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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체를 찾아주세요
호시즈키 와타루 지음, 최수영 옮김 / 반타 / 2025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소설은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어요.
호시즈키 와타루의 «내 시체를 찾아주세요»는 단숨에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힘을 가진 작품이다. 미스터리 작가 모리바야시 아사미가 실종되고, 그녀의 블로그에는 자신의 시체를 찾아달라는 말과 함께 충격적인 내용의 글이 차례차례 올라온다. 아사미에게 기생하는 남편, 아사미의 남편과 불륜 관계인 아사미의 담당 편집자, 아사미를 상식이라는 말로 억압하며 괴롭히는 시어머니 등 그녀 주변인들에 대한 폭로와 함께 너무나도 빨리 잊혀버린 어떤 사건의 진실까지.
아사미의 블로그 글로 시작하는 도입부는, 인간의 감정을 가장 큰 미스터리로 바라보며 자신의 삶과 경험을 고백하는 동시에, 앞으로 펼쳐질 사건들에 대한 호기심을 자연스럽게 자극한다. 독자는 순식간에 아사미가 남긴 단서와 메시지 속으로 몰입하게 된다.
제 시체는 쉽게 찾아내지 못합니다. 그렇게 되면 저는 행방불명으로 처리되어 현재 제 명의로 된 자산을 누구도 건드릴 수 없게 돼요.

책을 읽는 내내 긴장감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중간중간 예상치 못한 반전과 새로운 폭로가 이어지며 독자의 예상을 뒤엎는다. 특히 ‘하얀 새장 사건’을 통해 아사미의 과거와 주변 인물들의 관계가 서서히 드러나는 방식은 매우 치밀하다.
죄책감은 날이 갈수록 커졌다. 그와 동시에 애들이 나 혼자만 따돌리고 배신했다는 분노 역시 조용히 모닥불처럼 타올랐다.

처음 책 제목만 보고는 살인사건과 관련된 강렬한 공포가 펼쳐질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노골적 폭력이나 자극적 장면이 거의 없었다. 그 대신, 치밀하게 설계된 복수와 인간 심리의 냉혹함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이 이야기 전체를 가득 채웠다. 이 긴장감은 일차원적인 공포와는 전혀 다른, 날카롭고 섬뜩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아사미의 실종 사건은, 관계된 모든 것을 자신이 직접 계획하고, 예측하고, 설계한 것이다. 사건의 배치와 폭로 순서, 메시지 전달 방식까지 치밀하게 계산되어 있어, 단순한 긴장감 이상의 여운과 통찰을 남긴다. 그녀의 복수는 단순한 응징이 아니라, 사라진 뒤에도 자신의 존재와 목소리가 계속 회자되도록 설계된 전략이다. 이를 따라가며 독자는 인간 관계 속 억압과 배신, 그리고 각자의 선택과 책임에 대해 자연스럽게 성찰하게 된다.
나는 이때 비로소 깨달았다.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싶을 때는 상대도 내게 다가오게 해야 한다는 것을.

«내 시체를 찾아주세요»는 인간 내면과 사회적 관계, 존재와 기억에 대한 심리적 탐구가 결합된 심리 스릴러다. 끝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사건 구조와 반전, 치밀하게 설계된 복수극 속에서 독자는 스릴과 통찰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이 책은 단순한 스릴러나 추리 소설 이상의 경험을 원하는 사람에게 특히 추천한다. 인간 심리를 섬세하게 파헤치고, 기억과 존재, 그리고 관계의 복잡성을 날카롭게 보여주는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마지막 한 페이지까지 손에서 놓기 어려울 것이다.
독만 남은 이야기가 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독으로만 치료할 수 있는 독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