필하도록 한다.


그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 주었으면 했다.

이야기 속에서도 현실에서도, 내가 바라는 건 오직 그것뿐이었다.

p.330


 마도카를 돕기 위해 시작된 창작활동은 쿠로의 인간에 대한 시선 자체를 완전히 달라지게 만들고, 저주까지도 깨부수게 된다. 창작에의 열망을 온전히 이해하게 된 쿠로는 그것이 마냥 고통스럽기만 한 것이 아닌 어떤 구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생의 마지막까지 이야기를 짓는 것의 가치를, 작가의 고양이였던 자신의 의미를 찾아낸다.


너를 구할 수 있는 건 오직 너 자신뿐이야.

p.291




 책을 읽는 동안 여운 작가의 «서점 일기»에서 읽은 문장들이 떠올랐다.

"결국 책이란 우리를 또 다른 누군가의 세상으로 연결해 주는 종이로 된 하나의 문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이 제각각 잘 큐레이션 된 하나의 책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고 상흔을 흘려보내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글쓰기였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어떤 이들은 그것을 글로 풀어내어 세상에 내보임으로써 고통에서 해방된다. 또 어떤 이들은 그렇게 세상에 나온 글을 읽는 것으로 구원받는다. 창작의 업이 얽히고설켜 저주가 되어버린 북두당과 고양이 쿠로의 이야기는 결국 서로의 구원이 되었다.


 고양이와 책을 사랑한다면, 삶과 죽음의 굴레에서도 결국 이야기로 위로받는 이들의 사연이 궁금하다면 «고양이 서점 북두당»의 문을 열어보길 추천한다. 작가의 고양이들과 함께 끝없이 되살아나는 이야기의 마법을, 저주가 축복이 되고 고통이 구원이 되는 순간의 기적을 경험해 보길.


아홉 번의 생을 지나 내가 기타호시에게 건넨 것은···. 이야기가 가져다주는 구원이었다. 단 한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아주 작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기적.

p.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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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체를 찾아주세요
호시즈키 와타루 지음, 최수영 옮김 / 반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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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그녀, 끝나지 않은 이야기>


소설은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어요.

p.208


 호시즈키 와타루의 «내 시체를 찾아주세요»는 단숨에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힘을 가진 작품이다. 미스터리 작가 모리바야시 아사미가 실종되고, 그녀의 블로그에는 자신의 시체를 찾아달라는 말과 함께 충격적인 내용의 글이 차례차례 올라온다. 아사미에게 기생하는 남편, 아사미의 남편과 불륜 관계인 아사미의 담당 편집자, 아사미를 상식이라는 말로 억압하며 괴롭히는 시어머니 등 그녀 주변인들에 대한 폭로와 함께 너무나도 빨리 잊혀버린 어떤 사건의 진실까지. 


 아사미의 블로그 글로 시작하는 도입부는, 인간의 감정을 가장 큰 미스터리로 바라보며 자신의 삶과 경험을 고백하는 동시에, 앞으로 펼쳐질 사건들에 대한 호기심을 자연스럽게 자극한다. 독자는 순식간에 아사미가 남긴 단서와 메시지 속으로 몰입하게 된다.


제 시체는 쉽게 찾아내지 못합니다. 그렇게 되면 저는 행방불명으로 처리되어 현재 제 명의로 된 자산을 누구도 건드릴 수 없게 돼요.

p.52




 책을 읽는 내내 긴장감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중간중간 예상치 못한 반전과 새로운 폭로가 이어지며 독자의 예상을 뒤엎는다. 특히 ‘하얀 새장 사건’을 통해 아사미의 과거와 주변 인물들의 관계가 서서히 드러나는 방식은 매우 치밀하다.


죄책감은 날이 갈수록 커졌다. 그와 동시에 애들이 나 혼자만 따돌리고 배신했다는 분노 역시 조용히 모닥불처럼 타올랐다.

p.191




 처음 책 제목만 보고는 살인사건과 관련된 강렬한 공포가 펼쳐질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노골적 폭력이나 자극적 장면이 거의 없었다. 그 대신, 치밀하게 설계된 복수와 인간 심리의 냉혹함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이 이야기 전체를 가득 채웠다. 이 긴장감은 일차원적인 공포와는 전혀 다른, 날카롭고 섬뜩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아사미의 실종 사건은, 관계된 모든 것을 자신이 직접 계획하고, 예측하고, 설계한 것이다. 사건의 배치와 폭로 순서, 메시지 전달 방식까지 치밀하게 계산되어 있어, 단순한 긴장감 이상의 여운과 통찰을 남긴다. 그녀의 복수는 단순한 응징이 아니라, 사라진 뒤에도 자신의 존재와 목소리가 계속 회자되도록 설계된 전략이다. 이를 따라가며 독자는 인간 관계 속 억압과 배신, 그리고 각자의 선택과 책임에 대해 자연스럽게 성찰하게 된다.


