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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하는 아이들
김기수 지음, 박연옥 그림 / 윌마 / 2025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우리 학교의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다모임에서 의견을 내고, 토론하고, 투표를 해서 규칙을 만들지. 여러 국회의원들이 모여 법을 만드는 것처럼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 다모임은 우리 학교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아주 중요한 시간이야.
2024년 12월 3일 밤,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 실시간으로 뉴스를 보면서도 현실감이 너무 없어서 "지금 2024년인데?",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이야?" 등의 말만 반복했던 기억이 난다. 사람들이 국회 앞으로 몰려가고, 국회의원들을 막아서는 경찰과 군인들을 보며 무섭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했던 날. 비상계엄의 뜻을 알고는 있는 건지, '야당 독주의 심각성을 알리려고 했다'는 그 말이 '법을 공부하고 법치를 하겠다던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인가'라며 개탄했었다.
«정치하는 아이들»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현직 초등 교사가 실제로 민주주의에 관한 수업을 진행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어린이들이 교실과 학교라는 작은 사회 속에서 직접 민주주의를 체험하며 배우는 과정을 섬세하고 진솔하게 그려낸다. 이 책은 정치가 멀고 어렵게 느껴지는 개념이 아니라, 우리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된 ‘함께 살아가는 방식’임을 보여준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투표나 법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참여와 토론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공동의 규칙을 만들어가는 살아있는 경험임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자연스럽게 깨닫게 한다.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용기,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비난하지 않는 성숙한 자세, 의견 차이를 좁히며 문제를 해결하는 끈기를 너희가 다 보여주고 있거든.

이야기는 '하라'가 구름숲초등학교에 전학을 온 날, 4학년 이제그반에 ‘김선생님법’이 갑작스럽게 선포되면서 시작된다. 위법한 비상계엄 선포와 같은 일방적인 김선생님법의 선포를 통해 아이들에게 민주주의를 알려주기 위해 김 선생님이 기획한 것이다.
어른들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하라는, 다모임을 통해 전교생이 모여 다 함께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4학년 모임에서 토론과 투표를 통해 직접 '김선생님법'을 폐지하고 '우리반법'을 제정하는 과정을 경험하며 민주 시민으로 성장해간다. 부당한 권위에 맞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이 작은 승리는, 스스로 사회를 바꾸는 주체가 되는 첫걸음이다.
6학년 민준이 오빠는 점심시간에 우리를 불러 모으더니 정해진 법을 영원히 지켜야 하는 건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6학년 여진이 언니도 옳지 않은 법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선생님이 아무리 무서운 표정으로 김선생님법을 만들었어도 우리가 바꿀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이야기는 아이들이 교실과 학교를 넘어 사회 문제로 시야를 넓히며 토론하고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담아내고, 이를 통해 더 넓은 공동체에서 목소리를 내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라는 친구들과 함께 시청에 민원을 제기하여 학생들이 다시 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고, 학교 근처에 공장 설립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보며 스스로 공부하여 다모임에 안건을 제시하고, 토론과 투표를 거쳐 반대 현수막을 걸기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민주주의가 단지 학교 안에 머무르지 않고, 모두가 참여하여 함께 만들어가는 살아있는 현실임을 잘 드러낸다.
학교 밖에서 일어난 일을 학교 안에서 이야기했고, 학교 안에서 나눈 이야기가 학교 밖 일에 도움이 될 거라고. 우리가 학교 안팎을 넘나들면서 꽤 괜찮을 일을 해냈다고!

«정치하는 아이들»은 우리 모두가 단순한 관찰자가 아닌, 사회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견제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가는 능동적인 주체임을 일깨운다. 어린이들의 순수한 눈과 솔직한 목소리를 통해 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하고, 또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가치인지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한다.
광장은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공간을 말해. 그곳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지. 민주주의 사회에서 광장은 굉장히 중요해.

선생님은 그 누구도 혼자만의 생각으로 다른 사람의 자유를 제한할 수는 없다고 하셨다.
이 책은 민주주의와 시민정신에 대해 고민하고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생생한 교육서가 될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정치라는 것과 민주주의의 의미, 우리가 지켜내야 할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좋을 것 같다.