나는 이때 비로소 깨달았다.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싶을 때는 상대도 내게 다가오게 해야 한다는 것을.

p.129




  «내 시체를 찾아주세요»는 인간 내면과 사회적 관계, 존재와 기억에 대한 심리적 탐구가 결합된 심리 스릴러다. 끝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사건 구조와 반전, 치밀하게 설계된 복수극 속에서 독자는 스릴과 통찰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이 책은 단순한 스릴러나 추리 소설 이상의 경험을 원하는 사람에게 특히 추천한다. 인간 심리를 섬세하게 파헤치고, 기억과 존재, 그리고 관계의 복잡성을 날카롭게 보여주는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마지막 한 페이지까지 손에서 놓기 어려울 것이다.


독만 남은 이야기가 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독으로만 치료할 수 있는 독도 있습니다.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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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하는 아이들
김기수 지음, 박연옥 그림 / 윌마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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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민주 시민의 길>


우리 학교의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다모임에서 의견을 내고, 토론하고, 투표를 해서 규칙을 만들지. 여러 국회의원들이 모여 법을 만드는 것처럼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 다모임은 우리 학교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아주 중요한 시간이야.

p.43


 2024년 12월 3일 밤,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 실시간으로 뉴스를 보면서도 현실감이 너무 없어서 "지금 2024년인데?",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이야?" 등의 말만 반복했던 기억이 난다. 사람들이 국회 앞으로 몰려가고, 국회의원들을 막아서는 경찰과 군인들을 보며 무섭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했던 날. 비상계엄의 뜻을 알고는 있는 건지, '야당 독주의 심각성을 알리려고 했다'는 그 말이 '법을 공부하고 법치를 하겠다던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인가'라며 개탄했었다.


 «정치하는 아이들»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현직 초등 교사가 실제로 민주주의에 관한 수업을 진행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어린이들이 교실과 학교라는 작은 사회 속에서 직접 민주주의를 체험하며 배우는 과정을 섬세하고 진솔하게 그려낸다. 이 책은 정치가 멀고 어렵게 느껴지는 개념이 아니라, 우리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된 ‘함께 살아가는 방식’임을 보여준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투표나 법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참여와 토론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공동의 규칙을 만들어가는 살아있는 경험임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자연스럽게 깨닫게 한다.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용기,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비난하지 않는 성숙한 자세, 의견 차이를 좁히며 문제를 해결하는 끈기를 너희가 다 보여주고 있거든.

p.190



이야기는 '하라'가 구름숲초등학교에 전학을 온 날, 4학년 이제그반에 ‘김선생님법’이 갑작스럽게 선포되면서 시작된다. 위법한 비상계엄 선포와 같은 일방적인 김선생님법의 선포를 통해 아이들에게 민주주의를 알려주기 위해 김 선생님이 기획한 것이다.


 어른들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하라는, 다모임을 통해 전교생이 모여 다 함께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4학년 모임에서 토론과 투표를 통해 직접 '김선생님법'을 폐지하고 '우리반법'을 제정하는 과정을 경험하며 민주 시민으로 성장해간다. 부당한 권위에 맞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이 작은 승리는, 스스로 사회를 바꾸는 주체가 되는 첫걸음이다.


6학년 민준이 오빠는 점심시간에 우리를 불러 모으더니 정해진 법을 영원히 지켜야 하는 건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6학년 여진이 언니도 옳지 않은 법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선생님이 아무리 무서운 표정으로 김선생님법을 만들었어도 우리가 바꿀 수 있다는 뜻이었다.

p.35




 이야기는 아이들이 교실과 학교를 넘어 사회 문제로 시야를 넓히며 토론하고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담아내고, 이를 통해 더 넓은 공동체에서 목소리를 내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라는 친구들과 함께 시청에 민원을 제기하여 학생들이 다시 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고, 학교 근처에 공장 설립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보며 스스로 공부하여 다모임에 안건을 제시하고, 토론과 투표를 거쳐 반대 현수막을 걸기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민주주의가 단지 학교 안에 머무르지 않고, 모두가 참여하여 함께 만들어가는 살아있는 현실임을 잘 드러낸다.


학교 밖에서 일어난 일을 학교 안에서 이야기했고, 학교 안에서 나눈 이야기가 학교 밖 일에 도움이 될 거라고. 우리가 학교 안팎을 넘나들면서 꽤 괜찮을 일을 해냈다고!

p.146



 «정치하는 아이들»은 우리 모두가 단순한 관찰자가 아닌, 사회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견제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가는 능동적인 주체임을 일깨운다. 어린이들의 순수한 눈과 솔직한 목소리를 통해 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하고, 또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가치인지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한다.


광장은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공간을 말해. 그곳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지. 민주주의 사회에서 광장은 굉장히 중요해.

p.175




선생님은 그 누구도 혼자만의 생각으로 다른 사람의 자유를 제한할 수는 없다고 하셨다.

p.42


이 책은 민주주의와 시민정신에 대해 고민하고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생생한 교육서가 될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정치라는 것과 민주주의의 의미, 우리가 지켜내야 할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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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웨이 : 30주년 기념 특별판 아티스트 웨이
줄리아 캐머런 지음, 박미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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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창조적 존재이며 내면의 어린 아티스트를 가지고 있다.
예술적인 활동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창조성을 회복하고 자기 치유를 돕는 실천서인 ≪아티스트 웨이≫.
내 안에 잊힌 창조성을 끌어내기 위한 치유와 회복의 시간, 일상에서부터 모든 것이 변화하는 감각을 경험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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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웨이 : 30주년 기념 특별판 아티스트 웨이
줄리아 캐머런 지음, 박미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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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고 채우며 내 안의 창조성을 회복하는 12주간의 여정>


모닝 페이지가 삶에 자리 잡으면 길잡이가 생긴다.

직감이나 어렴풋한 느낌 같은 감각은 점차 내면의 일부가 된다.

우리는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피해야 할지 직관적으로 알게 된다.

p.7

30주년 기념판 서문 中


 글쓰기를 하면서 감정과 이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해 버거울 때가 있다. 진심을 담으려다 보면 흐트러지고, 정리하려 들면 마음이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잘 쓰고 싶은 마음은 분명한데, 그것이 때론 나를 더 옥죄는 기분. 어딘가 답답하고 혼란함을 겪고 있을 때 《아티스트 웨이》와 만나게 되었다. 이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더 자유롭고 완성도 높은 글을 쓸 수 있게 될까 하는 호기심이 나를 이 책을 이끌었다. 《아티스트 웨이》가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은 나를 안심시켰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른 요즘, 창조성도 조급하게 다뤄지는 시대에 '천천히 나를 회복하는 일'이야말로 사라지지 않을 가치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지금 내가 이 책을 만난 건 우연이 아니었던 것 같다. 어쩌면 내 안의 창조성이 조용히 다시 말을 걸기 시작한 건지도 모른다.





《아티스트 웨이》는 창조적인 삶을 회복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12주간의 프로그램이다. 각 장은 본문과 연습문제, 과제, 점검으로 이루어져 있다. 예술가뿐 아니라 일상의 창조성을 되찾고 싶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이 여정에서 글쓰기와 자아 탐색, 실천적 과제를 통해 스스로와 다시 연결될 수 있는 길을 안내한다.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이 책은 30주년 기념 특별판이 출간되며 다시 한 번 많은 이들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다.


《아티스트 웨이》는 단순한 창조성 회복 책이 아닌, 지금 나 자신을 돌아보는 아주 사적인 여행이다. 아티스트 웨이의 핵심은 '모닝 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라는 두 가지 도구에 있다. 12주간의 실천 과제를 수행하는데 꼭 필요한 창조성 회복 루틴이라고도 할 수 있다.





 모닝 페이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검열 없이 3페이지 가량 자유롭게 쓰는 글쓰기이다. 내면의 잡음을 정리하고 자기 자신과 솔직하게 마주하며 창의성을 깨우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아티스트 데이트 일주일에 한 번 혼자서 미술관 관람, 산책, 음악 감상 같은 창의적인 활동을 하며 ‘내면의 어린 아티스트’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는 시간이다. 내면의 어린 아티스트는 순수하고 자유로운 창의력의 원천이지만, 성장 과정에서 상처받거나 억눌리기 쉽기에 지속적인 돌봄과 격려가 필요하다. 아티스트 데이트는 그 어린 자아를 회복하고 창의성을 되살리는 특별한 자기 치유법이다. 모닝 페이지가 내면의 혼란과 자기검열을 걷어내는 ‘비움’의 작업이라면, 아티스트 데이트는 새로운 자극과 즐거움을 채워넣는 ‘채움’의 시간이다. 이 두 가지 도구는 창의성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보완하며 균형을 이룬다.


 모닝 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는 아주 단순한 도구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뭔가 안에서 막힌 게 풀리는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작가 자신도 여전히 매일 아침 모닝 페이지를 쓰고 있다는 점이었다. 30년 넘게 창조성 회복 도구들을 고안하고 창조성을 회복하는 법을 가르쳐온 사람이 지금도 그 방법을 쓰고 있다는 건, 이 책의 진심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 정말 삶을 달라지게 하는 효과가 있는지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증거였다.





 12주간의 실천 과제 중 내가 가장 강하게 반응한 건 7주 차의 ‘연대감 회복하기’ 파트다. 이 장은 창조성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올바른 태도, 즉 내면에 귀 기울이고 열린 자세를 가지는 법에 대해 다룬다.


 저자는 우리가 표현하는 것의 '원작자'가 아니라 '전달자'에 가깝다고 말한다. 마치 화가가 처음엔 계획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지만 곧 그림이 이끄는 대로 변해가는 것처럼, 우리 역시 내면의 흐름에 자신을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강력한 장애물 중 하나는 완벽주의다. 마일즈 데이비스의 말처럼, "실수란 없다". 실수는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창조성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저자는 완벽주의가 최고의 기준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의 최악을 추구하는 방식이라고 단언한다. 그림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흥미로운 지점에서 멈추는 것이고, 책은 어느 시점에서 그냥 그만 쓰고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그저 손을 놓고 다 됐다고 선언하는 것, 그게 창조성의 자연스러운 일부라는 말은 깊이 와닿았다.


 "완벽하게 하지 않아도 된다면 나는 _____를 시도할 것이다."

문장의 빈칸을 채워 넣는 과정은 내게 큰 울림과 통찰을 주었다. 꼭 완성되거나 완벽해야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과 일단 시작하면 어떻게든 될 수 있다는 낙관. 그것은 도전이 아니라 자유의 다른 이름이었다.





 '질투'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질투는 단순한 비교심이 아니라, 간절히 원하는데 용기가 없어서 도전하지 못하는 두려움을 가리는 가면이라는 설명이 무척 강력했다. 내가 하고 싶지만 하지 못했던 것을 누군가가 해낼 때 느끼는 감정, 그것은 내 안에 숨겨져 있던 열망의 신호일 수 있다. 질투의 대상을 구체적으로 쓰고, 그 질투를 해독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 방침을 정한다. 그것은 질투라는 강력한 에너지를 미래로 향하는 원동력으로 만들어, 질투로 좁아진 시야를 넓히고 꿈을 향해 나아가게 한다.


 7주 차는 내 안의 창조성을 탐색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내면을 깊숙히 들여다보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과거의 나와 마주하며 결핍을 인정하고, 현재의 긍정적인 면을 인식하게 한다. 문제에 답변하는 과정을 통해 과거에 무엇을 놓쳤는지, 내면의 어린 아티스트를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아티스트 웨이》는 나에게 '글을 잘 써야 한다'는 강박보다,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쓰고 있나?'라는 물음을 던지게 했다. 매일 아침 쓰는 모닝 페이지는 혼란스럽고 지루하기도 했지만, 그 안에서 조금씩 내가 나를 돌보는 감각이 살아났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지금의 나에게는 자유였다. 글쓰기를 넘어서 무엇이든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내면의 소리를 들으며 나를 믿고, 나를 긍정하게 만드는 치유의 힘을 느꼈다.





꼭 예술과 관련된 일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 모두는 창조적 존재이며 내면의 어린 아티스트를 가지고 있다.

예술적인 활동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창조성을 회복하고

자기 치유를 돕는 실천서인 ≪아티스트 웨이≫.

내 안에 잊힌 창조성을 끌어내기 위한 치유와 회복의 시간,

일상에서부터 모든 것이 변화하는 감각을 경험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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